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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에는 있고, 대법원 1부에는 없는 것’

[라이프점프×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10주년을 맞이하며_8편

■김미정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법률지원팀장

육아휴직 복귀 후 전직된 두 사례

같은 법 적용했지만, 다른 결과 나와


2022년 임인년 흑호(黑虎)의 해,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1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해 <직장맘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3>으로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의 활동소개와 직장맘의 다양한 목소리, 일하는 여성의 삶을 기고를 통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미지=최정문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일을 제대로 못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제도에 대해서 문의하는 상담전화가 많이 왔다. 회사도 어려운데 노동자들은 오죽하겠냐며 회사대표가 정부지원제도라도 활용해 버텨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얘기의 또 하나 사례가 있다. TV노래경연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여성은 직장도 다니고, 아이도 키워야하는데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다고 한다. 겨우 15개월인 아이의 긴 울음에 이 여성은 욕심이 많았다고 자책하며 노래를 포기하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이 함께 잘 이겨 나가보자고,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더디지만 사회는 변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확실한 변화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롯데쇼핑 육아휴직 복귀 후 전직은 부당하다는 판결이었다.

대법원 2부, 주심은 ‘천대엽 대법관’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의 ‘불리한 처우’란 육아휴직 중 또는 육아휴직을 전후하여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육아휴직으로 말미암아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하므로, 사업주는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이유로 업무상 또는 경제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하고,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 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의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사용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규정의 문언, 체계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 따라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해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해,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

만약 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위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사업주가 위와 같은 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는 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하여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및 정도, 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발탁되는지 여부 및 정부,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하여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모·부성보호제도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들이 단어 하나 빠짐없이 외웠으면 좋겠는 판결문이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이 죄인인 냥 동료들에게 미안해해야 하고, 상급자 눈치를 봐야 하고, 회사 최고 책임자가 ‘티가 나지 않게 못살게 굴어서 나가도록 종용하라’고 하는 소리나 들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은 이제 그만 되풀이돼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이 판결이 있은 후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판결이 나와 분노를 사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의 판결이다. 아이에게 먹이는 분유가 주요 업인 남양유업에서 발생한 부당전직에 대해 박정화 대법관은 천대엽 대법관과 똑같은 법을 적용하면서도 광고팀장 -> 팀원 -> 공장 -> 물류센터의 과정이 육아휴직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다는 사측의 말을, 증거자료도 없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천 대법관이 언급한 육아휴직 후 복귀 시 전직으로 인해 생길 생경함, 두려움으로 육아휴직 신청 및 사용을 꺼리게 될 이유가 충분함을, 그러한 일이 너무나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왜 박 대법관은 모르는지 궁금하다. 백번 양보해 그런 현실을 모른다고 치자. 남녀고용평등법이 왜 만들어졌는지는 알아야 할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회사가 모·부성보호제도를 신청하는 노동자들을 회사마음대로, 회사 편의대로 하라는 법이 아니라 임신하고, 애를 낳고, 육아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 일·생활균형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런 판결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전 광고팀장은 굳건하게 남양유업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겪으면서 굳건하게 많은 여성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있어 오늘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김미정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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