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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마니아, '초신선 푸드테크' 시스템을 만들다" 정육각 김재연 대표

[원부연의 직업의 탄생 ⑫] "당일 도축한 신선한 돼지고기, 드셔보신 적 있나요?"


창업을 넘어 ‘창직 하는 사람(Job Creator)’들이 늘고 있다. 끊임없는 세상의 변화와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 회사에서 찾지 못한 직업 정체성에 대한 숙제를 개인들이 스스로 고민해 찾게 된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직업을 새롭게 정의내리기 시작했다.

‘원부연의 직업의 탄생’은 스스로 창직을 한, 나만의 단어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인과 산업 두 영역에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두 번째 커리어를 꿈꾸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전하고자 한다.

‘초신선 푸드테크’라는 시스템을 만든 ‘정육각’ 김재연 대표.


수학을 전공한 공학도는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유학 갈 학교를 정하며 남은 시간,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보기로 결심한다. 조금 더 맛있는 돼지고기를 찾아 나선 그는 맛집을 넘어 도축장까지 찾아다니며 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를 나만 먹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정육각’ 브랜드를 만들었다. 돼지고기 유통기한은 도축 이후 45일 정도. 물론 그 안에 먹어도 큰 이상은 없다. 하지만 갓 도축한 돼지고기를 4일 안에 먹으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를 맛 볼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쓰지 못했던 돼지고기에 ‘초신선’이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붙인 ‘정육각’. 고기에 이어 착유일자, 산란일자 등을 표시하며 그 무엇보다 신선한 품질을 고객 식탁으로 배송중이다. 수 없이 왜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만의 푸드 테크를 구축한 김재연 대표를 만났다.




수학을 좋아하던 공대생


-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잘했나?

“어머니가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수학을 접했고.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과정을 즐거워했다. 남들보다 일찍 수학을 시작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마음도 있어 공부를 좀 더 잘 할 수 있었다.”

-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 고민을 했다고?

“수학을 꽤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고등학교 때 나름 현타가 왔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갔는데 워낙 수학 잘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고등학교 1학년 룸메이트에게 처음으로 충격이라는 걸 받았다. 그 친구가 공부하던 연구 주제 비슷한 걸 보게 되었는데 이해조차 가지 않았다. 나중에 대학교 가서 보니 수학과 학생들도 어려워한다는 위상 수학이라는 학문이었다.”

- 응용 수학 분야로 전공을 결심했다.

“고등학교 때 학문으로서 순수 수학을 배우는 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응용 수학 쪽으로 진로를 정하며 코딩, 프로그래밍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 대학 시절 창업 실패 경험이 있다고?

“군 제대 후 지식인과 비슷한 모바일 앱을 만든 적이 있다. 질문을 올리면 문장에서 키워드를 뽑아 제일 잘 대답할 수 있는 답변자에게 연결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핵심이었고. 당시 네이버 지식인에도 없던 기술이었다.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면 광고를 유치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광고는 하나도 따지 못했고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 유학을 가기로 결심한 계기는?

“사업을 접은 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유학을 결심했고, 좀 더 학문적으로 쌓고 돌아오고 싶었다. 운 좋게 미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정 되어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말 합격 했고, 2016년 8월 출국 예정이었다.”

- 유학 후의, 인생 계획은?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응용 수학 중 시뮬레이션 분야를 공부하려고 했다. AI나 테크 기술 까지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다녀온 후에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교수를 하고 싶었다. 물론 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니겠지만. 안정적인 직업이니까 막연히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김씨는 돼지고지 마니아였다.




돼지고기에 미치다


- 고기, 특히 돼지고기를 좋아했다고?

“어머니 고향이 하동이었다. 어렸을 때 하동에서 1년 정도 생활한 적이 있는데, 과수원들이 모여 있던 시골집이었다. 고기를 살 마트가 마땅치 않아 당시 어르신들끼리 가끔 돼지를 잡아 드시곤 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때 그 맛을 아직까지 잊지 못할 만큼 엄청난 맛있었다.”

- 유학 가기 전, 돼지고기 여행을 떠났다.

“미국 가면 가장 아쉬운 게 나에게는 돼지고기였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도 못할 만큼 좋아하는 음식을 미국 가면 비싸서 먹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가기 전에 많이 먹어둬야겠다는 마음에 지인들을 모아 제주도로 향했다. 하루 세 끼를 돼지고기만 먹는 무모한 일정이었다.”

