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로터리]건강한 노년, 빅데이터가 핵심이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챗GPT가 아닐까 생각한다. 빅데이터를 학습시켜 인공지능(AI)을 구현한 알파고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처럼 수능시험을 보고 특정 주제에 대해 글도 쓸 줄 아는 AI 로봇의 등장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러나 강호의 수많은 고수들의 잘 정리된 기보와 같은 빅데이터가 없었다면 알파고나 챗GPT의 탄생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듯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데이터 표준화 및 디지털플랫폼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비식별화해 제공하는 한편 이종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을 지원해 빅데이터 융합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보건 의료 측면에서는 치매 등 그동안 제공되지 않던 질병 정보까지 확대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상 공공기관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 2025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 자신의 노년기는 골든라이프가 되길 희망하지만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또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더라도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보험사들도 피보험자의 자발적인 건강 증진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가령 걸음 수, 운동량 등이 일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경우 포인트를 적립해주거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험 상품들은 건강 증진을 위한 유인은 될 수 있어도 개별 피보험자의 건강 상태, 식습관, 생활 패턴을 분석해 적절한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앞으로 보험 서비스는 질병의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맞춤형 헬스케어가 포함된 보험 상품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최적의 맞춤형 헬스케어는 얼마나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수집돼 있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현재 생명보험 등 상해·질병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의 가입 건수는 3억 9000만 건, 매년 지급되는 보험금은 약 142조 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4% 수준이다. 이러한 보험 계약들이 어떻게 유지되고 무슨 질병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지 등에 대한 시계열 정보는 최적의 맞춤형 헬스케어 제공에 필요한 빅데이터 구축에 유용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매년 쌓이고 있는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분석해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헬스케어와 치매·간병 서비스 등을 강화해 보험 소비자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로 단기적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자칫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뼈아픈 절망은 이러한 실패가 아니라 시도조차 못했다는 허무함이 아닐까. 보험 산업이 피보험자의 헬스케어 파트너로서 국민 모두에게 건강한 노년을 안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