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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에 맞이한 황금기”···글쓰기 강사 10년 차, 정년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 행복

■<나는 액티브 시니어다>의 저자 윤석윤 씨

인생 1막에 30여 개 직업 가져…진짜 꿈은 ‘교수’

퇴직 후 시작한 독서토론모임 계기로 글쓰기 수업 듣게 돼

성실함 인정받아 글쓰기 강사 제안 받아, 인생 1막 꿈 이뤄

<나는 액티브 시니어다>의 저자 윤석윤 씨/사진=정혜선


인생 2막을 시작할 때 한 번쯤 되새겨볼 옛말이 있다. 아무리 큰일이라도 작은 일부터 시작된다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데 있어 아직 첫걸음도 떼지 않았는데, ‘대박’부터 바라는 경향이 있다. <나는 액티브 시니어다>의 저자 윤석윤 씨는 인생에서 첫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삶을 통해 말해준다.

퇴직 후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는 인생 두 번째 삶의 직업이자 그가 액티브 시니어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한번 시작하면 완벽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그의 성격도 액티스 시니어로 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어 6년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시 필사를 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말하는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다. 인생 1막 때와는 달리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정년 없이 일할 수 있어서다. 글쓰기 강사로 두 번째 삶을 활짝 연 윤석윤 씨를 서울경제 라이프점프에서 만나봤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인생 중반에 새로운 길을 모색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액티즈 시니어 윤석윤이다.”

- 오, 이름이 이효리처럼 어떻게 읽어도 ‘윤석윤’이다.

“맞다(웃음). 이름이 특이해서 동명이인이 없을 줄 알고 찾아봤는데 있더라.”

- 방금 ‘액티브 시니어’라고 소개했는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지금 프리랜서 강사 생활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주력 분야는 독서 토론과 글쓰기다.”

- 교육대상이 어떻게 되나.

“초등학생부터 7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학교에서 글쓰기나 독서 토론 관련 강연 제안이 들어오면 진행한다. 글쓰기 강사를 시작하고 대학교에서 2년 정도 초빙 강사로 활동한 적도 있다. 일반 시민 대상으로는 지역 도서관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독서 토론이나 글쓰기 쪽 강의를 한다.”

- 원래 글쓰기 관련 일을 했었나.

“전혀 아니다. 나는 인생 1막에 직업이 많았다(웃음). 수산회사, 무역회사, 엔지니어링회사, 마케팅 회사, 교육회사 등 30여 개의 기업에 다니며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해외 생활도 15년간 했다. 그렇게 직업이 많았지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거라고 하면 꿈 말인가.

“맞다. 어릴 적부터 교수가 하고 싶었다. 30대 중반에 여러 직업을 거쳐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아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분의 부탁으로 부산에 머물며 대표로 취임해 그분의 회사 운영을 도왔다.”

이미지=북바이북


- 그럼 퇴직을 앞두고 글쓰기 강사를 준비한 건가.

“아니다. 2015년에 <은퇴자의 공부법>이라는 책을 세 명이 공저했다. 그때 한 분은 정퇴자(정년퇴직), 다른 한 분은 조퇴자(조기퇴직), 나는 졸퇴자(졸지에 퇴직)로 소개했다. 이 ‘졸퇴자’라는 말처럼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준비없이 퇴직하게 됐다.”

- 그럼 글쓰기를 시작한 건 언제인가.

“회가 경영이 어려워 졸퇴자가 됐지만, 이후에도 몇 년간 무역업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정리하면서 진정한 ‘졸퇴자’가 된 거다. 그때 지인의 추천으로 독서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게 기회가 돼 글쓰기로 이어졌다.”

-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고 해서 모두 글쓰기 강사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 과정이 궁금하다.

“경기도 분당의 한 교육문화센터에서 6주 과정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글쓰기 수업에서 내준 숙제 한 번이 글쓰기에 대한 내 생각을 확 바꿨다.”

- 어떤 숙제였나.

