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休-완주]술 빚는 사찰·술 박물관···애주가들의 완소 여행지

국내 유일 법주 사찰 수왕사서 출발해

모악산 인근 술테마박물관에 들렀다가

구이저수지 둘레길까지 주류문화 탐방

벽암스님이 모악산에서 채취한 솔잎을 약수에 씻고 있는 모습. 솔잎은 송화백일주의 주재료 중 하나다./사진 제공=수왕사


중세 프랑스 수도사들이 와인을 만들었던 것처럼 국내 불교 사찰에서는 사찰주인 법주를 빚어왔다. 법주는 흉년으로 폭등한 쌀 가격 안정 등을 위해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금주령을 시행한 왕은 조선 영조(1694~1776)다. 영조는 종묘제례에서도 술 대신 단술을 올릴 정도로 재위 기간 내내 엄격한 금주령을 시행했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때 사찰에서 빚어진 법주는 수백 종에 달했을 것으로 전해진다.

전북 완주군 수왕사(水王寺)는 지금까지도 법주를 제조하는 국내에서 유일한 사찰이다. 수왕사가 만드는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는 깊은 산속에서 오랜 시간 수행해온 승려들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의 개념으로 빚어졌다. 수왕사약지(水王寺略誌)에 따르면 수왕사 경내 바위틈에서 나오는 석간수는 예로부터 피부병이나 신경통·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신라 진덕여왕 때 도반인 영희와 영조가 수도를 마치고 이 약수로 술을 빚어 마셨다고 한다.

송화백일주의 주조법은 수왕사 주지에게만 전수된다. 모악산에서 내려오는 약수에 송홧가루, 솔잎, 소나무 순액 등을 넣어 만든 증류주를 백 일 동안 숙성시키는데 알코올 도수 16도의 발효주가 증류와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38도짜리 술로 만들어진다. 송홧가루 때문에 황금빛을 띠는 술은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에 솔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송화백일주 12대 전승자인 벽암스님은 지난 1994년 대한민국 식품 명인 1호로 지정됐다. 벽암스님은 명인으로 지정된 후 사찰 인근에 작은 양조장을 만들어 송화백일주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 목적의 술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 않아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쉽지 않다. 매년 4월 채취한 송홧가루를 이용해 일 년에 두세 차례만 빚는다. 생산된 술은 대부분 진묵대사(1562~1633) 기일 제사상에 올리는 용도로 쓰이고 남은 소량의 술만 제품으로 판매된다. 2007년에는 청와대 설 선물로 납품하기도 했다.

수왕사는 완주 구이면 모악산(795m) 7부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모악산 관광 단지에서 출발해 대원사를 거쳐 수왕사까지 총 1시간(1.8㎞) 이상이 소요된다. 암자 규모의 수왕사 경내에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진묵영당(震默影堂) 옆 약수터에서 송화백일주에 들어가는 약수를 맛볼 수 있다. 등산을 겸해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모악산 정상에서는 김제 평야와 전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북도립미술관과 대원사·신선바위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이 재현한 전주 남부시장 옴팡집. 옴팡집은 1960~1970년대 문인들이 모이던 술집이다.


송악사까지 갔다면 인근 ‘대한민국 술테마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술박물관으로 전 세계 술을 비롯한 술과 관련된 유물 5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통주 빚기’부터 ‘막걸리발효빵 만들기’ ‘술지게미 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물관 앞 정원은 구이저수지 둘레길(8.8㎞)로 연결되는데 호수 주변으로 만개한 벚꽃이 장관이다.

구이저수지 둘레길 주변으로 분홍빛 벚꽃이 만개했다.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호수 주변에 핀 꽃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는 수변 산책로다.


/글·사진(완주)=최성욱 기자 secret@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