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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를 평가하게 내버려 두지 말라”

[알쓸은잡×라이프앤커리어디자이너스쿨] 박정규 경기대산학협력 교수_3편

인생 1막, 평가받는 삶을 선택한 건 나 자신

평가받는 사이 ‘나’는 사라져

인생 2막엔 스스로 평가하는 삶 살아야

이미지=최정문


경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겨야 했고 합격해야 했습니다. 항상 비교 대상이 있었고 경쟁자보다 잘하면 됐습니다. 숫자로 표현되는 기준이 있었고, 이 기준을 넘겨야 했습니다. 내가 정하지 않은 기준과 비교 대상으로 나를 끊임없이 평가했습니다. 선생님이 있었고, 상관이 있었으며, 심판이 있었고, 감사가 있었습니다. 학기마다, 시즌마다 목표치가 있었고 결산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순간도 쉬지 않고 온 힘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퇴직하는 순간, 은퇴하는 순간 그 많은 것들이 거품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떻게든 항상 이겨오기만 했었는데, 실패했어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다시 해냈었는데 퇴직하는 그날 볼펜 한 자루도 내 것은 없었습니다. 내가 정한 기준이었다면 성공할 때마다 성공이 추가되고 누적되는 더하기 인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남이 평가하는 내 인생은 성공이 아닌 실패만 누적되는 소모적인 삶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모든 걸 허락한 건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누구도 나에게 평가당하라 강요한 적은 없었습니다. 누구도 나에게 경쟁하라고 요구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잘나 보이고 싶어서 더 많은 걸 갖고 싶어서 남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걸 찾아다니는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평가를 허락한 건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생각한 걸 찾아다닌 게 아니었으니, 나에 대한 모든 평가는 세상이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생각하는 걸 찾아다녔다면 오늘 하루치 삶을 스스로 평가했을 겁니다. 한 번도 나 자신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다 내가 허락한 일이었습니다.

"더 이상 남이 나를 평가하게 두지 않겠다."

퇴직하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평생 남이 나를 평가하도록 허락했었구나. 이젠 더 이상 남이 감히 나를 평가하게 두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렸을 땐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돼야 했었고, 학교 다닐 땐 공부 잘하는 아이가 돼야 했었고, 미래가 보장되는 좋은 대학을 목표로 살아야 했고, 직장에서는 성실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모범이 되는 사람,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여야 했습니다.

그 긴 세월 그저 열심히만 살았습니다.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잣대에 맞추어 더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내 잣대가 아니었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오직 성실하기, 더 열심히 하기, 더 오래 하기였습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들은 남의 평가에는 하찮은 것들이었기에 위험한 것들이었기에 뒤로 밀렸고 바보 같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 감춰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란 존재는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내 삶이 다하는 날 이걸 깨닫게 되지 않은 게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남이 만들어 놓은 잣대에 맞추어, 남의 평가를 받으며 살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감히 나를 평가하게 두지 않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려고 합니다. 내가 소중하다 생각하는 것을 하며 살아볼 생각입니다. 실패해서 반성할지언정, 해보지 않아서 후회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할 수도 있었는데 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린 다시 30년을 더 살아볼 기회가 있는 인류 최초의 사람들입니다.
박정규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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