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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넘어진 자가 빨리 일어선다”···은퇴 후 전직에 성공한 전직지원 전문가의 조언

‘경력선장’ 표성일 라이프앤커리어디자인스쿨 대표

퇴직 전 전역 예정 간부 대상 전직지원교육담당자로 활동

주로 전직지원 컨설턴트 양성과정 관련 강연해

사진=박성민


“필요 없는 은퇴 준비란 없다.”

33년간의 해군 장교 생활을 마치고 전직지원전문가로 인생 2막을 살고 있은 표성일 라이프앤커리어디자인스쿨 대표의 말이다. 표 대는 전직지원담당자로 전역을 앞둔 군인들의 전직지원을 돕다 은퇴 후 전직지원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그가 뒤를 돌아봤을 때 깨달은 것은 인생 2막을 펼치는 데 있어 필요 없는 준비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은퇴 준비’, ‘노후준비’란 말은 너무 들어 식상할 수 있다. 아니 이젠 잔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표 대표는 먼저 은퇴해 인생 2막을 사는 선배로서 “준비 없인 은퇴 후 고생한다”는 쓴소리를 내놓았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그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하는 전직에 성공한 전직지원전문가 표성일 대표를 라이프점프가 만났다.


전직준비 Step1. 틀에 박혀 보여도 ‘준비’만이 ‘정석’


- 왼쪽 손에 있는 반지가 눈에 띈다. 항상 끼고 다니나.

“내가 인생 1막에 해군 장교였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반지다. 나에겐 자랑스러운 인생이었기에 항상 끼고 다닌다.”

- 해군 장교에서 전직지원전문가라니, 연결고리가 궁금하다.

“퇴직을 앞두고 사무직으로 발령받은 곳이 국방부 보건복지관실 전직지원정책과였다. 은퇴 후 전직지원전문가로 살라고 그랬는지, 거기서 전직지원교육담당관으로 2년 정도 일했다.”

- 그럼 그때 일했던 게 인생 2막의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건가.

“감사하게도 그렇다. 전역 예정 간부들의 전직지원교육을 담당했는데, 이 일을 하다 보니 제대한 군인들을 지원해주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렇게 2008년 12월 31일에 전역하고, 다음날인 2009년 1월 1일부터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 서울지점에서 일했다. 이후 제니엘과 인지어스 등 취업 지원 관련 기업에서 꾸준히 일을 해오다 2014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 지금까지 듣기로는 큰 우여곡절없이 인생 2막이 잘 안착된 것 같은데, 어떤가.

“타이밍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선배들로부터 제대 후 석사학위가 없으면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996년 석사과정을 밟기 시작한 이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인생 2막에 대한 준비의 시작이었다.”

- 이후에는 어떤 준비를 했나.

“영어에 관심이 많아 고려대학교 외국어센터에서 하는 호주 맥쿼리대 통번역 수업을 들었다. 사실 이 영어 공부를 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봐도 된다.”

- 무슨 이야긴가.

“군에 있을 때 전직지원정책과에서 일하고 싶어 먼저 그곳에서 일하는 선배에게 가능할지 물어봤다. 처음엔 선배가 나이가 많아 어려울 거라고 했다. 포기하고 있는데 몇 개월 후 연락이 왔다. 선배가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더라. 알고 보니 우리나라 국방부의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해외에서 탐방을 오는데, 영어를 할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그렇게 보직이 주어져 일을 시작했고 지금의 내가 있다.”

- 돌이켜보면 그때 영어 공부를 했던 게 신의 한수였던건가.

“맞다. 그 경험을 계기로 강연을 할 때마다 항상 준비를 강조한다. 뭐라도 해놓으면 언제든 도움이 된다. 필요 없는 준비란 인생 2막엔 없다고 본다. 미리 준비하라는 말이 틀에 박힌 이야기 같지만, 그게 정석이다.”


전직지원 Step 2. 나만의 브랜드 만드는 게 중요


사진=박성민


- 프리랜서로 전향 후의 활동이 궁금하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솔잡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사업자등록은 하지 않고 만들어만 놓은 상태에서 전직지원 컨설턴트 양성과정관련 강연을 주로했다. 많이 할 때는 연 600여시간을 했다. 그러다 2019년 1인기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해 지금은 라이프앤커리어디자인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 1인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군인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선입관이었다. 군인 출신이니까 딱딱하리라 생각하고 나를 대하는 경우가 있다. 여전히 선입관은 남아있지만, 그것을 버릴 생각은 없다. 군인 출신이라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면 나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 ‘나의 브랜드’라는 말을 했는데, 1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인생 2막에 재취업을 하거나 전직지원을 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너무 중요하다. 나 역시 강연을 하다 보니 많은 강사 중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면서 강사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많은 강사가 자신만의 교육과정이란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이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해 민간자격증 4개를 만들었다. 그게 내 브랜드다.”

- 명함을 보니 이름 앞에 ‘경력선장’이란 문구가 있던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나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 명함만들기 워크숍을 세 번 정도 들었다. 그 수업을 들으며 여러 가지 실습을 거쳐 ‘경력선장’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인생 1막에 군에서 함장을 했으니 선장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었다. ‘경력선장’에는 내 경력선에 타면 당신을 원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 ‘경력선장’의 의미가 너무 좋다. 현재 하고 있는 전직지원서비스와도 잘 맞는 듯하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웃음). 이 ‘경력선장’이란 단어가 좋은게 하는 일에 따라서 변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생애설계를 할 때는 생애선장, 진로상담을 할 때는 진로선장이 된다.”

- 강연을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강의식으로 하지 않는다. 쓰면 40%, 쓴 것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76%의 달성확률을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처럼 나는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한다. 강의는 가능한 짧게 하고 워크시트를 나눠 준 후 직접 작성하고 발표하는 식이다.”

- 현재 전직에 성공해 다른 분들의 전직을 돕는 삶을 살고 있다. 은퇴 이후 전직하려는 분들이 도움받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인생 2막에 들어선 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고연령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문성이다. 이중 전문성을 갖추고 퇴직하면 전직이나 재취업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퇴직 직전에 준비하면 늦는다. 그 이전부터 목표를 잡고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므로 이 준비를 않는데, 그럼 퇴직 후 고생하는 거다.”

- 정말 피부에 와닿은 말인듯하다. 은퇴 후 전직을 준비할 땐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은가.

“인내와 도전이다. 은퇴 후 전직준비를 하면서 단기간에 덜컥 되는 분들은 사실 극소수다. 계속 넘어진다. 생각해보면 넘어지는 게 당연한데, 넘어지면 힘들어하고 일어서지를 못한다. 자꾸 넘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인내가 필요하다. 많이 넘어진 자만이 빨리 일어설 수 있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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