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20여년 골프 외길, 은퇴했지만 '우승의 꿈'은 계속된다

김아림·이정은·이재경 프로 우승의 숨은 조력자 김기환 골프코치

갑작스러운 허리부상으로 은퇴 뒤 프로코치로 제2의 인생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


인생 1막보다는 2막에서 더 큰 빛을 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스포츠 세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지도자로서 성공한 이들이 그렇다. 선수로서 자신의 플레이를 잘하는 것과 지도자로서 대상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역할인 법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신화의 히딩크 감독이 그랬고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적 우승청부사 김성근 감독도 선수보다는 지도자로서의 존재를 더욱 뽐냈다.

골프 코치 김기환은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로골프 선수들의 리그에선 '히딩크'와 같은 존재다. 지도자로 입문한 지 긴 시간이 지나진 않았지만 그의 코칭을 받고 우승자로 거듭난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마치고 시작한 코치의 삶에서 남은 인생의 목적지를 다시 발견했다는 그를 라이프점프가 만나봤다.

김기환(뒷줄 오른쪽) 프로와 제자들./사진제공=로직골프아카데미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프로골프선수를 가르치고 있는 김기환 프로라고 한다. 반갑다."

-라이프점프는 슬기로운 인생 2막을 영위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일자리 전문 미디어다. 선수로 뛰다가 코치로 전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릴 때 아버지 따라 골프연습장 갔던 것이 계기가 돼 평생 운동(골프)만 했다. 14살에는 혼자 골프유학을 갔다. 아버지의 '짐 싸라'란 소리에 혼자 가방을 쌌는데 양말조차 챙기지 못했을 정도의 돌발적인 결정이었다. 어린 친구가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혼자 양말 살 용기가 없어서 맨발에 훈련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여행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꽤 오랜 시간(7년)이 걸렸다."

-그러니깐 운동선수로 평생을 준비한 셈인데, 어쩌다 운동을 관두게 된 것인지.

"허리 부상이 일찍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유학생활 때부터 부상의 기미가 시작된 것 같았다. 그런데 한국처럼 병원 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그냥 아픔을 참고 계속 운동만 했다.

그러다 투어프로 생활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갔던 거지. 시합 중에 고통이 심상치 않아서 병원을 갔더니 운동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평생 공을 들인 일이었는데 상심이 컸을 것 같다.

"당연히 납득할 수 없었고 인정할 수조차 없었던 것 같다. 막연하게 '이러다 좋아지겠지'란 생각으로 버텼다. 팬들은 선수들의 잘 하는 모습만 보아서 그렇지 사실, 선수들은 부상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쉬는 날은 대다수 선수들이 병원에 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허리, 팔꿈치, 팔목, 어깨 등 골프스윙에 연관된 어떤 신체 부위든 면밀히 들여다보면 숨겨진 부상이 하나쯤은 있다고 할까."

-어린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고생을 해서 그런지 아이가 커서 골프선수를 하고 싶다고 하면 고민을 할 것 같다.

"절대 안 시킬 거다. 골프 장난감조차 사주고 싶지 않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던 건데, 그 다음부터는 반대였다. 처음엔 하기 싫었는데 하다 보니깐 재미를 느꼈고 오히려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고 운동선수로 나아간 케이스다. 해보니깐 이제 알겠다. 내 아이는 운동을 시키지 않을 거다. (하하)"

-결국 부상으로 운동을 접고 새로 시작한 것이 코치인 거네.

"가장 잘 하는 것이 골프니까. 레슨을 하자, 란 생각은 했는데 일반인 레슨을 할지, 프로 지망생을 대상으로 레슨을 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때 친한 후배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형, 형이 이루지 못한 꿈을 다른 선수에게서 찾으면 되지 않아?’ 그 말 한마디의 여운이 컸다.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고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김기환 코치가 선수의 스윙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로직골프아카데미


-제자들 중에서 우승자도 많이 나왔다.

