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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집 그리기는 기초부터··· 인생도 똑같죠"

경복궁 계조당 복원 공사 도편수 문기현씨

처마·기와·문 등 기둥 높이로 결정

기반이 튼튼해야 흔들림 없이 견뎌

최고 건축 목재는 금강송 아닌 赤松

후회 없이 원하는 한옥 지으려면

건축주, 시공사 보다 공부 더 해야

문기현 대목장 전승교육사가 도편수로 참여하고 있는 경복궁 계조당 복원 공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리지만 목수들은 다릅니다. 기초와 기둥을 먼저 그린 후 지붕을 그리지요. 기초가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죠.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죠.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야 흔들림이 없습니다.”

경복궁 계조당 복원 공사에서 목조 부문을 총지휘하고 있는 도편수 문기현(57) 대목장dms 1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건축이나, 인생이나 기본은 기초”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도편수는 국내 최고 목수로 평가되는 신응수 대목장의 후계자로 1991년 경복궁 침전 지역 복원 공사에 참여한 후 31년째 ‘궁궐 목수’로 일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친 궁중 건축물만 창덕궁 돈화문, 경복궁 근정전·경회루, 창경궁 통명전 등 23개에 이른다. 2020년 2월부터는 조선의 여섯 번째 왕 문종이 세자 시절 대리청정을 하던 곳인 계조당의 복원 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충북 단양 대광사 대불보전도 그가 5년여에 걸쳐 이룬 작품이다.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경복궁 계조당.


문 도편수에게 궁궐이나 한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목수이니 당연히 ‘목재’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는 “전통 한옥은 한 번 지으면 몇백 년은 가야 한다”며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역설했다. 목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바닥과 기둥이 부실하면 전통 가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초 다음으로 꼽은 것이 목재, 그중에서도 목재 관리다. 나무가 아무리 좋아도 물이 스며들면 썩을 수밖에 없다. 기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 도편수는 “나무에 물이 닿지 않으려면 기와를 제대로 잘 얹어야 한다”며 “이전에 기와와 부재를 30년마다 한 번씩 수리하는 것도, 기와가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하게 엮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목재는 소나무, 그중에서도 적송으로 평가했다. 속이 붉어 색깔이 예쁘게 나오고 나이테도 조밀해 건축물을 짓는 데 적격이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흔히 금강송을 적송으로 알고 있지만 잘못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 도편수는 “일본인이 특정 지역의 소나무에 금강송이라는 명칭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나무로 인식되고 있다”며 “하지만 태백산맥 자락에서 나오는 일반 소나무와 금강송은 별로 차이가 없으며 적송과 금강송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복궁 계조당 복원 공사 도편수인 문기현 대목장 전승교육사가 도면을 보여주며 공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가 집을 그리는 방식은 일반인과 완전히 다르다. 보통은 지붕을 먼저 형상화하고 나중에 기둥과 기초를 그리는 ‘위에서 아래로’ 방식을 쓰지만 문 도편수는 정반대로 기초와 기둥부터 묘사한 후 지붕으로 올라가게 그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의 종류에 따라 설계할 때 기둥 높이가 조금씩 다릅니다. 처마와 기와 각도는 기둥의 높이에 따라 결정됩니다. 문과 지붕도 마찬가지죠. 사람 사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궁궐만 짓는 것은 아니다. 일반 한옥도 그의 작품 세계에 포함된다. 이때 문 도편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있다. 주인이 목수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도편수는 “목수는 집을 지어주면 끝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집주인은 자꾸 아쉬운 점을 느끼게 된다”며 “후회하지 않고 자신이 얻고 싶은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공사가 귀찮을 만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집주인만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책임을 맡은 목수들도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문 도편수는 “한옥은 몇백 년을 가는 건물이다. 내가 죽어도 누가 지었다는 것은 남는다”며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기술은 죽는 날까지 해도 다 못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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