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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다가올 새해 '다중 침체' 대비하라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2022년이 끝나가고 있다. 투자가 쉬웠던 적은 없지만 올해는 특히 주식과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힘든 시간이 길었던 만큼 새해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가고 언제나 그랬듯 희망적인 메시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인상 중단 시점이 가까워진다는 전망에 기대를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 인상만 멈추면 투자 여건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경기 침체가 막상 닥치면 경기 저점을 통과하면서 다시 우리가 투자의 출발선에 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있다.

필자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상하며 2023년 중 경기 저점의 통과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통과하는 경기 저점이 ‘진짜’ 저점이냐는 점이다. 현재 실물경제를 괴롭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예상보다 정말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되고 있지만 다행히 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이 문제가 2023년에 수습되고 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물가가 잡히고 나면 동시에 소비와 소득의 감소가 뒤따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업의 영업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고 기업 실적 감소는 투자와 신규 고용을 자제하는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노동력 부족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활동이 왕성해지는 선순환의 연결 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도 확인이 됐다. 1970년대 오일쇼크에 따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졌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진행됐다. 긴축의 영향은 1980년 2분기와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각각 -0.8%, -1.6%를 기록하게 하며 침체를 만들어 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인플레이션 지표는 빠르게 안정되기 시작했고 물가가 안정되자 경기는 저점을 통과하며 회복하게 됐다. 그런데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자 수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쏟아져나와 1980년 초 6.3%였던 실업률은 4분기 연속 역상장을 보이며 1982년 10.7%까지 폭등했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시간이었다. 이 과정을 현재 상황과 비교한다면 물가가 안정되고 고용 시장이 완전 고용 상태이기 때문에 펀더멘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꽤 낙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2023년 경기 저점 통과가 분명히 투자의 기회일 수 있다. 이 투자 기회가 일정 시간과 추세를 확보하는 상황에서 주어진다면 고민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순환적 기회로써 기간과 기대 수익률이 한정된 경우라면 투자 기회를 잡음과 동시에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과 기준 설정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 고금리 시대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해당 기간에 유망한 투자자산은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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