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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점프 커튼콜] ‘흰 눈썹의 포청천’ 경제·정치계 거목···조순 전 경제부총리 별세

74년 펴낸 ‘경제학원론’, 국내 대표 경제 교과서로 읽혀

1988년 경제기획원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경제 관료 입문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 한나라당 총재 등 지내


■ 라이프점프 ‘커튼콜’은…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습니다. 부고 기사는 ‘죽음’이 계기가 되지만 ‘삶’을 조명하는 글입니다. 라이프점프의 ‘커튼콜’은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되밟아보는 코너입니다.

조순/사진=연합뉴스


‘흰 눈썹’으로 유명한 한국 경제학계 거목이자 정치계 원로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향년 94로 별세했다. 조 전 부총리는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20여 년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케인즈 경제학을 다룬 최초의 교과서인 ‘경제학원론’을 펴낸 게 대표적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도 경제학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읽힌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민선 1기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돼 아스팔트로 덮여있던 여의도 광장을 지금의 공원으로 조성했다.

조 전 부총리는 1928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경기중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전문부를 졸업했다. 이후 강릉농업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입대해 통역 장교로 근무했다. 전역 후 미국으로 가 UC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귀국 후에는 1968년부터 20여년 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그런 그가 경제 관료의 길을 걷게 된 건 1988년이다. 육사 교관으로 있을 당시 인연을 맺은 노태우전 대통령의 권유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게 된 것. 1992년에는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다 사표를 내 재직기간이 길지 않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민주당에 입당해 34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에서 민선 1기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길고 흰 눈썹과 소신 행보로 ‘서울 포청천’이란 별명을 얻었다.

조 전 부총리는 시장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두고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로 대권에 도전했지만,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대권 도전 대신 초대 한나라당 총재를 맡았다. 한나라당은 그가 직접 지은 당명이다. 2000년 16대 총선 때 민주국민당 대표로 총선을 지휘했지만 선거 참패 후 정계 은퇴했다.

이후 서울대·명지대 명예교수,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반도선진화재단 고문 등을 맡아오다 최근 노환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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