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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변화 통해 ‘꽃시니어’로 시선을 강탈하라”

■ 지성언 시니어패션 인플루언서의 “패션이 명함이 되는 법”_5편

은퇴 후엔 나이가 아닌 역할로 사는 것

외모 경쟁력 키우기 위해선 패션 변화 필요

작은 변화부터 시도해야…‘시티 클래식’ 스타일 추천

이미지=최정문


일반적으로 ‘외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얼굴입니다. 그러나 실제론 얼굴 이외에도 옷차림 즉 패션이나 키, 몸매, 심지어 걸음걸이 같은 건강상태(?)까지도 포함되는 넓은 개념이 ‘외모’입니다. 심지어는 표정이나 인상,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까지도 뭉뚱그려 그냥 ‘외모’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결국, 한 사람의 외부로 보여지는 종합적인 이미지가 바로 외모인 셈입니다. 이중 어느 것 하나만 빠져도, 소위 외모 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외모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사람들의 생김새나 키, 체형까지도 어느 정도 DNA 적인 한계가 있어서, 크게 변화를 주고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자 그대로의 ‘환골탈태’는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요즘 성형 기술이 조물주 뺨 칠 정도로 발달했다지만, 패션으로 바꿀 수 있는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패션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외모 업그레이드 방법입니다. 진정한 신의 한 수는 성형외과 ‘의느님(의사와 하느님의 합성어)’이 부리는 게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패션의 영역에서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얼굴이 잘생기고 예뻐도, 패션이 받쳐주지 않으면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지 못합니다. 반면에 얼굴도 평범하고, 키나 몸매도 모델과는 거리가 한참 멀더라도 옷차림이 패셔너블하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부러움의 대상까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길을 가다가 자신도 모르게 다시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이 있죠? 그게 얼굴이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던가요? 독자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지만, 최소한 필자는 얼굴 때문에 뒤를 돌아본 경험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에 눈에 띄는 패션 때문에, 뒤를 돌아보게 만든 사람은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길을 가다가 타인의 시선을 강탈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얼굴보다는 패션 때문입니다. 한때 외국의 어느 ‘꽃거지’가 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가 ‘꽃거지’로 화제가 된 이유는 잘생긴 외모 때문이 아닌 패션 덕분이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도 그냥 누더기 같은 옷이었는데, 컬러 매칭이 기가 막히고, 여러 옷을 겹쳐 입어 자연스레 레이어드 룩이 완성된 그의 패션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얼굴마저 잘생기다 보니, 진정한 꽃거지로 등극했던 겁니다. 길거리에서 구걸이나 하던 그가 패션 하나 때문에 신스틸러가 되고, 세계적인 화제의 인물까지 된 것입니다. 이처럼 패션은 위대합니다. 확실한 건 얼굴보다는 패션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직장 분위기나 남의 눈 때문에 마지못해 패션에 신경을 썼던 사람들은 대개 은퇴를 하고 나면 ‘이때다’ 하고 완전히 패션과는 결별하고 삽니다. 오랜 세월 억지로(?) 차려입고 다녔던 게 억울하기라도 한 듯 자신을 꾸미는 것 자체를 거부합니다. 한편 공무원 같은 직업으로 평생을 살았던 친구 중에도 퇴직 후엔 마치 날개를 단 듯, 그동안 감춰뒀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자기를 꾸미고 또 멋진 패션으로 인생 2막을 사는 늦깎이 멋쟁이도 더러 있습니다.

며칠 전 국내 굴지의 로펌에 근무하는 친구가 필자에게 밥까지 사 주면서 스타일링 멘토링을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밥값은 해야 할 것 같아, 몇 가지 패션 팁을 알려줬는데, 옷 잘 입는 게 고시 공부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엄살을 떠는 바람에 배꼽 잡고 함께 웃었습니다. 그날 필자가 “이변! 오늘 반바지에 운동화까지는 다 좋은데, 목이 긴 양말이 좀 안 어울리네” 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양말을 벗어 던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시니어들이 원래 패션을 싫어하거나 기피만 하는 게 아니라, 코디에 관한 기본 지식과 용기가 조금 부족하고 변신의 계기가 딱히 없기 때문이라는 확신을 한 번 더 가지게 됐습니다. 그 순간 필자는 희망을 봤습니다. 대한민국 시니어들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은퇴 후엔 나이로 사는 게 아니라 역할로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은퇴 후에도 비록 배역(?)은 바뀔지 모르지만, 여전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은퇴 후엔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는 것입니다. 100세 시대, 은퇴 후에 사회적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모 경쟁력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계급장 뗀 후엔 외모가 명함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외모 경쟁력을 키우는데 패션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다행히 요즘 유튜브만 봐도 시니어패션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은 넘쳐납니다. 남보다 빨리 패셔너블해 지고 싶다면, 트렌드부터 먼저 파악하면 됩니다. 아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꾸 입어보고 시도부터 해 보는 겁니다. 처음엔 너무 파격적인 스타일보단 안전한(?) 스타일 위주로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작은 변화부터라도 일단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자는 요즘 화두이기도 한 ‘씨티 클래식(CITY CLASSIC)’ 같은 스타일을 추천합니다. 그러다 조금 자신이 붙으면, 차츰 좀 더 젊고 트렌디한 스타일까지 도전해 보는 겁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당신의 패션과 주위 사람들의 리액션이 자신감마저 가져다줄 것입니다. 나이보다 젊고 트렌디한 패션으로 무장하고 자신감을 갖고 가슴을 활짝 편 채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해 보세요. 어쩌면 지나가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다시 쳐다보는 사람도 생길지 모릅니다. 꽃거지만 신스틸러가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꽃시니어’도 얼마든지 시선 강탈을 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들이여! 희망을 가지십시오. 비록 나이는 들고 몸은 늙었지만, 젊은이들이 갖지 못한 원숙함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게다가 원숙함을 받쳐 줄 깊게 파인 멋진 주름과 그레이 헤어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매력적이면서 농익은 시니어들만의 패션을 구사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살면서 패션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은퇴 후에도 죽는 날까지 사회의 일원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며,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의미 있는 인생을 살겠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패션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패션을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지성언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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