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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CEO인터뷰_2편] ‘공동 놀이하다 공동 창업’···밀가루·소금으로 안심 클레이 만들어

[라이프점프×경기도일자리재단] ■ 정보경·배차선 더플라워팩토리 대표

아이들 밀가루 반죽으로 놀게 하다 자연 성분 점토 개발

벤처창업지원금 500만원으로 특허출원

제품뿐 아니라 제조부터 패기까지 전 과정의 친환경화 추구


▶글 싣는 순서

장윤희 리즈코퍼레이션 대표

정보경·배차선 더플라워팩토리 대표

임수진 가벽닷컴 대표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경기도내 여성의 창업을 촉진하고 기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지원사업 중 하나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 주소를 둔 여성 예비창업자나 창업 후 3년 이내의 여성 기업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울경제 라이프점프는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아 성장한 여성 창업기업 대표를 만나 성장 스토리에 대해 들어봤다.

배차선(왼쪽), 정보경(오른쪽) 더플라워팩토리 대표/사진=정혜선


엄마들의 수다는 언제나 즐겁다. 만약 대화의 주제가 ‘아이’라면 그 수다는 하루가 주어져도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이야깃거리가 샘솟는 데는 엄마들의 수다 속에 삶의 희로애락이 들어있어서다. 때로는 그 수다 속에 창업의 아이디어가 있기도 하다. 더플라워팩토리를 함께 운영하는 정보경, 배차선 대표처럼 말이다.

두 대표는 원래 공동육아를 하던 사이였다. 한 번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딱히 놀잇거리가 없어 밀가루를 반죽해 아이들에게 줬더니 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금방 마르고, 손에 묻어나는 데다 색깔이 없는 밀가루 반죽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반죽 레서피를 공유하다 지금 더플라워팩토리의 클레이 ‘몽클’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창업까지 하게 됐다. “엄마이기에 창업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정보경, 배차선 대표는 “더 많은 아이가 좋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클레이 ‘몽클’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 만나서 반갑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정보경) 요즘 자기소개를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웃음). 자연 감성으로 예쁘고, 자연 성분으로 안심할 수 있는 우리 아이 첫클레이 ‘몽클’을 만들고 있는 정보경이다.”

“(배차선) 자연의 솔루션으로 놀이를 디톡스하는 몽클의 배차선이다.”

- ‘놀이를 디톡스한다’는 말이 꽤 마음에 든다

“(배차선) 여기에는 놀이뿐 아니라 놀이과정까지 디톡스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 사실 더플라워팩토리라는 이름만 들었을 땐, 꽃과 관련된 일을 하는 기업인 줄 알았다.

“(정보경) 많이들 오해한다. 더플라워는 밀가루라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몽클 제조팀을 ‘가루공장’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웃음). ‘몽클’은 친환경 클레이로, 밀가루, 소금 등 자연의 식용 성분으로만 기본 솔티도우가 만들어진다. 얼마 전에는 업계 최초로 하이포알러제닉테스트(누적 자극 및 감작성 평가)도 완료했다.”

“(배차선) 최근에는 과학융합교육인 STEAM 콘텐츠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정보경) 흔히 클레이하면 점토 놀이만 생각하는데, 몽클은 성분 자체가 과학적인 효과를 내 과학융합교육을 하는 데 적합하다. 예를 들어 소금이 물에 녹아 점토의 많은 부분에 포함되는데, 그 과정이 과학교육이 되는 거다.”

-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밀가루로 도우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정보경) 몽클은 아이들의 놀이에서 시작됐다. 엄마 넷과 아이 여덟 명이 공동 놀이를 자주 했다. 한 번은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어줬는데, 아이다 보니 가감 없이 불만 사항을 이야기하더라. 그 불만을 반영해 베이킹하듯이 다양한 방법으로 반죽을 만들게 됐다. 그리고 그 레시피를 엄마 넷이 항상 공유했다. 그렇게 클레이 몽클의 레시피가 완성됐다. 만들고 보니 너무 좋아 판매해도 되겠더라. 그래서 엄마들에게 판매해 보자고 제안했다.”

- 그래서 판매가 됐나.

“(배차선) 하하하. 결과적으로 판매하지 못했다. 벼룩시장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벼룩시장에서의 판매를 목표로 대량생산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실패를 맛봤다. 색깔별로 120세트를 만들었는데, 제품이 균일하지 않았다. 그때 한번 패닉이 왔었다(웃음).”

“(정보경) 그때는 정말 재앙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빨리 실패한 덕분에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

더플라팩토리의 자연 성분 클레이 ‘몽클’/사진=더플라워팩토리


- 실패 후 주저앉지 않고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배차선) 간절함이다. 결혼 후 육아와 동시에 경력이 단절됐었다. 이후 일을 전혀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이일밖에 없다는 간절함이 컸다.”

“(정보경) 창업을 준비하면서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 클레이를 만들 땐 엄마 넷이 시작했는데, 저희 둘은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머지 두 분은 하는 일도 있고 해서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 모셔오려고 한다(웃음).”

