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근로자의 이직, 전직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업 내 경력 전환을 통한 지속적인 고용도 중요합니다.”
최영범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지난 26일 열린 ‘제5회 리워크 컨퍼런스’에서 진행한 ‘고령자 고용 정책방향 및 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 과장이 지속적인 고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우리나라 중장년 근로자의 일자리 퇴직 패턴에서 보이는 특징 때문이다.
통계청의 올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52.8세다. 근속 기간은 평균 17년 6개월 정도다. 최 과장은 “조기 퇴직한 중장년의 상당수는 준비 없이 갑작스러운 퇴사를 경험했고 재취업에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렸지만 실질적인 정년은 많이 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일률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전체 기업의 22.0%로, 대부분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이다.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도 7% 안팎에 그친다. 최 과장은 “주된 일자리에서의 ‘인생 1모작’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강한 연공형 임금체계와 배치전환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경력 설계 및 관리가 안 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 과장은 이러한 원인을 해결할 대책으로 근로자의 ‘생애경력관리’를 제시했다. 일본은 국가 공인 자격인 ‘커리어컨설턴트’가 입직(入職)부터 승진·퇴직·재고용 등을 거쳐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할 때까지 근로자의 경력을 관리한다. 국가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국민의 건강상태를 관리하듯이 경력 역시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최 과장은 “과장·부장·임원으로 가는 하나의 커리어패스가 아닌 다양한 직무·직렬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퇴직을 앞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근로자 1000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 과장은 “근로자가 이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순간 ‘나는 이제 퇴직을 해야 하는 구나’라는 불안감을 느끼는 등 제도에 약간의 허점이 있다”며 “40세 이상이면 생애 진단을 해보고 기업의 다양한 커리어패스를 따라 정년에 이르거나 적합한 산업 및 직무에 맞는 직장으로 이직하도록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의무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나 구직자는 장기적으로 중장년내일센터 등에서 생애경력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은퇴가 시작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경우 은퇴 희망 연령이 73.3세로 조사될 만큼 이들의 일하려는 의지는 큰 편이다. 다만 일자리의 질이 주된 일자리보다 낮거나 주 근거지를 떠나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목을 잡는다. 최 과장은 “전국 단위로 일자리를 찾고 각종 단체, 협회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본인의 경력에 맞게, 또는 조금만 전환해도 괜찮은 일자리로 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속 고용, 정년 연장 등과 관련한 논의는 현재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다루고 있다. 최 과장은 “경사노위에서 합리적인 안이 도출되면 관련한 제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일본, 싱가포르처럼 정년 연장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사정과 근로자의 여건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고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령친화적 근로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기업은 산업재해 부담 때문에 고령자 채용에 소극적이다. 실제 근로자 사고사망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2021년 42.5%에서 2023년 45.8%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최 과장은 “고령 근로자들의 심층적인 건강 진단이 필요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휴게실 설치를 지원하는 등 정부도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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