- 함께 간 친구들이 지금의 공동 창업자인가?

“아니다. 그 친구들은 모두 열심히 공부 중이다. 당시 친구들에게 유학 가기 전 고기를 팔아보고 싶다며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반응들이 무척 차가웠다. (웃음)”

- 찾고 찾다 도축장까지 가게 됐다고?

“온 맛집을 찾아다녔지만 고기에 대한 궁금증은 깊어져만 갔다. 과천이 집인데 근처 도축장을 검색해보니 안양에 하나 뜨더라. 버스 타고 무작정 찾아갔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음식점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친구 가게로 주문을 했다. 그 때 과외하며 열심히 모은 전 재산 1,000만원으로 어떻게든 고기를 팔아보자 마음먹었다.”

- 안양에서 ‘당일 도축한 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유학 가기 전 3개월만 팔아보자는 생각에 안양 재개발 지역 공간을 저렴하게 3개월간 빌렸다. 월세를 통으로 낸 후 남은 돈으로 돼지고기를 샀다. 지금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친구와 둘이서 도축장에 가 당일 도축 고기를 뗀 후 손으로 고기를 썰며 판매를 시작했다. 정육점의 형태지만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 온라인으로는 어떻게 팔았나?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팔고, 친구들의 소개로 주문량을 조금씩 늘려갔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겠다 싶었다. 앱을 만들까 고민하다 어차피 3개월만 할 거니 온라인 카페를 통해 판매해보기로 했다. 농산물 직거래로 유명한 ‘농라’라는 카페에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유명세를 얻었다.”

- 어떤 이유로 유명세를 탔는지?

“2016년 봄을 휩쓸 정도였다. (웃음) ‘농라’가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래가 활발한 곳이라 리뷰가 꽤나 날카로운 편이다. 소비자들이 환호한 우리 고기의 장점은 냄새가 안 난다는 것. 도축하자마자 판매를 하자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기 때문에 냄새가 안 나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 너무 장사가 잘돼 당황했다고?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빨리 나 주문이 엄청나게 몰렸다. 3달 계약 기간 중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친구랑 둘이서 새벽 6시에 고기를 사와 저녁 6시까지 썰기만 하는데도 주문을 다 받을 수가 없었다. 오후 두시에 마감하는 일이 허다했다.”

- 좀 더 효율적으로 팔 방법이 있었을텐데?

“그렇다. 요령을 조금만 알았으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엔 잘 몰랐다. 손으로 하나하나 썰다보니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을 수밖에. 답이 없다 싶어 고기 써는 기계를 중고로 샀는데 보니까 전압이 맞지 않더라. 한전에 물어보니 전기 공사비만 300만원이 든다고 했다. 산 가격 그대로 다시 중고로 되 팔았다.”

- 고기 써는 기술은 누구한테 배웠나?

“워낙 고기를 좋아하다 보니 친한 고깃집 사장님들이 몇 분 계셨다. 그 중 한분께 친구랑 가서 직접 배웠다. 배운 후에는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팔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실력도 부족한 우리의 고기를 맛있다고 주문해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도축한지 4일 이내 돼지고지만 판매하는 ‘정육각’.

안양에서 손으로 고기를 썰던 시절의 김씨.




4억 투자를 받고 본격 창업으로


- 처음으로 4억 투자를 받았다고?

“사실 투자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보통 네트워킹을 통해 연결돼야 성사 확률이 높은데 우리는 무작정 수소문해 쿠팡 투자담당에게 연락을 드렸다. 그 분이 지금의 투자사를 연결시켜 줬고 거기서 운 좋게 투자를 받았다.”

- 대전에 공장을 지었다.

“투자금으로 대전에 공장을 만들었다. 우리가 말하는 공장이란 하드웨어가 일정 부분 갖춰진, 사람으로 채우는 게 대부분이었다. 대신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했다. 12시간씩 고기만 썰다보니 어떻게 세이브 하면 좋을지를 알고 있었다. 이를 소프트웨어로 만든 후 효율화가 잘 되었고. 우리 시스템은 대기업에서도 보고 싶어 할 정도다.”

- 투자를 받은 후 수익은 안정적이었나?

“미래를 위한 비용으로 더 많이 쓰게 되었다. 기술 투자부터 패키지 개발까지 하나하나 직접 하다 보니 투자해야 할 곳이 많았다.”

- 고기 마진은 어떻게 책정되는가?

