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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는 건 옛말 “친구가 있어 새 출발 두렵지 않아”

대전고 동창 4인이 함께 하는 중장년 창업
변호사·뱅커·교수가 각자의 주특기 활용
우리는 열심히 살도록 강요 받은 세대…하고 있는 일 집중하면 새로운 계기 생기는 것 아닐까
판사도 노후걱정해요…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게 있어 보람차

  • 박해욱 기자
  • 2020-04-21 07:37:10
형제끼리라도 동업은 하지 말라, 는 옛말이 있다. 눈물도, 피도, 깊은 정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증식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돈의 생리. 돈이 개입되면 피로 연결된 관계라 하더라도 ‘마(魔)’가 끼기에 가까운 사이일수록 동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우리의 뇌는 선행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볼 때 사업은 함께 하는 것이 맞다. 소위 창업의 첫 단추는 대박의 꿈이 아닌 리스크 분산에서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동업자가 많다는 것은 창업실패 위험을 ‘n분의 1’로 분산할 수 있기에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1명의 슈퍼맨 창업자가 사업의 모든 걸 챙기는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래. 현명한 창업가는 자신과 동업자의 역할을 먼저 구분하고 그에 맞는 전문가를 영입해 총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한다.

실제로 탤런트가 각기 다른 이들이 모여 의기투합해 성공창업을 일군 경험적 증거는 많다. 구씨와 허씨가 함께 만든 LG, 큰 형과 동생들이 함께 일군 현대그룹이 그랬다. 가깝게는 유니콘이라 칭송 받는 배달의 민족, 야놀자, 토스 같은 스타트업의 성장 뒤에는 공동창업자들이 숨어 있다.

부동산펀드 전문운용사인 아하에셋자산운용에는 고등학교 시절 함께 도시락을 까먹던 친구들이 40년이 지나 한 데 모여있다. 단순히 우정이 빚어낸 보금자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30년 경력의 판사 출신 변호사, 똑같은 기간 1금융권에서 전문지식을 쌓은 전직 뱅커 2명, 부동산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교수가 보람찬 인생 2막을 위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는 건 옛말 “친구가 있어 새 출발 두렵지 않아”
윤경(왼쪽) 로펌 더리드 대표 변호사와 배인환 아하에셋자산운용 투자부문 대표

**이날 인터뷰는 창업주인 윤경 더리드 대표 변호사와 아하에셋자산운용 투자부문 배인환 대표가 함께 했다. 일정상 배 대표를 만나 진행하다 윤 대표 변호사가 조금 늦게 합류했다.

-회사소개부터 부탁 드린다.

“아하에셋자산운용은 부동산펀드 전문 운용사다. 지난해 7월 전문사모운영사로 등록했다.”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는 건 옛말 “친구가 있어 새 출발 두렵지 않아”

-부동산펀드 운용사가 시장에 많은 편인데 아하에셋자산운용은 무엇이 다른 건지.

“대부분 자산운용사가 금융전문가들이 중심인 데 반해 우리 회사는 윤경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로펌 더리드가 큰 토대다. 자산으로서 부동산은 권리분석이 까다로운데 가장 어려운 부분을 먼저 해결하고 그 토대 위에서 운용사업을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부동산펀드 시장은 선순위 채권 중심의 실물형펀드로 전개됐는데 아하에셋자산운용은 후순위 채권 위주인 대출형펀드에 주력할 계획이다.“

-시장 이야기는 조금 있다 하는 걸로 하고 어떻게 하다 여기에 합류하게 됐나

“30년 넘게 은행원(우리은행) 생활을 했다. 인도 뉴델리, 홍콩 등 해외지점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은행 계열사인 우리종금으로 옮겨 구조화 금융 분야에서 임원으로 3년 정도 보냈다. 지난 3월31일에 전무를 끝으로 퇴사했는데 4월1일부터 여기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3월31일 퇴사해 4월1일부터 새로운 회사로 출근

-바로 다음날 출근했다는 말씀이신가? 하루도 안 쉬고 바로 이직했다라.. 신기록 감이다. 계획했던 건가.

“그럴리가. (웃음) 사실 퇴사하고 아내와 여행갈 계획을 오래 전부터 세웠는데 코로나 19로 여행길이 막히면서 갈 곳도 없고 그냥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하게 됐다.”

-‘에스컬레이드 이직’인 셈인데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들으면 매우 부럽겠다.

