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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보단 ‘아쉬움’이 나아···강박 버리는게 뇌에 이롭죠”

‘평생 젊은 뇌’ 펴낸 손유리 서울정형외과·신경과 원장

건강 강박증은 오히려 뇌 노화 촉진해

잘 먹고 마음 편히 노는 게 뇌에는 좋아

가볍게 생각하고 즐거운 활동 필수

"부담없고 유익한 뇌 건강서 됐으면"

손유리 서울정형외과·신경과 원장


손유리 서울정형외과·신경과 원장의 하루는 바쁘다. 낮에는 신경과 전문의이자 22명 직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병원의 경영자로 진료부터 병원 살림까지 온종일 종횡무진 뛰다가 저녁이면 두 아들의 엄마이자 가족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또 부지런히 해낸다. 24시간도 모자라지 싶은데 벌써 수년째 건강 정보를 담은 유튜브 채널 ‘브레인튜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첫 책 ‘평생 젊은 뇌’까지 펴냈다.

“책은 꼭 한번 쓰고 싶었어요. 시중에 나온 뇌 건강에 관한 책은 무슨 연구소나 의학 기자가 쓰거나 아니면 해외 번역서가 대부분이잖아요. 전문 정보를 담고 있지만 뇌 건강을 챙기고 싶은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뇌에 관한 가장 쉽고도 유익한 책을 쓰는 게 목표였죠.” 인천 부평에 위치한 서울정형외과·신경과의원에서 만난 손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손 원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신경과 전문의가 된 후 서울시 치매안심센터와 서울부민병원 등 여러 종합병원에서 근무했고 지난해 정형외과 의사인 남편과 함께 서울정형외과·신경과를 개업했다. 책을 언제 썼을까 헤아려보니 딱 개업을 했을 시점. 한창 바쁠 때 원고 정리에만 꼬박 1년을 투자한 이유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뇌 건강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은 보통 뇌가 늙어갈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뇌를 잘 쉬게 하고 즐거운 자극을 준다면 뇌도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다”며 “실제로 제가 만나는 환자 대부분이 뇌 손상을 입은 후 저를 찾으신 분들이지만 지금은 일상으로 회복해 건강히 잘 지내신다”고 했다.



그렇다면 손 원장이 말하는 평생 젊은 뇌를 지키는 요령은 무엇일까. 간단하게는 ‘잘 먹고(Eat), 잘 자고(Sleep), 잘 노는 것(Play)’이라고 한다. ‘ESP’로 이름 붙인 활동을 부연하자면 좋은 먹거리를 챙겨 먹고, 잠을 깊게 자고, 뇌에 자극을 주는 즐거운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손 원장은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노는 것(P)’”이라며 “다른 말로는 ‘인지 예비력’을 키운다고도 말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외국어를 새로 배우고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등의 활동은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줘 뇌를 젊게 만든다”고 했다.

다만 이때 ‘완벽하게 놀아야지’와 같은 강박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한다. 그는 “몸에 나쁜 걸 먹으면 큰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남들보다 훨씬 잘 놀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마치 숙제하듯 건강을 챙기는 일은 오히려 뇌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손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나도 이것저것 잘하려고 애쓰다가 ‘번아웃(소진)’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완벽하게 병원을 꾸려가고 싶다는 욕심, 환자들에게 최고의 진료를 하고 싶다는 바람, 좋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꿈 등에 눌려 완전히 탈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모든 일을 조금 가볍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저도 매일의 진료가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늘은 어떤 환자를 도울 수 있어 기뻤다. 그렇지만 완벽히 돕지 못한 사람이 있어 조금 아쉽다’ 정도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의 꼼수인 셈인데, 제가 건강한 정신으로 환자분들을 대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가까운 병원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도 손 원장의 조언이다. 환자에게 진료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주는 1차 의료기관을 찾아 여러 고민을 토로하다 보면 뜻밖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대부분 문제는 정신 건강과 연관돼 있다고 하지만 저는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보면 몸부터 먼저 돌아보라고 말해요. 기분이 너무 처지면 혹시 전날 잠을 설친 건 아닌지, 혹은 어깨가 결리는 게 아닌지를 생각해보라는 거죠. 보통 마음과 몸 둘 중의 하나라도 좋아지면 사람은 힘이 나니까요. 동네 병원 의사가 마음의 고통을 당장 고쳐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몸은 고쳐줄 수 있어요.”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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