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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아웃땐 가족도 타인··· 나만의 시간 가져야"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 교수

가족이 운명공동체라는 주장은

비합리적 신념…약간 떨어져야

남의 감탄에 목메는 삶 버리고

'딱 거기까지만' 말할 줄 알아야

김경일


“남의 인정과 찬양만이 중요한 ‘인정 투쟁적 삶’을 사는 사람은 쉽게 착취당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한테 감탄할 게 있는 삶 ‘OK 딱 거기까지’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이 중요합니다.”

인지심리학자로 대중에 널리 알려진 김경일(사진)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과천시가 주최한 ‘과천 아카데미’ 특별 강연에서 “남의 감탄에 목매지 말고 문화·예술·레저 등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 김 교수는 무엇보다 ‘느슨하지만 다양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일만 할 때 남에게 조종당하기 쉽다”며 “문화·예술·레저 등과 같이 일이 아닌 것들을 통해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갑옷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착하고 성실하며 머리 좋은 사람들일수록 자신을 찬양하거나 감탄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며 “외롭더라도 나쁜 관계를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정도를 알고 이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사회적이지만 인간의 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타인들을 만나는 것은 뇌에서 사회적 노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는) 번아웃에 빠진다면 공원이나 커피숍에서 멍 때리면서 뇌를 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깝고 친한 사이일수록 약간 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가족이 운명 공동체이고 모든 것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 신념”이라며 “사회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날에는 가족도 타인이고 따라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떨어졌다가 다시 만났을 때 더 많은 대화거리가 생기고 그럼으로써 더 오래 호흡하고 더 돈독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느슨하지만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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