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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흥미 살려 관계회복의 인공호흡기 같은 ‘모험놀이 상담가’ 창직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_17편] 방승호 모험놀이 상담가

기술교사로 재직 중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 취득

일상의 부정적 감정을 구조적인 모험놀이 통해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게 일

의사소통 능력, 협동심,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활동 진행

이미지=최정문


모험놀이 상담가는 모험놀이를 활용해 일상에서 부딪치는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꿔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전문가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사람 간의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만남을 이어가면서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 의사소통 능력, 협동심,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창조적 본능인 재능을 찾게 해준다.

방승호 씨는 중학교 기술 교사였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힘들어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업무 결재 과정에서 번번이 중단됐다. 다행인 것은 수업 시간이 즐거웠다는 것. 그가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잘 웃어 줘 수업 시간이 재미있었다.

방 씨는 매일 좀 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연수 과정을 알게 됐고 망설임 없이 신청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렇게 취득한 자격증이 그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8년도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는 당시 나이가 젊어 교육청 연수에 선정될 수 있는 자격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공문에 자격증 기재란이 있어 ‘한번 신청이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적어 지원했고, 당당히 선발됐다. 서울 11개 교육지원청별 한 명 선발되는데, 그중에 합격한 것이다.

해외 연수 프로그램의 첫 일정으로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틸리컴 센터에 도착했다. 주로 진행되는 교육은 소집단 교육으로, 원으로 서서 상대방이 움직이면 똑같이 움직이는 거울 체조, 두 줄로 앉아서 옆 사람 손을 잡고 손을 누르면 마지막 사람이 앞에 있는 인형을 터치하는 전기활동으로 시작했다. 원래 다른 사람과 활동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이었지만 5분 만에 달라졌다. “아! 이런 교육 방법이 있었구나. 이렇게 사람 관계를 쉽고 즐겁게 개선할 수 있구나.” 그때부터 연수 과정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궁금한 점은 밤에 강사에게 물어가며 기록했다. 국내 처음 소개된 모험놀이 상담의 첫 시작이었다.

방승호 모험놀이 상담가/사진=이정원


◇ 아이들 상담 내용이 담긴 <기적의 모험놀이> 책 출간

방 씨는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제일 먼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14명을 선발해 주 2회 오후에 2시간씩 모험놀이 상담을 시작했다.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적용을 해봤다. 한 주가 지나자 아이들은 복도에서 만나면 “선생님 언제 우리 또 만나요”하고 반갑게 인사하고, 한 달이 되자 지각과 결석이 없어졌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수업 태도가 좋아졌다고 칭찬하며 신기해했다.

또한, 학교 실정에 맞게 대상을 바꿔 가며 모험놀이 상담을 적용했다. 활동 도구도 만들고 아이들 반응을 자세히 기록했다. 기록한 내용을 교육청에서 주관한 ‘인성 교육 실천사례’ 논문으로 제출해 당당히 은상을 받았다. 수상 후 교육청에서 관내 생활지도 부장 선생님들 대상으로 강의 요청이 왔다. 교육청 강의를 마친 후에는 각급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이후 대상을 확대해 더 많은 아이와 모험놀이 상담을 하게 됐고, 전국지역아동센터의 주말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점점 우리 교육 환경에 맞게 연구해 100여 명이 할 수 있는 대집단, 20여 명이 활동하는 소집단, 1대1 개발 맞춤식 상담으로 다양하게 발전해 나갔다. 활동을 학급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급경영연구회도 만들어 교육청 인가를 받아 체계적으로 운영도 했다.

그러나 모험놀이 상담에 관계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응원과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주변의 불편한 시선도 느끼게 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때 든 생각이 이 일을 널리 알리고 계속하려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교육청 장학사 제도가 눈에 들어왔고 도전해 장학사에 임용됐다. 운이 좋게 업무도 상담과 대안학교 청소년 수련 시설 등을 담당하게 돼 행정과 상담을 동시에 경험할 좋은 기회가 됐다.

