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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엔지니어가 치킨집 사장으로

[라이프점프] 정병철의 소신발업(所信發業)(1)



대기업 재직 시절, 평소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총애를 받으시던 차장님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업부의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이라는 역풍을 피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6개월 후 뜬금없이 치킨집을 오픈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20년 가까이 대기업 엔지니어로서 착실히 경력을 쌓아오신 분이 치킨집 사장이라니... 애사심 충만하던 신입사원의 눈에 존경하던 직장 선배의 급격한 커리어 전환은(?) 많은 궁금증을 남겼다. 몇 년이 지난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차장님의 치킨집은 안타까운 결말을 맞았고, 또 다른 창업 아이템 탐색을 위해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석하신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에서 한번쯤은 들었을 법한 흔한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왜 평생직장을 위해 헌신하고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 전략기획 등의 커리어를 쌓아온 중년층들이 이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걸까? 물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건 당연지사.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 수 보다 국내 치킨집이 더 많다는 불편한 진실속에서도 치킨집을 오픈해야만 하는 이유가 말이다. 타 업종보다 자영업이 쉬워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자영업은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지만, 누구나 쉽게 성공하는 업종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장년층 대상의 대한민국 이직 시장에 있다고 본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임원급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이직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고 보는 편이 낫겠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지난 커리어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 경제활동의 대안이 결국은 진입장벽이 없는 자영업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평생을 해왔던 능숙한 일보다 울며겨자먹기로 익숙치 않은 일에 도전해야만 하는 우리 아버지들의 마음은 어떨까?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유럽의 선진국들은 평생을 쌓아온 커리어로 평생 직장은 아니지만 정년까지 해당 영역의 전문가로서 어려움 없이 직장 생활이 가능한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Outplacement, 퇴직자 또는 퇴직예정자의 재취업을 위해서 제공되는 일련의 서비스 프로그램을 의미) 시장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국내에도 이제서야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꿈틀대고 있지만 지원과 성장이 더디다. 지난 몇 년간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범국가적으로 쏟아부었던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이 가족의 생계라는 짐을 짊어진, 인생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4050세대들에게 확대되어 가길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을 통해 필자는 4050 세대들의 인생 2막에 대한 커리어 설계 및 여러 대안들을 (이직, 병행창업, 자영업 창업, 스타트업 창업) 직접 경험하며 느껴본 실전적인 이야기들로 풀어보고자 한다.

/정병철 마이샵온샵 대표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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