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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집중하다 보면 누구나 나이 오십의 유망주 될 수 있어”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의 저자 이주희

20년 넘게 직장생활하다 퇴사, 육아에 집중하며 책써

1년 반 사이 ‘오십’ 주제로 두 권의 책 출간

중년들이 자기 결정권 갖고 살았으면 해

사진=정혜


20여 년이 넘는 직장생활 후 이제는 작가로 살아가는 이주희 씨는 오십을 ‘제2의 사춘기’로 표현했다. 이 씨는 ‘오십’이 됐다는 자각 없이 어느 날 거울을 통해 오십이 된 자신과 마주하게 됐고, 이후 우울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4개월 가까이 카메라에 얼굴을 담아내고, 목소리를 녹음하고 혼자 걸었다. 그렇게 자신과 마주하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보였고, 그 길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썼다.

이 씨는 자신이 오십의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했던 경험들을 공유하기 위해 1년 반 사이 ‘오십’을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는 “자신과 마주하다 보면 누구나 나이 오십의 유망주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태어나 53년을 살았고, 18년을 공부했으며, 21년 직장생활을 했고 결혼생활을 한 지 22년 된 이주희다.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육아에 전념하며 책을 쓰고 강의를 한다.”

- 자기소개를 숫자로 하니 삶이 한번에 정리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가. 중장년이 된 이후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웃음).”

- 그럼 퇴직 후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나.

“그렇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워킹맘 대부분이 그렇듯 아이에게 미안함이 있어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일할 그때를 위해 끈을 놓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일하는 중이다.”

- 1년 반만에 ‘오십’을 주제로 두 권을 책을 냈다. 계기가 있었나.

“치열하게 살았던 2030대에는 50살쯤 되면 완성형 인간이 돼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슨 일이 터져도 의연하게 해결하며 털어낼 수 있는 어른 말이다. 경제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오십이 넘은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마주한 나는 그런 어른이 아니었다. 어느덧 늙어버린 나와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시기의 나를 표현하자면 마치 제2의 사춘기를 겪는듯했다.”

- 생각해보니 우리는 중년이 된 나를 받아들일 틈 없이 갑자기 시작된 인생 두 번째 삶을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만 하는 것 같다. 어떤가.

“맞다. 그런 상황이 되니까 나도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했던 사람인지 모르겠더라. 자존감이 떨어지니까 SNS를 통해 보이는 이들이 모두 똑똑해 보이고 질투심만 생겼다. 그렇게 생긴 질투심을 해결해보고자 ‘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늙어가는 모습을 담기 위해 3~4개월 정도 매일 셀카를 찍고 목소리를 녹음했다.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뜨개질을 하거나 안 그리던 그림을 그리고, 혼자 멀리 가보기 등의 시도를 했다. 그러면서 인생 첫 번째 일은 나를 뽑아준 회사가 고마워 정성을 다해 일했다면, 인생 두 번째 일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오십’과 관련된 책을 쓰게 됐다.”

이미지=청림출판


- 첫 번째 책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에 대한 설명 좀 해달라.

“첫 번째 책은 제목에 하고 싶은 말이 담겨있다. 오십은 조금 알고 적당히 몰라야 하는 나이다. 물론 이 말은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이기도 하다(웃음).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기 위해서는 과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고민이 많이 담겨있는 게 첫 번째 책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첫 번째 책을 더 깊게 실용적으로 해볼 수 있는 책이 두 번째 책인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이다.”

- ‘오십’과 관련된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의 차이를 좀 더 설명해준다면.

“첫번째 책은 제 생각을 많이 녹아냈다면, 두 번 째 책은 독자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은 자기에게 집중해 자기에 관해 쓸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 책에 실었다. 그렇게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누구든 나이 오십의 유망주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중년을 앞두고 있거나 중년이 된 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솔직히 ‘인생 2막엔 꿈을 펼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는 데 누군가 내게 뭐를 하고 싶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답을 못할 것 같다. 어떨 때는 오늘 먹을 점심 메뉴조차 고르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나이 들수록 자기 결정권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 오십대들이 적절하게 버려야 할 것에 대해서는 단념하고,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에는 미련을 머리고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내 나이 때 사람은 누구나 아는 광고 문구가 있는데, 바로 ‘난 나다’다. 정말 이 말처럼 살면 좋겠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첫 번째 직장이 궁금하다. 어떤 일을 했었나.

“대기업에서 21년을 근무했다. 일이 너무 좋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이었다. 일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직장에 다닐 때는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번밖에 보지 못했을 정도로 일에 집중했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일이 우선이고 아이는 두 번째였다.”

- 그렇게 일이 좋았는데, 그만둔 이유가 있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었던 순간이 왔었다. 나한테 소중한 게 많은데 이 스트레스를 다 견디면서 일을 해야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을 때 털어내고 나왔다.”

- 그럼 책은 언제 처음 쓴 건가.

“경쟁의 한복판에서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불같은 마음이 남아있었다. 그 열정을 담아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2016년에 냈다. 그게 첫 번째 책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응이 좋아 강연도 꽤 다녔다. 직장생활과 관련된 책이다 보니 기업에서 강연 요청이 많았다. 여성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노하우를 엮어서 두 번째 책인 <딸로 입사 엄마로 퇴사>를 출판했다.”

사진=정혜선


- 책을 내기 위해 글쓰기를 따로 배운건가.

“대학교 때 학보사에서 일하면서 기자가 되려는 꿈을 잠깐 꾸기도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는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드라마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에 등록해 시나리오 작성법을 배웠다. 그게 도움이 됐다.”

- 지금 준비 중인 책이 있나.

“현재 올 상반기 출간을 목표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자주 가는 장소와 그 장소에 담긴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 인생 2막의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

“10년 이상이 걸리더라도 꼭 시나리오 한편을 완성해 신춘문예에 지원해보고 싶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표가 당선이 아니라 지원이라는 점이다(웃음). 시나리오 한편 완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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