“축산업은 마진이 낮은 편이다. 보통 시장에서는 원 재료비에 30프로 정도 마진을 붙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절이나 변수로 등락폭이 큰 편이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 타 소비재 유통마진을 생각한다면 정말 낮다.”

- 현금 흐름이 좋지 않겠다.

“판매가 대비 원자재 값이 높다보니 현금 흐름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둘이서 고기 썰던 초반에 번 돈을 돼지고기를 사는 데만 썼다. 그런데 완판이 되도 현금을 쥐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돈이 없어 고기를 못 산 경우가 더러 있었다.”

- 재고 관리는 어떤가?

“돼지의 경우 도축 후 45일이라는 유통기한을 고려해 가격의 흐름을 봐 가며 물건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쌀 때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다가 최대한 마진을 높이 받을 수 있을 때 파는 형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축한지 4일 이내 판매가 원칙이다 보니 축산업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 팔 것만 오늘 사야 하니까. 그래서 초반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 어떤 오해들을 받았는지?

첫 번째는 금방 망할 거라는 것. 축산업의 공식을 활용하지 않으니 당연히 곧 망할 거라 생각하셨다. 그런데 점점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고 화제가 되자 두 번째 오해가 생겼다. 바로 사기치고 있다는 것. 갓 도축 고기로만 이렇게 판다는 건 말이 안 되니 거짓말이라는 거다. 그래서 민원도 많았고 구청에서 실사도 자주 나왔다.”

- 도축장과의 계약이 중요하겠다.

“돼지고기의 경우 사료 회사, 어린 돼지를 납품하는 회사, 돼지를 기르는 농장, 도축장, 육가공장으로 크게 나뉜다. 우리는 육가공장에서 부위를 사와 다듬고 분리해 판매 하는 곳이고. 그런데 이게 시스템이 꽤 복잡해서 다양한 경우들이 생긴다. 육가공장이랑 바로 거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농장이 수직계열화 해 육가공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농장이랑 계약하기도 한다. 사료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소고기는 돼지고기와는 또 다른 방식이다.”

‘초신선’ 제품을 위해 포장 하나까지도 직접 개발했다.




초신선 푸드테크 브랜드 ‘정육각’


- 네 명의 창업자가 있다.

“고기 같이 썰던 친구는 군대 후임으로 만났다. 그 친구도 과학고를 나와 통하는 지점들이 많았다. 또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 동기다. 전산 전공을 한 친구인데 전산 시스템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인재라 영입 했다. 그러다 보니 세 명이 다 공대생이었다. 우리끼리만 하면 평생 소비자 마음을 모를 것 같았다. 그래서 경영학을 전공한, 앱 창업할 때 마케팅을 담당하던 친구를 영입했다. 세 공대생이 못하는 걸 그 친구가 해주고 있다.”

- 판매 라인업은 어떻게 확장했나?

“돼지고기는 2016년 시작부터 판매했다. 이후 달걀은 2017년, 우유와 소고기를 2018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품목을 늘려가는 중이다. 판매 수로는 돼지고기가 월등히 많지만 매출액은 소고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 그러면 소고기 마진을 높게 잡나?

“고기의 판매 세계를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미끼상품이다. 고기 마진을 적게 하고 공산품 등으로 마진을 남기는 구조다. 정육점의 경우 돼지고기를 미끼로 소고기를 팔아 마진을 남긴다. 그런데 ‘정육각’은 남들이 미끼 상품으로 쓰는 돼지고기로 마진을 남겨야 하는 비즈니스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건 지양하고자 소고기 마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 소비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베네핏(benefit·이익)이 있을까?

“우리는 소비자들이 먹을 수 없는 부위를 깔끔하게 손질한 뒤 무게를 잰다. 사실 고기는 얼마나 잘 다듬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 모든 과정을 반영한다면 20프로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이다. 그 마진을 우리만의 소프트웨어 등 테크 기술로 채웠다.”

- ‘초신선’이라는 테마를 잡은 건 언제부터인가?

“초창기인 2016년도부터 사용하던 마케팅 용어다. 고기를 파는 마트에 가면 신선이라는 스티커가 대체로 붙어있다. 다 신선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도축한지 4일 이내 고기만 파는 우리의 신선과는 기준이 달랐다. 진짜 신선하다는 걸 표현해 줄 단어를 찾아야 했다. 다행히 경영학과 출신 공동창업자가 이 단어를 찾아냈다.”

- ‘초신선’이라는 메시지가 처음부터 잘 먹혔나?

