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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사업을 시작한 ‘김 대표님’에게 드리는 디지털 조언

[인생2막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16>

■정남진 시니어 소셜미디어 마케터

“오프라인 인맥으로 사업 확장 한계 느꼈다면 디지털로 눈 돌려야”

“인스타·페북 등과 친해지고 ‘연결’ 집적된 선두 플랫폼 활용하길”

/최정문 디자이너


꼬박 한 달째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갓 사업을 시작한 사업가의 호기심과 열정이 묻어난다. 김 대표는 60대 중반의 나이에 사업체를 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늦깎이 사업가다. 평생 공직에서 일을 해 온 터라 인맥이 넓고 경험도 풍부하다. 그걸 기반으로 영업 중심의 비즈니스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오전엔 영업처를 돌고 늦은 오후에야 사무실에 들어 온다. 언제나 그렇듯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그의 얼굴은 활기가 넘친다. 그럼에도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마냥 즐겁지는 않아 보인다. 잠까지 줄여가며 더 열심히 뛰어보지만 영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인적 네트워크에만 의존하는 데 한계가 느껴진다. 어떤 돌파구가 있을까. 지인들은 디지털 분야로 진출해 보라고 조언하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그와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진출’에 관한 것으로 집중됐다. 김 대표의 질문과 필자의 답변 일부를 글로 옮겨본다.

Q.답보 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영업을 확장할 돌파구가 없을까요.

“오프라인 방식에 한계가 온 듯합니다. 이젠 디지털로 진출할 때입니다.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나의 ‘수첩’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무궁무진한 디지털 인맥에 주목해 보세요. 시간 활용에 대한 관점도 바꾸어야 합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영업과 마케팅이 쉼 없이 이뤄지는 ‘잠들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게 디지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1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131조 원에 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세계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 규모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Q.디지털 진출이라면, 당장 홈페이지를 만드는 걸 말하는 걸까요

“먼저, 대화를 익혀야 합니다. 홈페이지는 다음 순서입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낯선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트고, 나의 제품과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 보십시오. 웹이 세상에 등장하고 인터넷 비즈니스가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한 중대한 원리 중 하나는 ‘디지털 시장은 대화로 작동된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나의 비즈니스가 쑥쑥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지털 대화에 능숙해야 합니다.”

Q.디지털 대화를 잘 하는 비결은 뭘까요?

“먼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친숙해지세요. SNS의 묘미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입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디지털 친구’가 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나긋함과 다정함이 몸에 밴 디지털 화법과 문화도 익혀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디지털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들을 모아 ‘연결’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들이 모이면 사업으로 이어집니다. 당장 SNS 계정을 만들어 운영해 보세요. 낯선 사람들과 나긋나긋한 대화를 선호한다면 인스타그램, 기존의 지인과 새로운 사람을 동시에 만나고 싶다면 페이스북, ‘촌철살인’류의 재치 있고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하다면 엑스(X, 구 트위터)나 스레드, 글쓰기를 즐긴다면 블로그, 말하기에 재능이 있다면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선택해 보세요.”

Q. 회사 홈페이지를 구축할 때는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까요?

“홈페이지는 바로 이 ‘연결’들이 집결되는 공간입니다. 웹 용어로 말하자면 ‘트래픽’입니다. SNS 등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연결(혹은 트래픽)이 회사의 홈페이지로 모여들고, 모여든 연결들이 매출로 전환된다면 성공한 홈페이지가 됩니다. 성공적인 회사 홈페이지의 비결이란 화려함이 아니라 실용성에 있습니다. 소박하더라도 ‘연결’이 모이는 공간, 매출이나 거래가 발생하는 생산성이 높은 공간으로 꾸미면 됩니다.”

Q. 외부로부터의 연결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끌어올 수 있을까요?

“업계의 선두 플랫폼과 친숙해지길 권합니다. 플랫폼이란 이런 ‘연결’이 고도로 집적된 공간입니다. 펜션 사업을 하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홈페이지만 화려하게 만든다고 해서 연결이 저절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플랫폼을 활용해야 합니다. 야놀자나 여기어때 같은 이 업계의 선두 플랫폼과 제휴를 하게 된다면 많은 트래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사업을 하는 경우라면 네이버 같은 포털 플랫폼과 제휴하는 길을 모색해 봐야 합니다. 디지털 진출을 맘먹은 이상 자나 깨나 이 ‘연결’의 규모를 키우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올해로 사업 출범 3년째를 맞고 있는 김 대표. 그가 디지털 대화를 익히고, 수많은 ‘연결’을 일으켜 부디 디지털 진출에 안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 인프라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요즘 세상에, 그가 ‘잠들지 않는’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해 다음 단계로 도약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니어로 접어든 많은 이들과 함께 그의 건투를 간절히 빌어본다.
정남진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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