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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형퇴직연금(IRP) 700만원 넣으면, 6,000만원짜리 은행 적금 가입 효과"

조용준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장 인터뷰

제로금리 시대, 노후 대비 4050 직장인 셈법 복잡해져

은행 상품만으론 매년 물가상승률 따라가기 벅차

발상의 전환...IRP 700만원 가입시 16.5% 세액공제



'발상을 바꿔야 돈이 보인다.'

저성장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퇴직 후 미래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4050세대의 머릿 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퇴직 시점은 다가오는데 예전처럼 은행 예·적금에만 의존할 경우 매년 오르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 가기에도 벅차다. 그렇다고 주식에 '몰빵'하자니 변동성이 두렵다. 최악은 이렇게 우왕좌왕만 하다가 준비 안 된 상태로 노후를 맞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퇴직 전부터 미리 재태크를 통해 노후 자산을 차곡 차곡 쌓아야 한다는 건 대부분의 4050 세대들이 알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주변을 둘러보면 안정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춘 금융 상품들이 있다고 조언한다. 단 금융 상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 20년 넘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엮임하며 국내 자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 센터장은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장을 겸임하면서 직장인들의 슬기로운 은퇴생활을 연구하고 있다. 라이프점프가 조 센터장을 만나 4050 세대의 노후 자금 마련법에 대해 물었다.



-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그룹 내 은행에 '은퇴설계연구센터'라는 내부조직이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가 고착화면서 은행 상품만으로 노후 자산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왔다. 안정성만 강조하면 제로 금리 시대에 수익률이 너무 낮을 수밖에 없다. 은행 외에도 금융투자, 보험, 카드 등 계열사의 역량을 한데 모으면 고객에게 더 나은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도 개발해보고.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고객들의 노후 자산을 어떻게 불려 나갈지 선제적으로 연구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 그룹의 주력인 하나은행은 예전부터 자산관리 분야에 강점이 있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것인가.

"그렇다. 하나은행은 시중 은행 가운데서 프라이빗뱅킹(PB) 분야를 가장 선도해왔다. 연금과 신탁 부분에서도 비교 우위에 있다. 이런 강점을 그룹사 전체로 확대해 고객의 행복한 노후와 웰빙, 웰다잉, 상속까지 잘 이어지는 백년 행복을 고민하고 있다."

- '발상을 바꾸면 돈이 보인다'는 무슨 의미인가.

"우리나라 직장인들 평균 퇴직 시기는 50세 전후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 노후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저금리 시대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노후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발상을 바꾸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직장인들은 일반적으로 금융 상품을 생각할 때 금리가 높은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지출하는 돈을 줄이는 것도 돈을 버는 것이다. 내가 직장인들에게 '절세' 금융상품을 허용하는 한도까지 꽉 차서 가입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 절세 상품을 가입해봤자 푼 돈을 절약하는 수준 아닌가.

"아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미래를 걱정하는 4050 세대라면 반드시 들어야 한다. 절세상품은 가입 안하는 사람이 손해다. 개인형퇴직연금상품(IRP)을 예로 들어보자. IRP 상품에 매월 60만원씩 적립하면 1년 뒤 720만원의 원금이 쌓인다. 그런데 IRP 상품은 최대 700만원까지 16.5%의 세액공제 혜택(연간 근로 소득 5,500만원 이하인 경우)을 받을 수 있다. 연말정산 때 최대 115만5,000원의 세금을 돌려준다는 얘기다. 요즘 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얼마인가. 높아 봐야 2%다. IRP 상품에 가입해서 돌려받는 돈을 예·적금 이자로 받으려면 은행에 5,800만원의 돈을 1년 간 넣어놔야 한다."

- IRP 700만원으로 약 6,000만원의 예금상품에 가입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연간 10% 중반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이 있는데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 아닌가. 발상을 바꾸면 돈이 보이는 법이다."

- 센터장님이 가입한 금융상품이 궁금하다.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는 제도가 허용하는 한도까지 풀로 채워 가입했다. 회사 임원들은 은퇴 전 마지막 구간의 소득에 대한 세율이 높기 때문에 꼭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을 가입해야 한다.(웃음) 요즘엔 내가 가입한 각종 연금 현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통합연금포털)가 잘 구축돼 있다. 가입한 연금을 은퇴 후 얼마씩 받을 수 있는지 알아서 계산해준다. 연금저축을 많이 들어 놓으면 심리적 안정감도 생긴다."