"최근엔 김아림 선수가 우승했는데 그 전에는 이재경 선수가 우승했다. 이재경 선수가 한동안 드라이버 입스로 꽤 고생했는데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내서 그런지 이재경 선수가 우승할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선수로서 느끼지 못했던 보람 혹은 성취욕 같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코치가 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를 거쳐간 선수가 우승컵을 드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뭐가 있을까. 고맙게도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방황하던 나 역시 안정감을 얻게 됐다. 심리가 안정되니 코치로서 인정 받게 되고 최근에는 드디어 부모님께도 코치로서 인정 받았다. (하하)"

-본인은 다른 코치들과 이런 점에서 다르다, 라는 것이 있다면?

“대회 우승경험이 있는 엘리트 출신 코치들과 나는 좀 다른 것 같다. 엘리트 출신들은 ‘왜 이런 것을 못하지?’ 하는 생각으로 지도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본인들에겐 너무나 쉬웠으니까. 선수가 잘 따라오지 못하면 공감을 할 수 없는 거다. 이에 반해 엘리트 출신이 아닌 나는 (하하) 공감을 해줄 수 있다. 선수가 힘들어 할 땐 원인을 함께 찾아가면서 마음상태를 어루만질 수 있고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공감을 해준다.”

-골프는 심리게임이다, 라는 글귀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 그만큼 공감능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선수가 우승하는 과정에서 코치의 역할은 기껏해야 5% 남짓이다. 거의 모든 것은 선수의 역할이지. 5% 남짓의 코치 역할 중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심리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것 같다.”

-라이프점프 기사는 중장년들이 많이 읽는다. 이들은 두 가지 관심이 있을 것 같다. 먼저 자녀를 골퍼로 키우고 싶은 학부모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골프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녀들을 골퍼로 육성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늘어난 것 같다. 한국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배경 중에 하나도 이 같은 부모님들의 열성적인 지지가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간혹 '과하다' 싶을 정도의 부모님들도 있다. 코치의 지도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선수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통제해서 운동의 흥미 자체를 저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부모님의 역할은 뒤에서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이 최선이라는 거다."

김기환 프로


-그래도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배경으로 꼽히는 것이 부모님의 지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톱레벨 선수들을 지켜보면 공통점이 있다. '직업으로서 골프는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라는 사실이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너나할것없이 눈물부터 나오는 이유가 있다. 골프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 골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톱레벨 선수들은 즐겁게 골프치면 안 된다, 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선수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변의 주말골퍼들을 보면 반대인 것 같다. 선수도 아닌데 골프에 너무 몰입해서 즐기지 못한다고 할까. (하하)

"간혹 선수 이상으로 골프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뭐랄까,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랄까. 아마추어 골퍼는 골프를 즐겨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하는 거다. 골프백만 봐도 골프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선수들도 못 쓰는 고가의 골프용품들을 어디서 그렇게 잘 구하시는지. (하하)"

-코치님 인터뷰 이야기를 했더니 주변에서 골프 잘 치는 팁을 얻어오라는 주문이 있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레슨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아마추어들이 이분들을 통해 연습한다. 문제는 프로마다 훈련법이 각기 다른 법인데 주어지는 정보를 다 수용하다 보니 기본기를 습득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선수들에게도 무리가 되는 스윙이 있는데 그걸 줄기차게 따라하려고 한다. 당연히 골프훈련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듯 골프연습 방법도 달라야 한다. 골프는 독학이 어렵다. 자신에게 맞는 레슨프로를 찾아서 자신의 피지컬에 맞는 형태의 연습을 해야 한다.”

-코치님만의 골프철학이 있다면.

"기본만 잘하자, 이다. 선수나 아마추어나 이건 마찬가지다. 기본을 망각할 때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레벨을 알아야 한다. 아마추어가 어느 날 싱글을 쳤다면 그건 그날 좋은 기록을 낸 것에 불과한 것인데 그 다음부터 싱글을 못 치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 이것은 무언가 잘못된 거다. 이런 패턴은 골프가 힘들어지는 과정,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이다. 핸디캡은 생각보다 높다, 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기환(가운데) 프로와 제자들./사진제공=로직골프아카데미


-인생의 두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어떤 포부를 갖고 있는지.

"언젠가는 나의 구단을 만들겠다. 구단 소속 골퍼들에겐 남들보다 더 큰 경험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고 싶다. 지금 아카데미 생활도 튼튼하게, 예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즐겁게 지내고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한국으로 돌아왔었는데 그때 한성용 감독님이 어려운 처지를 알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는데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골프를 떠나서도 언제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말이다."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