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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점프 ‘커튼콜’]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 ‘향수’의 가수 이동원 별세

1970년 솔로 가수로 데뷔

정지용 시에 곡 붙인 ‘향수’로 이름 알려

2004년 경북 청도로 거쳐 옮겨 지역 공연문화 살리기에 힘써

식도암으로 투병, 원로 개그맨 전유성 씨 임종 지켜


■ 라이프점프 ‘커튼콜’은…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습니다. 부고 기사는 '죽음'이 계기가 되지만 '삶'을 조명하는 글입니다. 라이프점프의 '커튼콜'은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되밟아보는 코너입니다.

사진=네이버 캐스트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올 때쯤이면 귓가에 맴도는 노래 ‘향수’의 가사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 곡을 붙여 노래해, 지금도 중년들의 가슴에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수 이동원 씨가 지병인 식도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나이 70세였다.

이 씨는 살아생전 한 인터뷰에서 음악을 ‘인생의 전부’라고 표현했다. 그런 그가 가수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70년 스무 살 때였다. 이 씨가 가수로써 이름을 알릴 곡을 만난 것은 그로부터 20년가량 흘러서다. 그는 1989년 앨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를 발매했다. 여기에 수록된 ‘향수’가 크게 인기를 얻으며 국민가요가 됐다. 노래 ‘향수’ 제작과정에 대한 비하인드스토리는 이렇다. 이 씨가 정지용 시를 읽고 반해 작곡가 김희갑 씨에게 곡을 붙여 달라고 부탁했으나 김희갑 씨가 이를 거절해 곡이 나오는 데만 8개월이 넘게 걸렸다. 결국 김 씨의 수락으로 곡이 완성됐다. 이 씨는 노래 녹음을 앞두고 당시 서울대 음대 교수인 테너 박인수 씨를 찾아가 듀엣을 직접 제안했다. 그렇게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만남이 이뤄져 노래 ‘향수’가 만들어졌다. 이동원 씨의 노력 덕분인지 곡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즐겨 듣는 노래 중 하나다.

이후에도 이 씨는 서정적인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 양명문 시인의 ‘명태’, 김성우 시인의 ‘물나라 수국’, 정호승 시인의 ‘이별노래’, 고은 시인의 ‘가을 편지’, 등이 대표적이다.

시골을 좋아했던 이동원 씨는 2004년 경상북도 청도로 거처를 옮겼다. 이곳에서 음악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원로 개그맨 전유성 씨와 지역의 공연문화를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그러다 식도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전유성 씨의 집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이 씨의 마지막 길에 전유성 씨가 함께였던 이유다.

오는 11월 22일에는 이동원 씨를 추모하기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 당초 이동원 씨의 지인과 팬들은 투병 중인 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이동원을 위한 사랑의 음악회-아모따(아름다운 마음 모여모여 따뜻한 사람들)’을 열 계획이었으나,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추모음악제로 변경해 진행하기로 했다. 추모음악제에는 동료 가수 김도향, 임희숙, 윤형주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그의 빈소는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6일이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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