- 연금 저축 외에 노후를 대비한 금융상품이 있다면

"장기로 성장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떠올리면 된다. 개별 주식일수도 있고, 펀드가 될 수도 있다. 주식은 4차산업 혁명과 관련된 'FANGMAN'(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마이크소프트·애플·엔비디아)과 같은 1등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걸 권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그런 기업들의 주식을 담고 있다. 리츠와 같은 부동산 펀드도 장기투자로 가져갈 만하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배당도 높다.

- 얼마전 100년행복연구센터가 발간한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은퇴 준비엔 몇 점을 줄 수 있는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남녀 퇴직자들의 삶을 조사했다. 그들이 '괜찮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돈은 월 4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실제로 받는 돈은 200만원대였다. 필요한 돈과 실제로 받는 돈을 비교해보면 한 60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제일 이상적인 은퇴 준비는 50대까지는 '소득 크레바스(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 없애면서 노후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지속하는 거다."

- 소득 크레바스를 버틸 수 있는 건 결국 일자리다.

"맞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50대 초반이면 퇴직한다. 국민연금은 60대 초중반이 돼야 나온다. 50대 초반부터 소득 크레바스가 시작된다. 그 구간이 지나면 아이들도 어느 정도 성장해서 지출되는 금액도 줄어든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일자리를 유지하며 크레바스 구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 일자리의 질도 중요한데

"그렇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재취업 성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11.2개월이다. 퇴직 후 1년 가까이 쉰다는 얘기다. 50세 이상 퇴직자가 구직 시 가장 여려워 하는 게 '내가 원하는 직업이 없다'는 점이다. 재취업자의 65% 정도는 자기가 하던 일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회사를 다닐 때 경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 퇴직 후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선 스스로 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당연하다. 눈높이를 좀 낮추되 주변에 자신의 재취업 의사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쌓았던 인간관계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가 왕년에 말이지...' 와 같은 자세로는 절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퇴직을 하면 나만 한가해지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산다. 우리를 돌 볼 겨를이 없다. 거기서 상처를 받으면 안된다. 퇴직하더라도 열정을 갖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 라이프점프가 퇴직 후 창업에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창업을 권하지 않더라. 기대 소득을 낮추더라도 재취업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보나?

"그렇다. 창업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사업으로 하는 것이다. 치킨집, 편의점, 커피가게는 평상시엔 안해본 영업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업이다.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에 오래 몸담은 사람이라면 젊은시절부터 쌓은 시장을 보는 눈, 인맥 등을 활용해 소자본으로 투자자문사 같은 걸 시작할 수 있다. 은행에서 퇴직한 분이라면 재무·회계 지식이 많으니 기업의 청산이나 재무 관리를 돕는 업무를 할 수 있을 거다."

- 40대 초반의 나이다. 노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나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스노우볼 효과'란 게 있다. 산위에서 눈덩이가 구르면 계속 커져서 산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워런버핏이 현재의 위치에 올라 선 것도 40년 간 지속적으로 '잃지 않는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연금상품이 그렇다. 복리로 투자한다. 매년 3~4% 씩 배당이 누적된다.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연금상품을 통해 안전한 노후 자산을 마련하라고 세제헤택까지 주는데 안 받을 이유가 없다."

- 26년간 리서치 센터장을 맡고 있는데, 요즘 주식시장이 뜨겁다. 이런 장세에 속 투자전략이 있다면

"주식은 단기로 접근하면 안된다. 코로나가 완전 종식되고 1~2년 뒤 주식을 팔 생각이면 지금 들어와도 괜찮다. 현재 지수가 높다, 낮다를 따지기 전에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투자 금액 규모가 얼마고,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코스피가 2,200 수준까지 왔지만 우량한 종목 가운데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것들이 많다. 최근 많이 오른 언택트 수혜주는 투기적으로 접근해선 위험하다. 지금 인기 없는 우량주들을 PB와 상의해서 들어가는 것을 권한다. 금융·자동차 주가 펀더멘털 대비 많이 빠졌다. 변동성이 심한 국제유가와 연동된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박해욱·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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