“계획했던 거면 그럴 수 있는데, 사실 예정했던 것은 아니고 아까 말한 대로 코로나 19로 상황이 그렇게 된 것 뿐이다. 그저 비상임 고문 같은 역할로 출근할 곳만이라도 있으면 좋겠구나, 싶었던 게 사실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창업주인 윤경 변호사하고 마케팅 부문 이사인 이서복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윤종구 준법감시인까지 넷이 고등학교 친구다.”

-실례지만 어느 고등학교 나오셨는지 물어봐도 되나.

“대전고 나왔다.”

-명문고 나오셨다. 그런데 한 분이 더 계신지는 몰랐다. 총 4명의 친구가 나이 60을 앞두고 한 회사에서 만나기는 흔치 않은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

“윤경 변호사가 판사 시절부터 틈틈이 친구들을 만나 씨를 뿌렸다.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나중에 함께 하자, 뭐 이런 식이었는데. 사실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때는 안정적인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과연 실제로 창업을 할까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니까 윤 변호사가 일종의 ‘반장’ 역할을 했던 거네.

“윤 변호사는 판사를 하다가 로펌에 들어갔는데 그때 돈도 잘 버는 친구가 진짜로 자산운용사 설립할까, 궁금했었다. 법조인이라고 하면 자기 분야가 명확하고 다른 영역에 침범하지 않으려 하고, 그런 기질이 있는데 이 친구는 뭐랄까, 일반적인 법조인하고는 좀 달랐다.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깐 부동산 경매 쪽 전문가가 필요할 거 같으니 그 분야 전문가인 이서복 교수를 찾아가서 설득하고 준법감시인을 하려면 금융사 7년 이상 경력이 필요한데 그래서 윤종구 준법감시인을 꼬시고, 나는 구조화금융 경력이 있다 보니 투자부문 담당으로 꼬시고, 이렇게 해서 모이게 됐다. 윤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창업가 기질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은행처럼 거대한 집단에서 일하다 신생 운용사로 오면서 불안함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 그런 게 좀 있었다. 윤 변호사한테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내가 갈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안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 만약 가게 되더라도 고문 정도로만 도움을 줘야지 했는데 어떡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사실 내가 운명론자다. 결국엔 모든 건 정해진 대로 가는 거 아닐까 싶다.”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는 건 옛말 “친구가 있어 새 출발 두렵지 않아”

-어떤 분야가 안 그렇겠지만 특히 은행원들 중에서 퇴직 이후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은행을 나오면 사실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개인기를 계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경험상 부동산 중개인 자격증을 따거나 경매, 공매 시장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30년 이상 은행원 생활 했다면 투자실패가 없는 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대신 은행일이라는 게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퇴사 후에 장사하거나 자영업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 부실채권(NPL) 시장에서 역할을 찾거나 작은 회사의 CFO(재무책임자)로 가는 경우는 왕왕 보게 된다.“

-배 대표처럼 에스컬레이드 이직을 하고 싶어서 회사에 있을 때부터 자기계발을 하거나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준비들이 새로운 직업을 얻는 데 효과적일까.

“(잠시 고민하며) 사실 우리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도록 강요 받았던 세대다. 때로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때로는 인정 받고 승진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다. 그만큼 정신적 여유가 없다. 직장 다니면서 무엇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오히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계기가 생기는 것 같다. 굳이 준비한다면 동료나 클라이언트 같은 주변 사람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특히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이 더 중요하다. 조직 밖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랫사람과 소통해야 한다.

나만 해도 세미나나 포럼 현장을 자발적으로 열심히 찾아 다녔다. 포럼에 나가면 무엇인가를 갈구해서 나오는 사람들이 꼭 있는데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밥도 먹고 생각도 교환하면서 네트워크를 넓혔던 것 같다.“

뒤늦게 윤경 대표 변호사가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는 건 옛말 “친구가 있어 새 출발 두렵지 않아”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배 대표께 드렸던 질문을 다시 한번 해야겠다. 자기 소개 부탁 드린다.

“20여년 간 판사로 일하다 퇴직했고 이후 법무법인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8년 간 일했다. 2년 전 법무법인 더리드를 창업했고 작년에는 아하에셋자산운용을 창업했다.”

-법조인이 금융회사를 창업했다는 것이 흥미로운데.

“판사로 재직하면서 부동산 부문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언젠가 한번은 자산운용사를 설립해보겠다, 란 꿈을 꿨는데 그것이 현실에서 이뤄진 것이다.”

