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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댄스 위드 AI

[인생2막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5>

■정남진 시니어 소셜미디어 마케터

생성형 AI의 콘텐츠, '감흥' 없는 한계

나만의 ‘오리지낼리티’만 감동 줄 수 있어

시니어 풍부한 경험, ‘오리지낼리티’ 자원

경험과 지식 활용하면 AI와 공존할 수 있어



이미지=최정문


인공지능 챗봇의 포문은 챗GPT가 먼저 열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이 등장했고, 구글의 바드가 참전을 선언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세계 대전’의 1차 대진표가 갖춰진 듯하다. 챗GPT는 신선했고, 빙은 야심만만해 보이고, 바드는 어쩐지 더 갖춰진 것처럼 보인다.

챗GPT는 신선, 빙은 야심만만, 바드는 더 갖춰진 듯

인공지능 덕분에 디지털 세상은 갑작스럽게 콘텐츠 풍년을 맞고 있다. 그냥 풍년이 아니라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콘텐츠 ‘범람’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 영역에서 AI는 말 그대로 혁명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요 몇 달 챗GPT를 비롯해 빙과 바드까지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콘텐츠를 경험해 본 소감은 ‘감탄’은 넘치는데 ‘감흥’은 덜 하다는 느낌이다. 인공지능이 생성해 내는 콘텐츠에는 어쩐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에는 개성과 취향, 격과 시선이 묻어나는 법인데 인공지능 콘텐츠에서는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한계다.

풍요일까 범람일까

구글의 바드에게 ‘왜 그런가’하고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해 보니 “AI 시스템은 사전에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학습되지 않은 영역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은 생성할 수 없다”고 답한다. 바드의 답은 어쩐지 ‘모범 답안’으로 세팅해 둔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이쯤 되면 이런 우려도 든다. 생성형 AI 콘텐츠의 과잉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들을 솜씨 좋게 버무린, 그렇고 그런 복제 콘텐츠가 세상에 넘쳐 나게 되는 건 아닐까.

AI에 오리지낼리티, 즉 독창성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이지만 아직은 오리지낼리티가 ‘없다’는 쪽의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해 보인다. 내가 프롬프트 기술(AI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명령을 내리는 것)을 능수능란하게 발휘해 AI로부터 화려한 콘텐츠를 뽑아낸다고 해도 사실 그건 나의 콘텐츠가 아니다. 그래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챗GPT를 두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표절 시스템(high-tech plagiarism system)’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사람의 진가, 개인으로서의 가치가 발휘될 수 있다. 나만의 것, 이것저것 버무린 것이 아닌 나만의 독창적인 것. 이것이 바로 ‘사람의 진가, 나의 가치’인 오리지낼리티다.

왜 오리지낼리티인가

콘텐츠는 참 묘하다. 똑같은 언어, 똑같은 문자를 쓰는데도 그것이 글이 되고 콘텐츠가 되면 생산하는 사람의 인격과 감성, 미세한 유머 감각까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람들은 나만의 것,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나만의 독창적인 것을 보면 감동한다. 오리지낼리티의 힘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오리지낼리티를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고, 그들 자신의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비틀즈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오리지낼리티 체험을 이렇게 전했다. “오리지낼리티란 무엇인가. 열다섯 살 때 처음 비틀스의 노래를 라디오로 들었을 때, 몸이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어째서인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사운드였다. 그들은 한마디로 오리지널이었다. 다른 사람이 지금껏 한 적이 없는 음악을 했다. 그들은 뭔가 특별한 것을 갖고 있었다.” ‘뭔가 특별한 것’ 그렇다, 오리지낼리티만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시니어, 오리지낼리티, AI

요즘 시니어들은 콘텐츠의 금광을 보유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 게다가 훈련되고 절제된 감수성까지 있다. 시니어 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오리지낼리티의 좋은 자원을 갖추고 있다. 이 자원을 생성형 AI와 결합할 수 있다면 그 시너지는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챗GPT에게 시니어가 오리지낼리티를 개발하는 데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물었다.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1. 먼저 AI를 수용하라

생성형 AI가 콘텐츠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시대에 시니어들이 이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해 개인의 오리지낼리티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 AI를 영감의 도구로 활용하라

AI는 정보와 아이디어, 다양한 관점들이 모여있는 거대한 저장소다. 누구나 이곳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고, 영감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과 지식을 AI가 생성한 콘텐츠와 결합해 보라. 더 신선하고 독창적인 것을 창출할 수 있다.

3. AI와 협업하라

콘텐츠를 제작할 때 챗GPT나 빙, 바드 같은 AI 시스템과 협업해 보라. 적절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제시하고 AI의 반응을 끌어내 누구나 자신의 취향이 녹아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AI 협업 프로세스를 통해 시니어들도 자신의 오리지낼리티를 맘껏 표현할 수 있다.

쉘 위 댄스 위드 AI

오래전 ‘쉘 위 댄스’라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쉘 위 댄스’라는 말이 한창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끔은 농담으로, 가끔은 애교로, 또 어떨 땐 친근한 ‘협업’의 상징으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던 표현이었던 것 같다.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시 협업의 중요성이 얘기되고 있다. 이번엔 사람과의 협업이 아니라 AI와 협업이라서 조금 낯설긴 하다. 하지만 시니어가 인공지능 시대를 당당하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만의 것, 나만의 오리지낼리티를 개발하고, AI와의 협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볼 일이다. 챗GPT의 답변처럼 ‘수용하고, 활용하고, 협업하며’ AI와의 공존을 위해 지혜를 발휘해 볼 때다.
정남진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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