-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창업센터에선 어떤 도움을 받았나.

“(정보경) 지난 2019년 벤처협회의 창업지원금 500만원을 받아서 특허출원을 했다. 그해 6월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창업보육센터에 입점한 건 그다음 해 3월이었다. 이곳에 여성 창업자가 많다 보니 배우는 게 많다.”

“(배차선) 일단 집에서 가까운 용인에 있는 게 큰 장점이다(웃음). 게다가 사무실 임대 비용이 굉장히 저렴해 부담이 없다. 초기 창업자들이 알아야할 것들에 대한 교육도 주기적으로 이뤄져 도움이 많이 된다.”

- 팀웍이 좋아 보이는데, 공동 대표의 장점에 대해 말해준다면.

“(배차선) 사람은 각자 가진 재능이 다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게 큰 장점이다. 특히 직접 제조를 하다 보니 육체노동이 많이 필요한데, 둘이어서 체력안배가 잘된다.”

“(정보경) 둘 다 엄마이다 보니 상황적으로 서로 이해해주는 부분이 많아서 좋다. 단편적인 예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 돌봄 공백이 생겼다. 그때 누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옆 사무실을 빌려 그곳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일했다.”

- 창업 후 기업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나.

“(배차선)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며 현 상황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가장 좋은 합의점이 나오더라.”

“(정보경) 제품 제조에 있어 다양한 위기가 있었다. 그럴 땐 연관된 분야로 잠시 시야를 돌린다. 우리는 자연 성분으로 클레이를 만들고 있어, 떡이나 빵제조에서 많은 힌트를 얻는데, 위기가 올 때마다 떡과 빵 성분을 분석하며 우리의 문제점이 뭔지 찾아본다. 그렇게 위기를 하나씩 극복해 나간다.”

“(배차선) 우리끼리 늙어서 수다를 떨 추억이 한 보따리라고 말한다(웃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닌데, 즐겁다.”

“(정보경) 아마도 내가 힘들 땐 배 대표가 힘을 내고, 배 대표가 힘들 땐 내가 힘을 내다보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듯하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분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어떤 일을 했었나.

“(정보경) 유한킴벌리 모회사인 킴벌리 클락에서 제품패키지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했다. 유한킴벌리에서 나오는 그린핑거, 하기스 등의 제품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게 됐다.”

“(배차선) 아동 미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가르치는 일을 했다. 위기 청소년을 가르치는 일도 했었다. 일이 보람되고 재미있었지만, 육아와 가사로 인해 일을 쉬게 됐다.”

- 많은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과 함께 고민하는 게 창업이다. 먼저 창업한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정보경) 경력단절여성들의 그 불안한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한다. 뒤쳐진다고 생각이 들어 조급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보면 그 시간이 에너지가 충전되는 시간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크고 엄마 손이 덜 필요할 때가 되면 창업 등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때 웅크리고 있었던 만큼 더 빨리 치고 나가게 되더라.”

“(배차선) 만약 창업 아이템이 확실하다면,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창업이 제2의 기회일 수 있다. 창업하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일은 정말 하고 싶었던 것, 관심 있었던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 올해 창업 3년 찬데, 더플라워팩토리의 현 위치를 평가한다면.

“(배차선) 아...(웃음). 외부의 평가와 내부의 평가가 다를 것 같다. 외부에서 볼 땐 현재 우리 회사의 위치가 첫계단도 못올라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부에선 단단한 껍질 속의 호두가 서서히 차오르듯이 저희도 그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현재는 호두가 30% 정도 차올랐을 거라 생각된다.”

“(정보경) 처음 이일을 시작할 땐, 이런 콘셉트의 점토가 시중에 없던터라 시장성이 있을지 걱정됐다. 3년정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제조장을 만들면서 대량생산도 가능해져 이젠 더 활발히 비즈니스를 해도 괜찮은 단계에 왔다. 회사가 오래가려면 좋은 사람이 꾸준히 들어와야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을 채용하려고 계획 중이다.”

몽클 사이언스 수업듣는 아이들/사진=더플라워팩토리


- 몽클의 주 고객층은 아이를 둔 엄마인가.

“(배차선) 아무래도 그렇다. 특히 요즘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연 성분으로만 만든 안전한 놀이도구를 찾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몽클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더플라워팩토리를 창업하고 3년이 지나자 이젠 호텔이나 미술관 등 큰 규모의 기업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 더플라워팩토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정보경) 안그래도 올해 들어 그런 주제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 지금은 점토를 제조하고 잘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면, 미래에는 경력단절여성들의 점토 제조과정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이른마 ‘수다테라피’다.”

“(배차선) 실제로 현재 제조공장의 직원이 모두 엄마들이다. 함께 점토를 만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과정이 힐링이 되고, 말랑한 점토를 만지면서 또 한번 힐링이 된다.”

- 올해 목표는.

“(정보경) 올해 GS리테일 에코 소셜임팩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뿐 아니라 생산과정부터 패기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화하려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회사가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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