-보통 판사라고 하면 기득권, 안정성, 이런 키워드가 자동반사적으로 따라오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오게 됐나.

“사람들은 안 믿겠지만 판사도 월급쟁이고 노후걱정 하고 그런다. 난 정말 노후걱정 많이 했다. 판사도 월급쟁이랑 똑같다. 야근을 밥 먹듯 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하하) 승진 빼고는 보상도 별로 없고.”

-엄살 아닌가.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남들이 그러더라. 힘들게 노력해서 판사까지 됐는데 뭐가 부족하냐고. 처음엔 판사가 천직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남들은 부러워하는 일인데 고민이 많았다. 지위도 높아지고 주어지는 것도 많은데 이상하게 고민은 더 커졌다.

일에서 느끼는 한계 같은 게 있었다. 매일 일에 파묻혀 살면서 무엇인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내가 한 만큼 돌아오는 보상 같은 것이 밖에 나가면 있을 것 같았다. 즐거우면서 빠질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고민 끝에 얻은 답이 있었을 것 같다.

“모시던 부장님이 불교 신자셨는데 본인의 인생화두는 하나라고, 인생은 고통이라고 하더라. 태어나면서 고통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를 신문에서 읽고 “아, 그렇구나”하고 깨달았다. 괴롭더라도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건데, 얼마나 위안이 되나.

그런데 지금 제일 싫어하는 말이 그 말이다. 40대 때야 괴로울 때 시간이 결국 해줄 것이라고 주입하고 믿었는데 왠지 그렇게 살라니까 억울함이 밀려왔다. 인생을 그저 흘려보내는 게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 같은 거였다.

지금은 발전이 없는 게 가장 괴롭다.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옛날처럼 아무 일 없이 그냥 지나간다, 고 생각하면 화난다. 판사하면서 남의 인생은 좌지우지하면서 내 인생은 그렇지 못했다. 밖에 나오니 새로운 일의 연속이고 하는 만큼 돌아오는 것도 있고 보람을 많이 느꼈다.“

-노는 것도 좋아할 것 같은데.

“노는 것도 한계효용의 법칙이 있다. 누가 질문하더라. 1년 내내 해외여행 가는 것 하고 1년에 4번 해외여행 가는 것하고 무엇이 더 즐거운 지 아느냐고. 재밌는 게 이걸 검증한 실험결과가 있다. 1년 내내 노는 것보다 나눠 가는 게 효용이 더 큰 것으로 나왔다.

즐거움이라는 게 긴장 속에서 놀아야 찾아온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멋진 카피다. 그런데 계속 놀기만 하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탓에 즐거움이 사라진다.“

-그 말씀은 노는 것도 중요한데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자신의 일을 하면서 꾸준히 존재가치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노력해서 집 한 채 샀다고 치자. 너무 좋지. 그런데 그 기쁨이 오래 가진 않는다. 즐거움은 짧게 끊어쳐야 더 재밌다.

돈도 마찬가지다. 100억 있는데 일이 없어 돈이 안 들어오는 사람과 50억 있는데 돈이 계속 들어오는 사람하고 둘 중에 누가 돈을 더 잘 쓰느냐. 후자다. 그게 흐름이고 유동성이다.

50억 있어도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한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유동성이 없으면 돈 펑펑 쓰고 싶어도 못한다. 생산력을 지녔다는 자부심 있으면 돈 없어도 더 잘 쓰게 되고 보람도 더 크게 느낀다.

은퇴를 하더라도 100% 은퇴보다는 조금씩 일하면서 여유를 찾는 게 더 낫다.

아, 잠깐 이야기가 많이 샜는데. (웃음)“

-라이프점프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감사하다. 끝으로 아하에셋자산운용 홍보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시면 해주시길.

“기존 부동산펀드는 청산완료까지 약 5년 가량 걸리는 지분투자형이 대다수였다. 우리는 은행이자 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주면서 회수기간은 짧은 상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투자방식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부터 브릿지론, 잔금 유동화 대출 등 다양한데 중순위 투자 시 증권사를 비롯해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과 대오를 맞춰 투자 신뢰도를 더욱 높이겠다. ‘1호 펀드(230억원)’와 ‘2호 펀드(300억원)’의 투자 모집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대출형 부동산 펀드 투자에 나서겠다. 법률과 금융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아하에셋만의 강점을 시장에 선보이겠다.“

/박해욱기자 서민우기자spooky@lifejump.co.kr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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