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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가족친화인증 마크 있나요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최근 한 구직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30세대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입사 후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 경험이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직 사유는 ‘워라밸(일·생활 균형) 붕괴’였다. 기본 업무에 야근까지 많다 보니 도저히 자기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낮은 연봉은 다음 문제다. 승진·정년은 고사하고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뤄 직장인의 삶에서 완전히 은퇴하려는 ‘파이어족’이 늘고 있다는 뉴스까지 보면 직장에 대한 생각이 이전과 정말 크게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기업들도 워라밸 보장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1차적인 목표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그동안 회사에서 키워온 인재 유출을 막는다는 것이지만 핵심은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가 기업의 성과와 직결된다는 데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4.5일 근무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근로자들의 일·생활 균형이 경제와 산업 부문에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전제 조건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도입 등 장시간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은 여전히 ‘피로 사회’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2020년 기준 한 해 1,90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687시간을 훨씬 넘는다.

여성가족부는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그중에서도 2008년 도입된 ‘가족친화인증제’는 시행 10년이 넘어가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가족친화인증제는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 유연근무 도입 등 가족 친화적인 근로 여건 조성에 노력하는 기업들을 가족친화 기업·기관으로 인증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 첫해에는 가족친화 기업·기관으로 인증 받은 곳이 14곳에 불과했지만 정부 사업 공모에서 가점을 주고 금융 거래와 출입국 심사 등에서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등 참여 인센티브를 점차 확대하면서 올해는 4,918개사로 크게 늘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구직자들은 가장 먼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기업이 ‘가족친화 인증 마크’를 받았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가족친화 인증 마크가 회사의 기본적인 워라밸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신뢰 받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참여 기업·기관의 양적 확대를 넘어 제도의 질적 발전을 본격화하고자 한다. 올해 가족친화 인증 심사 시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항목을 포함해 경영자의 가족친화 이행 책임을 강화한 데 이어 심사 기준을 중소기업 현장에 맞게 개선해 인증 가족친화 수준을 실제에 가깝게 평가해 나갈 계획이다. 가족친화 인증 마크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행복한 상태를 말하는 스마일 마크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나가겠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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