“주제는 간단했다. 가족 이야기를 쓰는 거였다. 성격상 대충 아는 대로 쓰는 게 잘 안된다. 그래서 아버지를 통해 짧게 들었던 할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1910년에 군수가 되면서 친일파로 분류가 됐다. 24년간 군수로 지내다 40대 후반에 퇴직 후엔 할머니가 조산원으로 일을 시작했더라. 나의 어머니가 할머니의 제자로 아버지와 인연이 돼 결혼 후 나를 낳았다. 이렇게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인연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 ‘가족 이야기’를 쓰기 위해 그렇게까지 조사를 하다니, 대단하다.

“당시 친일파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을 때였다. 그래서 숙제로 쓴 글을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친일파 후손이 사죄드린다’라는 제목으로 비공개로 올렸다. 이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이 연락이 와 공개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 글 덕분에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석희 씨를 만나 인터뷰도 했다(웃음).”

- 그런 경험 후 글쓰기에 대한 확신이 들었나.

“그렇다. 글을 더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당시 수업을 들었던 강사의 추천으로 대학원에 다니듯 숭례문학당에서 글쓰기 수업을 꾸준히 들었다. 그때 글쓰기 수업과 함께 독서 토론 수업도 함께 들었다.”

- 글쓰기 강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학원과정이 보통 2년 반 아닌가. 나는 글쓰기 과정을 대학원수업이라 생각하고 2~3년 정도 꾸준히 들었다. 그랬더니 기회가 찾아오더라. 먼저 기회가 온 것은 독서 토론 강사였다. 수업을 들었던 강사의 추천으로 숭례문학당에서 독서 토론 관련 수업을 했다. 이후 1년여 만에 글쓰기 강사 자리를 제안 받게 됐다.”

- 글쓰기 강사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사실 너무 좋았다(웃음). 항상 그때 당시에 대해 물어보면 나이를 먹으니까 욕심이 배 밖으로 나와 실력이 부족함에도 받아들였다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회를 잡았다. 글쓰기 강사를 하면서 교수가 되고 싶었던 내 꿈도 이뤘다. 실제로 글쓰기 강사 생활을 10여 년간 하면서 2년 정도 대학에서 초빙 강사를 하기도 했다.”

사진=정혜선


- 글쓰기 수업을 들은 사람이 많은데, 윤석윤 씨에게 강사 제안을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도 강사 제안을 받고 추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모든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숙제를 100% 다 냈다. 그리고 강사가 첨삭 전에 상, 중, 하로 강도를 정하라고 했는데, 나는 ‘상’을 선택했다. 정말 글을 낼 때마다 엄청나게 깨졌다. 그야말로 빨간 고추밭인 글을 받아 들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열심히 글을 써서 냈다. 그 덕분에 나를 좋게 봐서 강사로 추천한 게 아닌가 싶다.”

- 이야기를 들으니 글쓰기 강사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야말로 ‘액티브 시니어’ 같은데, 윤석윤 씨가 생각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어떤 시니어인가.

“나이는 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생 후반에도 자기 일을 갖고 활발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게 액티브 시니어다. <100세인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장수 노인들의 특징이 네 가지다. 하나는 자기 나이에 맞게 활동하는 거, 다른 하나는 섭생, 세 번째는 밥심, 마지막이 관계다. 이 네 가지를 기억하면서 평생을 액티브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 스스로 ‘액티브 시니어’라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사실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다. 현역에 있을 땐 매출 등 신경 쓸게 많아 스트레스가 많았다. 지금은 정년없이 즐겁게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는게 너무 좋다. 내가 이렇게 활기찰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관계의 힘이 크다. 수강생들이 ‘강사님’이라 불러주고, 교육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또한 수강생들과는 모임을 통해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게 내겐 큰 힘이된다.”

- 액티브 시니어를 꿈꾸는 중장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가장 먼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 2막에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일단 집 근처 도서관에 가라. 도서관에는 중장년을 위한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이 많다. 그 수업을 듣다보면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해준다면.

“<이오덕의 글쓰기>,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결론부터 써라>, <글쓰기 정석> 등이다.”

-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하고 싶은 게 아직 많다. 먼저 서평집을 내고 싶다. 처음 글을 배운 이유도 서평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림을 좋아해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에세이 집을 내려 한다. 사실 지금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준비 중이긴 하다(웃음). 그 책을 내기 위해서라도 그림 그리기를 더 하고 싶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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