“우리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많았다. 초반에 여러 전단지를 돌려봤다. 신선함을 강조한 첫 번째 전단지와 카이스트 창업자라는 대표의 프로필을 강조한 두 번째 전단지를 나눠줬는데 후자가 훨씬 더 판매량이 높았다. 그것 때문에 마케팅 팀이 초반에 고민을 많이 했다. 5년차가 된 지금, 어느 정도 원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 온라인에 ‘초신선 정육점’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정육각’이라는 로고만 보고 들어오다 보니 모호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뭘 파는 곳인가 탐색하러 왔다가 20~30초 보고 이탈하는 고객도 많았고. 그래서 정확한 표현으로의 전달이 필요했다. 그래서 ‘초신선 정육점’이라는 명확한 단어로 소구하고 있다.”

- 사실 고기 유통기간, 잘 모르지 않나?

“‘정육각’ 몰(mall)에 가면 도축 날짜가 큼지막하게 나와 있다. 그런데 소비자 분들은 우리와 마트의 유통기한 차이가 난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인지시키는 게 지금도 어려운 과제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는 팀원들. /사진출처=진 출처: 공감




신선페이 특허, 그리고 공장 확장


- ‘신선페이’를 개발하게 된 이유는?

“사실 오프라인에는 이미 있는 개념이다. 고기를 1키로(kg)를 주문했는데 자른 뒤 무게가 좀 더 나가면 그만큼 추가로 금액을 계산하지 않나.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참 애매하다. 온라인으로 600그램을 주문한 경우, 판매자가 이를 정확히 자르기란 불가능하다. 나도 3년을 고기 썰었지만 늘 오차범위가 15프로 정도는 있다.”

- 온라인 구매에 그런 어려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판매자들의 고민이 더 컸다. 그람(gram) 수가 많으면 상관없는데 적으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한 기업에서 무게가 적은 경우 차액을 현금으로 보전해 준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알아서 더 줄 수밖에 없는데 이게 판매자에게는 늘 고민인 것이다. 그래서 자른 그람수에 맞춰 정확히 결재를 하는 시스템을 온라인에 도입했다. 그게 ‘신선페이’다.”

- 어떤 지점에서 특허를 받았나?

“사실 무게의 문제는 축산업 뿐 아니라 신선식품 전체에 해당하는 고민이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신선페이’의 시작이다. 기본적으로 무게가 기준이지만 신선 등급, 크기, 당도 등 다양하게 적용해 과금할 수 있다. 여러 카테고리에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라 특허를 받았다.”

- ‘정육각’에서의 도입 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무게만큼 정확하게 받으니까 정직한 기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 새벽배송 시스템은 어떻게 시작했나?

“초반에는 마켓컬리만 새벽배송이 가능했다. 이후 새벽배송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생겼고, 그 시스템을 이용하다보니 ‘정육각’도 새벽배송이 가능해졌다. 서울은 오전 중 주문하면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 회원 수는 몇 명이나 되는지?

“17만명 정도까지 늘었다. 마켓컬리 100원딜처럼 ‘정육각’도 첫 구매 시 초신선 돼지고기 300그람(gram)을 무료로 드리는 방식으로 빠르게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더 많이 경험하길 바란다.”

- 2차 투자 유치 후 성남으로 공장을 확장했다.

“대전 공장을 정리한 후 2018년도 초 성남으로 이사를 왔다. 올 여름 성남에서 같은 지역으로 한 번 더 확장 이전 계획이고. 다음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데 잘 마무리되면 총 100억 규모를 누적으로 받게 된다. 이번 투자가 잘 마무리되면 좀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볼 예정이다.”

- 2020년 올해의 예상 매출은?

“250억 매출이 목표인데 오히려 상향 조정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년 대비 7~8배 정도 성장 예상한다.”

생산자들이 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꾼다.




'룰 브레이커(rule-breaker)'가 되다


- 축산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고 들었다.

“사람 뽑기가 정말 힘들다. 스타트업이 제조를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더 어렵기도 하고. 우리가 성장하는 속도와는 별개로 축산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은 존재한다. 업에 대한 시각차인데 어떻게 하면 해소될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 농산물 유통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다고?

