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데 연금 수급 시점은 뒤로 밀리면서 평균 15년가량의 소득 공백을 겪는 것이 오늘날 중장년의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에 기반한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5’를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난 3월 1차 포럼에 이은 두 번째 행사로, 중장년 정책 관련 기관과 전문가, 연구기관, 기업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논의를 이어갔다.
포럼에서는 중장년(40~64세) 구직자 1만여 명과 기업 450곳 대상 일자리 수요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조태준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수요조사’ 발표에서 중장년 구직자의 구직 목적 1순위는 ‘생계 유지’(82.3%)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아실현’(64.4%), ‘사회활동 참여’(60.5%)가 뒤를 이었다.
재취업을 바라는 중장년의 월평균 희망 임금은 381만 원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 439만 원, 50대 364만 원, 60대 294만 원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희망 임금 수준이 낮아졌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월평균 수용 임금은 331만 원으로 희망치보다 50만 원 낮았다. 수용 임금 역시 40대 371만 원, 50대 320만 원, 60대 268만 원으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조 교수는 “중장년층이 가장 원하는 1순위 일자리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라며 “생계 기반을 충족시키는 것이 재취업 시장의 핵심 과제임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인식은 구직자는 차이가 있었다. ‘중장년 취업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업요구와 정책 지원 방안’ 발표를 맡은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업조사 결과 중장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의향이 있는 기업은 57.1%였고, 이들이 지급 가능한 월 임금 수준도 200만~300만 원대가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중장년 채용은 주로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에서 수요가 크다”며 "정년까지 근무하는 근로자는 20%에 불과하고, 대다수 근로자가 재취업을 경험하는 만큼 중장년 일자리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팩토리·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신기술 관련 직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 기업은 중장년에게 문제 해결 능력, 대인관계, 기술력 등을 요구하지만 실제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고용지원금이나 맞춤형 매칭 같은 직접적 인센티브가 효과적”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 조직 재편과 연령별 맞춤 지원, 신기술 기반 재교육, 유연근무제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며 “중장년 정책을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간 기업과 중장년층을 연결하는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고, 40·50·60대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서울시의 과제”라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구체적 정책 로드맵도 제시됐다.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개인의 경력 진단, 맞춤형 훈련, 기업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는 3단계 선순환 구조의 ‘서울형 일자리 생태계 로드맵’을 발표하며 “중장년이 안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기업은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상생 모델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평균 퇴직 연령은 50세 전후지만 국민연금은 65세 이후에야 수급할 수 있어 최소 1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며 “서울시는 ‘평생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맞춤형 일자리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전국 확산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 개관 예정인 ‘중장년취업사관학교’는 중장년 지원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 기관은 경력 진단과 직업탐색, 최대 300시간에 이르는 기업 수요 기반 직업훈련, 1대1 취업 매칭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취업 지원 플랫폼이다. 40대는 인공지능(AI)과 신기술 역량 강화, 50대는 경력 전환 및 재취업, 60대는 유연근무·사회공헌형 일자리 과정 등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중장년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중장년취업사관학교 설립과 세대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중장년이 다시 빛나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팀장은 △중장년 고용 창출 확대 △N차 취업시장 안착 지원 △생애주기 기반 경력 전환 지원체계 구축 △수요·공급 매칭형 고용 생태계 조성 △유연한 노동시장 정착 △생계보장형 사회참여 일자리 내실화 등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포럼 논의 내용은 PDF 자료로 정리해 향후 50플러스포털 자료실(50plus.or.kr/library.do)에 공개할 예정이다.
- 문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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