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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원(Best One)’에서 내려온 중장년, 이제 가슴 설레는 ‘온리 원(Only One)’으로

[중장년 새출발 가이드]<18>

■표성일 라이프 앤 커리어 디자인 스쿨[LCDS] 대표



‘꼴’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의미하는데, 어떤 형편이나 처지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삶과 일 속에서 자신의 형편이나 처지가 다양한 상황에 처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꼴‘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다. 그 용어의 대중적인 면을 빌려 현시대 중장년들이 겪는 삶과 일의 변화를 논해보고자 한다.

오래전 동창과 나눈 이야기다. “너는 퇴직해서 어떤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니”라는 질문에 그는 “주 5일 일하면서 정시 출퇴근이 가능하고, 빨간날(휴일) 놀면서 200만 원 정도 받는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변했다. 다른 동창의 답변은 “일주일에 2일이나 3일, 혹은 반나절 일하고 손주들에게 용돈 주고, 친구들과 소주 한잔할 수 있는 돈이라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였다. 이는 자신들이 바라는 꼴, 즉 미래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였다.

꼴도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삶의 두드러진 사이클을 기반으로 삶과 일의 꼴도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장년은 25세 전후까지 교육을 받았다. 그를 기반으로 일자리의 세계에 접어들어 가족 부양 등을 위해 일하다가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다. 이어서 70대 중반까지 다양한 가교 일자리에서 일하다가 이후에는 삶의 황혼기를 맞이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꼴의 변화를 사이클로 전환해보면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각각 0~25세, 26~50세, 51~75세, 그리고 75~100세로 나뉜다. 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 그리고 하루 24시간에 비추어 본 아침 6시, 정오, 오후 6시, 자정으로도 은유해 보면 그 흐름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 현재 통계상으로는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49세에 퇴직하고, 이후의 가교 일자리에서는 72세쯤에 떠나는 점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바람직한 꼴

몇 해 전 작고한 우리 시대의 석학 이어령 교수는 ‘베스트 원(Best One)’, 즉 ‘뛰어난 한 사람’이기보다는 나름의 역량에 기초해 ‘어디에도 없는 한 사람’을 의미하는 ’온리 원(Only One)’을 지향하라고 말했다. 필자는 ‘온리 원’은 ‘특별한 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는 ‘스페셜 원(Special One)’으로도 이야기하고 싶다.

삶과 일의 네 가지 사이클과 꼴을 그림으로 표시해 보면 아래와 같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사이클에 기반했다.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람직한 삶과 일의 꼴 변화. 표성일 제공


첫 번째 사이클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다. 태어나서 아기 걸음을 하다가 이윽고 세상에 나갈 교육과 준비를 마치는 기간이다. 이는 미래 삶과 일의 기반을 다지는 1기 꼴인데 그때까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평범한 나’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이클은 ‘베스트 원(Best One)’, 즉 ‘최상의 나’가 되려고 노력하는 시기다. 각자 삶의 주된 일자리를 찾는 준비를 하고, 입직해 사회인으로서 활동하는 시기이자 대부분 남보다 뛰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다. 대부분은 가족 부양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삶에서 가장 많은 보수나 수입을 울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는 주로 밖으로 나타나는 외재적 가치에 중점을 둔다.

세 번째 사이클은 ‘온리 원(Only One)’이다. 이는 ‘하나뿐인 나’를 지향하는 시기다. 이제 두 번째 사이클을 벗어나서 진정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전환점을 맞는 시기다. 이전의 경쟁사회에서 요구하는 ‘베스트 원’이라는 개념을 벗어나서 독특한 자신을 찾아서 자신이 원하던 일도 해보는 시기다. 이때는 주된 일자리에서 나와 가교 일자리에서 일하는 가운데 자기실현을 지향하거나, 사회공헌 일자리에서 일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온리 원’이라는 개념이 가능한 것은 두 번째 사이클의 핵심인 가족부양, 경쟁이라는 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을 들녘, 저녁노을처럼 멋진 삶의 황금기가 아닐까. 이때부터 비로소 자신이 중시하는 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자연스럽게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

마지막 사이클은 다시 회귀하여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되어 남은 삶을 영위하는 시기다. 이는 다시 평범했던, 무언가를 다시 준비하거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면서 정리하는 시기다. 어릴 때 네 발로 걷다가 세 발, 두 발로 걷게 되는 순의 역순으로 두 발에서 세 발, 네 발로 회귀한다.

전체적으로 다시 논해보면 1기는 ‘교육과 성장’, 2기는 ‘경쟁과 성취’, 3기는 ‘자기 발견과 기여’, 4기는 ‘회귀와 평온’이라는 용어로 대변할 수 있는데,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추구했다가 ‘독특함’의 세계 이후에 다시 ‘평범함’의 세계로 돌아간다.

중장년들의 연령대인 3기 꼴부터의 삶과 일은 치열한 생존경쟁이라기보다는 ‘소일 목적’, ‘건강 목적’, 혹은 ‘소소한 수입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온리 원’이라는 용어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얼까. 중장년으로서 시간의 흐름을 포용하는 나다운 꼴로 나다움을 찾아보자.
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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