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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 빛내주는 사람··· '세상의 주인공' 많아졌으면"

'영화 기획자서 나눔 기획자로' 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

말아톤 등 성공 불구 6년 전 창업

미혼모·50대 독거남 지원 등 나서

3년 전부터 보호종료 아동에 집중

"사회적 약자 주목 받는 것에 행복

영화 공연계 떠난 것엔 후회 없어"

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가 14일 보호 종료 아동 응원을 위한 '비바' 캠페인 관련 상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명랑캠페인


“저는 기획자입니다. 기획자는 자신이 아니라 남을 빛나게 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는 주목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응원하는 사회적 기업 ‘명랑캠페인’을 책임지고 있는 오호진(47·사진) 대표는 14일 서울 남가좌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외 계층도 충분히 세상에서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대표는 과거 15년 동안 영화와 공연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꽤 이름을 알린 기획자였다. 지난 2005년 발달장애인을 주제로 약 420만 명의 관객을 웃고 울린 ‘말아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조종사를 등장시킨 ‘청연’, 해외 입양아 문제를 부각시킨 ‘마이 파더’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영화와 공연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일이 너무 좋아 출근도 새벽에 할 정도였다.

오호진 대표


그런 그가 2015년 미혼모와 50대 독거남, 보호 종료 아동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문화 예술과 캠페인 사업을 하겠다고 돌연 영화와 공연계를 떠났다. 문화 예술이 가져오는 선한 영향력을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기획을 했던 영화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 예술의 힘을 느꼈다”며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 후 오 대표가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미혼모 지원을 위한 ‘입법 연극’ 프로젝트. “처음에는 매주 미혼모들을 만나 그냥 수다 떨고 놀았습니다. 여기서 들은 얘기들을 모아 미혼모들이 직접 출연하는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알리기 위해 불러주는 곳마다 찾아가 공연을 했죠.”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국회가 움직였다. 2017년 ‘한부모가족지원법’, 2018년 ‘양육비이행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상을 바꾸는 문화 예술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가 14일 보호 종료 아동 응원을 위한 캐릭터 상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 대표는 3년 전부터 만 18세면 보호 시설을 나와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비바(Viva)’ 캠페인이 바로 그것.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보호 종료 아동들의 얘기를 다룬 ‘독립 만 18세’라는 웹툰을 올리는가 하면 캐릭터 상품 41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 8월부터는 서울과 지방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6명의 멘토로 구성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관찰 예능도 준비 중이다.

오 대표가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단 하나 ‘어른된 자의 미안함’이다. 그는 “아동들이 보호 시설에 맡겨진 것은 자신들의 의지나 선택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얘들이 내팽개쳐진 데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50대 독거남의 자립 성공을 응원하는 영화제 ‘나비남 영화제’와 정신 질환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오 대표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이다.

사회적 기업이 봉착하는 최대 난제는 ‘수익성’. 하지만 오 대표는 지금까지 6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신 일은 엄청나게 늘었다. 기획 관련 용역만 1년에 10개 이상 진행한다.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오 대표는 영화와 공연계를 떠난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미혼모나 보호 종료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고 주인공이 된 적도 없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주목받는 것을 보면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들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글·사진=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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