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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오일남처럼 깜빡깜빡···치매 아닌 뇌종양?

뇌 전두엽·측두엽에 종양 생기면 기억력·언어·인지장애

나이 무관 10만명당 年 10~15명 발생…연령별 증상 달라

별도 예방법 없어 발작 등 의심증상땐 바로 검사 받아야



국내 제작진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연배우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인물은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오영수 분)’이다. 오일남은 뇌종양에 걸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서바이벌 게임에 바치는 칠순 노인으로 등장한다. 목숨을 건 구슬치기 게임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다가도 “자네가 날 속이고 내 구슬 가져간 건 말이 되고”라며 호통을 치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알쏭달쏭하게 만들었다.

결정적 순간에 자신의 이름이나 ‘홀짝’을 잊어버리는 오일남의 행동은 의도된 것일까. 뇌종양으로 인한 증상일까.

뇌종양수술의 국내 권위자 중 한명인 김용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에 종양이 발생하면 기억력장애와 언어·인지기능·판단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뇌종양은 뇌뿐 아니라 뇌주변의 뇌신경·뇌막·뇌혈관·두개골·두피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양을 말한다. 두개강 내 조직에 종양이 생긴 경우를 원발성 뇌종양, 두개강 주변이나 멀리 떨어진 부위에 생긴 종양이 뇌조직이나 뇌막으로 전이된 경우를 이차성 뇌종양으로 구분하고 있다. 원발성 뇌종양은 최초 발생 부위, 종양세포의 종류 등 병리학적 소견에 따라 신경교종·뇌수막종·뇌하수체선종 등 세부 유형으로 나뉜다. 조직검사 결과를 보고 악성, 양성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뇌암이라 불리는 악성 뇌종양의 예후가 불량하다. 종양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주위 조직에 대한 침투 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정상 뇌조직과 경계가 불분명해진 경우 수술법도 까다로워진다. 수술로 종양을 전부 제거하더라도 대부분 방사선요법이나 항암화학요법 등의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뇌종양은 1년에 인구 10만명당 10~15명 꼴로 발생한다. 폐암, 위암 등 다른 암보다는 덜하지만 발병 빈도가 결코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악성 뇌종양 환자 수는 2016년 1만1,140명, 2017년 1만1,186명, 2018년 1만1,462명, 2019년 1만1,749명, 2020년 1만1,603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악성 뇌종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50대가 2,273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2,233명, 70대 1,495명, 30대 1,299명 등의 분포를 보였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50대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연령별 차이가 크진 않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연령대 별로 호발하는 뇌종양의 유형도 다르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비교적 많이 알려진 수막종과 신경초총은 50세 이후에, 교종이나 뇌하수체선종은 40세 이후에 흔하다. 10세 미만 소아의 경우 비전형 유기형 간상 종양과 뇌실막세포종, 수모세포종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뇌종양은 치료가 늦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 무엇보다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과 경련이다. 뇌압의 상승이 원인이기 때문에 최근 두통이 발생하고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거나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전문가와 상담이 권고된다. 김 교수는 “소아에서 흔히 발생하는 열성 경련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 경련발작을 처음 경험하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양에 의한 신경손상이 진행되면서 성격 변화, 언어·인지·기억력·시야 장애, 호르몬 기능저하, 안면의 이상감각 또는 통증, 이명, 청력저하, 삼킴곤란, 사래, 발음·보행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종양의 크기가 커지면서 점차 진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뇌종양은 별도의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 상담과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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