5년 후 교육청 장학사를 마치고 직업학교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모험놀이 상담을 시작했다. 모험놀이 상담을 적용하면서 그 어렵다는 학교 폭력, 흡연 문제 등 생활 지도 문제를 부작용 없이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해결했다. 특히 상담하면서 게임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게임이 아닌 가정 사정, 이성, 학교 폭력 등으로 공부를 포기했으나, 오히려 게임이 아이들에게 위로가 된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학교 PC방을 만들고, 프로선수단을 선발해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이것이 널리 알려져 영국 BBC, 가디언지 등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명 한명 상담하면서 아이들이 변화하자 좀 더 모험 놀이를 체계화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박사 공부를 시작했다. 지도 교수와 상의해 모험놀이 상담에 대해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

또한,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기록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기적의 모험 놀이’ 책을 출간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우리 집 모험 놀이’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모험놀이 상담책을 꾸준히 만들어 총 7권의 책을 냈다. 동시에 <소년조선일보>, <주간교육신문>, <스포츠 경향>에 아이들과 상담한 내용을 중심으로 칼럼을 14년 동안 연재했다. 최근에는 모험놀이 상담을 배워 적용한 내용을 전국에 있는 7명의 선생님과 공동출간프로젝트를 통해 ‘놀러와요 마음 상담소’ 책을 출간했다.

사진=이정원


모험 상담가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미 강의 요청이 2년 후까지 밀려있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모험놀이 상담한 것을 노래로 만들어 발표해 화제가 된 금연송 노타바코, 공부송 배워서 남주나 등 8집 현역 가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모험 상담과 노래를 접목해 ‘카운슬링 콘서트’라는 이름의 새로운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모험놀이 상담 민간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한 직업학교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낸 다큐 영화 ‘스쿨어브 락’이 제작돼 지난 2021년 5월 개봉하고, 헬싱키 국제 교육영화제에 초청돼 상영하기도 했다.

처음에 가장 황당했던 것은 ‘이런 게 무슨 상담이냐’는 반응이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험놀이 상담을 하면, 자연스레 움직이고 웃음이 나오게 되는데, “사람들은 수업을 조용히 하지 않고 떠든다”라고 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해결됐으며 지금은 많은 학교에서 모험놀이 상담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다른 문제점은 자료의 빈곤이었다. 모험놀이 상담의 역사와 선행 연구, 활동 도구 등의 자료가 부족했다. 모험놀이 상담 연구회 선생님들과 하나씩 해결을 해나갔다. 모험놀이 상담을 접한 사람들이 자료를 요구할 때도 마땅히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자료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진행하면서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전해 주자는 생각으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고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모험놀이 상담의 매력은 어려움이 있을 때 불평하기보다는 긍정적인 행동을 하게 한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시각을 달리해 도전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컴퓨터, 스마트폰, 학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대인관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현장에서 상담해 보면 기존의 상담 방법으로는 내담자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선생님들은 변화무쌍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르고, 부모님들도 역시 어려워하고 있다. 모험놀이 상담가는 바로 이렇게 개인적 삶의 형태가 변화하는 시대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관계 회복에 인공호흡기 같은 역할을 할 중요한 직종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모험놀이 상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모험놀이 상담가의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더 잘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며 삶의 보람 역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직업을 선택하고 또 직무를 만들어낼 때 고려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장점과 흥미라고 할 수 있다.

방 씨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놀이에 대한 자신의 장점과 흥미를 찾아 모험놀이 상담 교육을 개발하고 ‘모험놀이 상담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창직했다. 즐겁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장점이었던 그는 이 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련 자격증 취득과 연수를 거치며 모험놀이 상담가라는 직무를 체계화시키고 이를 전문화했다. 이처럼 자신의 흥미와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창직의 기본 출발점이다.
이정원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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