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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인생 60년, 여전히 "두렵고 부끄럽다"는 신구·오영수

◆내달 7일 막 올리는 연극 '라스트세션' 신구·오영수

☞신구

초연때 부족함 보완하려 재도전

나이는 숫자…몸 허락하는 한 연극

☞오영수

오겜 이후 초심 다잡기 위해 출연

늘 캐릭터와 갈등…이게 연기자 길

연극 ‘라스트세션’에서 무신론자 프로이트 역을 맡아 내공의 연기를 선보일 배우 신구(왼쪽)와 오영수/사진=파크컴퍼니


두 남자의 연기 인생을 합치면 117년이다. 연극을 뿌리 삼아 60년 가까이 한 길만 걸어온 두 주인공은 농익은 연기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 신구와 오영수다. 85세 신구는 1962년 연극 ‘소’로, 77세 오영수는 1963년 극단 광장 단원으로 무대와 처음 만났다. 요즘에는 예능 이미지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깐부 할아버지’로 친숙한 두 원로 배우가 다음 달 연극 ‘라스트세션’으로 무대에 오른다. 무신론자인 프로이트 역을 맡아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 역의 젊은 배우들(이상윤·전박찬)과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논리 전쟁을 펼친다.

라스트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실제로는 만나본 적 없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과 종교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 극이다. 2009년 미국 초연 당시 밀도 높은 대본과 무대가 발산하는 팽팽한 에너지에 평단의 찬사가 쏟아졌고, 지난해 국내 초연도 성공을 거뒀다. 신구는 초연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 개막을 앞두고 “인물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라며 심적 부담을 토로했던 신구는 아쉬움에 이 어려운 작품과 다시 마주했다. 그는 최근 대학로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미진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제작사에서) 다시 한다기에 보완하고 보충해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재연 무대에 새롭게 합류한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폭발한 대중의 관심 속에 ‘초심’을 다잡기 위해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지금까지 조용한 모습으로 연기자 생활을 해왔는데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으로 갑자기 내 이름이 여기저기 불리게 됐다”며 “마음이 심란해서 나름대로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출연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그간 연극을 해오며 내가 지향해온 내 모습 그대로 가게끔 (이 작품이) 동기를 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극 ‘라스트세션’에서 무신론자 프로이트 역을 맡아 내공의 연기를 선보일 배우 오영수(왼쪽)와 신구/사진=파크컴퍼니


쉬운 작품은 아니다. ‘칼 아닌 말로 하는 펜싱 경기’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종교와 사랑, 성(性), 삶 등 인간을 둘러싼 주제를 방대한 대사로 쉴 새 없이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영수는 “나이 먹어 기억력도 떨어지는 데다 대사가 일상 용어가 아니다 보니 헤쳐나가는 게 상당히 힘들다”면서도 “신구 선배가 (지난해) 이 역할을 잘 해냈다고 하기에 용기를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연기 9단의 ‘원로’ 배우들에게도 캐릭터를 온전히 소화해 관객 앞에 내어 보이는 작업은 늘 어렵고 고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부족해서 접근하는 게 어렵죠. 그 간극을 좁히려 애쓰고 있고, 다 잘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선배인 신구의 겸손에 후배 오영수도 한 마디 거든다. “연기자로서 능력이 많이 부족해 캐릭터와 (내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게 연기자가 가야 할 길 아니겠어요.”

연극 ‘라스트세션’에서 ‘신은 존재하는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프로이트 역의 신구(왼쪽부터)와 오영수, 루이스 역의 이상윤과 전박찬/사진=파크컴퍼니


시간이 선사하는 무르익음에 감사하되 나이가 가로막는 한계는 과감히 떨쳐내는 두 사람이다. 언제부턴가 나이를 계산하지 않게 됐다는 신구는 “어제도 해 뜨고 오늘도 해 뜨는데, 나이란 걸 쌓아 놓고 ‘몇 살이요’ 하고 구분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객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접해보고자 연극을 찾아오는 게 아니겠나. 이 때문에 내가 연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극과 함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수도 “요즘은 연극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사건만 있고 인생은 빠진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며 “배우의 인생이 녹아든, 무르익은 작품이 관객에게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극의 말미에 루이스는 프로이트의 집을 떠나며 “시대를 초월한 미스터리를 하루아침에 풀어보겠다고 생각한 게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이 말을 되받으며 작별 인사를 고한다. “더 미친 짓은 그렇다고 생각을 멈춰버리는 거지.” 정답 없는 연기 인생, 그 험난한 길을 멈춤 없이 뚜벅뚜벅 걸어온 이들이기에 무대에 울려 퍼질 이 대사가 다시금 기대된다.

신구와 오영수의 내공을 만끽할 수 있는 연극 ‘라스트세션’은 내년 1월 7일부터 3월 6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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