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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점프 ‘커튼콜’] ‘아들에 이은 35년간의 민주화 투쟁에 마침표 찍다’···배은심 여사 별세

향년 82세로 별세, 아들 이한열 열사에 이어 민주투사로 일생 살아

2020년 6월 공로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 받기도


■ 라이프점프 ‘커튼콜’은…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습니다. 부고 기사는 '죽음'이 계기가 되지만 '삶'을 조명하는 글입니다. 라이프점프의 '커튼콜'은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되밟아보는 코너입니다.



이한열. 우리는 이 이름 세글자를 들으면 지난 1987년 6월 9일이 떠오른다. 이날 6월 10일 열리기로 돼 있는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를 앞두고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연세대인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한열 열사는 이후 있었던 시위 도중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뒷머리를 맞아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만 2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민주화를 향한 그의 투쟁은 모친인 배은심 여사를 통해 이어졌다.

배 여사는 아들이 떠난 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세상을 떠난 열사들의 유가족이 모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후 유가협)’에 참여했다. 이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고 이소선 여사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고 박정기 씨 등과 함께 민주화 관련 시위나 집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참여했다. 1998년에는 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 국회 앞 천막농성 등을 통해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이끌어냈으며, 2009년엔 용산참사 소식을 듣고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배 여사는 민주화를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6월 열린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이때 ‘33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망이 이뤄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난 1월 9일 이한열 열사 곁으로 떠났다. 영결식이 열린 11일은 배 여사의 음력 생일이기도 했다. 노제는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앞 5·18민주 광장에서 치러졌다. 노제가 진행된 5·18 민주광장은 1980년 당시 시민군들의 최후의 항쟁지이자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쳐온 곳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장소다. 노제를 마친 배 여사의 유해는 배 여사의 남편이 안장된 곳이자, 이한열 열사가 묻힌 민족민주열사 묘지에서 1㎞ 정도 떨어진 망월동묘역 8묘원에 묻혔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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