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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된 공간에서 ‘경험’을 파는 방법

[라이프점프×썸데이기자단]

예비창업자 위한 카페부터, 맥주 마시는 카페까지

지역 주민에게 경험 줄 수 있는 우리 매장의 가치 확립이 우선

청맥살롱/사진=썸데이기자단


흔히 커피값이 아니라 “자리값”을 낸다고 한다.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기꺼이 그 값을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경험으로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면, 그것이 팝업스토어든 동네카페든 입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공간이 메뉴가 된 시대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된 ‘공간’은 소비 패턴 또한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팝업스토어가 생기고, 카페는 사무실이 되고, 빈집은 다른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즉 ‘공간’이란, 더 이상 벽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한정된 물리공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경험을 파는 공간을 소개한다.

서울시 동작구 서달로에 있는 청맥살롱은 문화기획사 ‘다랑어스토리’의 오프라인 사무실이자 동작구 주민들의 문화아지트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최지애 대표의 염원대로,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내며 지역 주민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었다. 실제로 청맥살롱은 중앙대학교 학생들에게는 ‘공부하기 좋은 공간’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청소년에게는 문학의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지역주민들에게는 공연과 전시, 독립서적을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 모든 것은 매달 달라지는 컨셉 덕분에 가능했다. 평일에는 북카페와 회의실 대관으로 수익을 유지하고, 월별 재즈 라이브 공연, 글쓰기 특강, 작가와의 만남 및 독서모임, 그리고 창업동아리 지원, 플리마켓 등의 행사와 같은 지원을 통해, 특별함을 제공한다.

소비자를 놓치지 않고 트렌드를 읽어내는 매장 크루들의 검색 능력도 한몫한다. 커피 외에도 맥주, 떡볶이, 크로플 등 다양한 메뉴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내고, 직접 북큐레이션을 해 동네 서점이었던 청맥서점의 명맥을 이어간다. 기존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있는 동네 문화공간이다.

청맥살롱에서 열린 재즈콘서트/사진=썸데이기자단


소설 오일장 카페의 콘셉트는 ‘예비창업자’다.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일별, 월별, 연별로 새로운 카페 창업 희망자 대상으로 운영, 영업, 브랜딩 전반에서 경험을 쌓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 오일장은 일종의 공간임대업이다. 빈 공간의 개념을 확장해 예비창업자를 소비자로 보았다. 소정의 참여비에서 수수료를 제외하고, 매출은 참여자에게 그대로 돌아간다. 강병석 소설 오일장 대표에 따르면 소설 오일장은 “공간을 잠시 데워두는 역할”을 한다. 그것을 불 지피는 것은 참여자와 지역 주민, 즉, 사람의 온기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공간, 소설 오일장(루아르 커피 바)이 지역 주민에게 주는 가치다. 실제 소비자들은 ‘새로움’에 매료돼 팝업스토어를 놀러 가는 기분으로 카페를 방문하곤 한다. 특정 매장이나 메뉴의 팬이 될 경우, 본인이 지정한 날에 커피와 메뉴를 먹으러 가는 풍경도 흔하다. 실제 사당점 참여자였던 ‘카페브리지’ 사장은 운영하던 공간을 인수해 어엿한 가게의 주인이 됐다. 이렇듯 ‘소설 오일장’이라는 공간에서, 창업자의 또 다른 공간을 지원하는 것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핵심이 된다.

예비창업자에게는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루아르 커피 바를 운영하던 강병석 대표는 “내가 카페를 창업할 때는 뭐가 필요했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답했다. 바리스타들의 최종 목표는 90%가 본인의 브랜드를 가지는 것인데, 실현하기에는 냉정한 현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고, 알아도 더 냉혹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소설 오일장이다. 실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그라인더, 커피머신까지 갖춰놓고 원가와 이윤계산까지 전부 직접 해볼 수 있다.

소설 오일장 창신 아지트/사진=썸데이기자단


상권별로 타깃이 다른 것도 예비창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포인트 중 하나다. 예컨대, 창신 아지트는 동대문역에 위치해있어 사진을 찍으러 가기 좋아하는 2030 MZ세대 소비자들 유입하기에 적절한 상권인 반면, 사당점의 경우에는 어르신까지 방문할 수 있는 동네 상권이다. 이렇듯, 소설 오일장의 다양한 ‘공간’에서 매장 경험을 쌓는다면,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시간 또한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두 카페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자리 잡은 비결은 다름 아닌 콘셉트다. 인테리어도, 상권도, 이벤트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진심을 담는 것이다. 특히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영세업자라면, 충분히 상권을 타깃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새로운 메뉴를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경험을 주는 공간은 스토리가 있고, 비전이 있다. 책장에 올려진 오브제 하나, 액자의 크기 하나하나 모두 콘셉트와 방향성에 맞춰 고심한 결과다. 진심은 비전이 얼마나 확립됐는지로부터 비롯된다. 내가 왜 이 카페가 이 지역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이 식당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진심이 전달된다.

이러한 진심을 소비자가는 알아보는 시대가 됐다. 충분히 가치를 느꼈다면, 그들은 움직일 것이다.

한수빈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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