“유통을 하면 판매자는 상품성을 볼 수밖에 없는데 농민의 입장은 다르다. 농민은 같은 시간을 공들여 상품을 만들지 않나. 그런데 태풍 등 외부 요인으로 농작물이 상한 경우, 매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소한의 시급은 보장하면서 동시에 좋은 상품을 만드는 기준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 ‘정육각’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예전에 쌀을 잠깐 판 적이 있는데 쌀은 우리나라의 전략 상품이다. 큰 쌀알을 만드는 게 기준이고 그러다보니 비료를 많이 준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키우면 맛이 없어지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가마니 당 가격만 책정하니 품질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가 원하는 종자로 맛있는 쌀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의 시스템을 활용해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있지 않을까. 축산업의 경우는 규모가 큰 사업이라 어렵겠지만 일반 농작물은 시도해볼 수 있다고 본다.”

- 축산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나?

“돼지고기의 경우 꽤 체계화가 되어있어 사료 회사랑 계약하면 원하는 사료로 양질의 제품을 얻을 수 있다. 소의 경우는 또 다르다. 소를 기르시는 분들은 고령화와 동시에 파편화 돼 있다. 이분들께 일일이 사료를 권하는 거 자체가 어렵다. 또 돼지는 180일을 기르지만 소는 3년을 길러야 하기에 쉽지 않은 지점들이 있다.”

올해 7배 이상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 ‘정육각’. 김씨는 2019년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출처=중앙일보




‘정육각’과 김재연 대표의 비전과 미래


- 기술직과 제조직이 함께한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서울 사무실은 일반 스타트업 분위기와 비슷하다. 공장은 제조 기반이라 또 다른 분위기고. 예전에는 기술직과 제조직의 온도 차이를 잘 몰랐다. 그런데 너무나 다른 분위기의 분들이기에 지금은 이원화시켰다. 현재 서울 사무소에 20여명, 성남 공장에 30여명 인력으로 운영 중이다.”

- ‘정육각’만의 회사 분위기가 있는지?

“다른 스타트업에 비해 굉장히 조용한 편이다. 나 역시 이런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조직 내 나름의 원칙은 업무는 팀 상관없이 공유하되 개별 팀 문화를 인정하는 것. 더 큰 범위로 서울 사무소와 성남 공장의 문화도 각각 존중하고 있다.”

- 고객관리 및 응대, 고객만족(CS)도 힘들 것 같다.

“참 어렵다. 그래도 다행히 대표가 고기도 열심히 썰어봤고 CS도 직접 해본 사람이다. 여력이 되는 대로 내가 많이 도와주려 한다. 고객 대응 퀄리티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CS 팀과 함께 고민 중이다.”

- 푸드 테크 회사로서 비전이 있다면?

“지금은 단순 형태의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식재료 비서 서비스’를 지향한다.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장바구니에 알아서 담아지게끔 서비스를 제공하며, 밀키트 제품 등을 활용해 만족스러운 식문화까지 제안하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자 소프트웨어를 더 단순화해 농민분들께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 지금은 농가의 특성상 퀄리티와 관계없이 박스 당 판매를 해왔다면 이제는 퀄리티에 따른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끔 해보고 싶다.”

- 푸드 ‘플랫폼’ 테크로 가는 것 같다.

“그렇게 볼 수 있다. 아직 ‘정육각’은 폐쇄적인 온라인몰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식자재를 직거래하는 온라인 카페처럼 생산자들이 IT 지식 없이도 플랫폼으로 사고팔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이게 가능해지면 생산자의 상품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 계획은?

“최근 플래그십 스토어를 고민했지만 시기적으로 힘들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난 후 브랜드를 경험할 공간은 만들어 보고 싶다.”

- 유학을 갔다면 어땠을까?

“나 스스로가 미래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이 좋고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유학을 갔다면 그 나름대로 즐겁게 살았을 테고. 가끔 유학생의 삶을 생각할 때도 있지만 아쉽지는 않다. 상황에 맞게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 김재연 대표의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작년까지는 오늘 말고 내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내부 직원들을 위한 회사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팀원들이 다 같이 뛰어갈 수 있는 ‘정육각’만의 비전 제시가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걸 잘 찾고 싶다.”

신선을 뛰어넘는 ‘초신선’ 고기를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하길 바란다.


원부연. 서울경제신문 라이프점프 객원기자. 전 광고 기획자에서 음주문화공간 기획자로 창직 후 술집, 극장, 살롱 등 서로 다른 9개의 공간을 런칭했다. <합니다, 독립술집>,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 <퇴사 말고, 사이드잡> 세 권의 책을 쓴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원부연 객원기자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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