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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느림의 행복을 선택한 어머니와 청출어람 딸의 동행

[라이프점프] 홍종희의 트래블 스토리헌터(3)

  • 홍종희 에어비앤비코리아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 2020-02-26 03:16:34
느림의 행복을 선택한 어머니와 청출어람 딸의 동행

천년의 시간이 쌓여 흐르는 경주 불국사 근처에 초록이 인상적인 집이 있다. 창문으로 스며든 아침햇살이 집안 곳곳을 포근하게 감싸는 이곳은 화가 손영님(57세)과 아트디렉터인 딸 임규향님(31세)의 집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집 공유는 감각 넘치는 딸 규향님의 즉흥적인 발상과 깜짝 실행에서 출발했다. 손영님은 2년전 대구에서 경주로 작업실을 옮기려고 1년간 발품을 팔아 마음에 꼭 드는 텃밭과 중정이 있는 집과 만났다. 그러나 계획보다 큰집이라 부담이었다. 엄마의 고민을 듣고 딸은 “아트스테이가 답이야” 라며 바로 공유숙박 플랫폼에 집을 올렸다.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 데, 바로 다음주에 가족예약이 들어왔다.


“너무 놀랐죠. 아무것도 준비된 것도 없고 숙박업소를 운영해 본 적도 없는데, 예약이 덜컥 들어와서.” 라는 규향님. 그후 일주일은 비상이었다. 다행히 사고를 친 딸은 실행력이 좋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집에 페인팅을 하기 망설이지만, 급하니까 과감히 결정을 했다. 많이 안 꾸며도 페인팅이 집의 컨셉을 잡기가 좋아, 우선 초록색 페인트 부터 샀다. 그후 일주일간 모녀는 잠도 자지 않고 페인트칠을 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함께 우왕좌왕했던 그 시간이 모녀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그렇게 칠한 녹색이 얼떨결에 집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모든 게 즉흥적이었죠. 숙소 이름도 제가 시월생이고 어머니가 ‘나의 시월’ 이란 전시기획전을 한 적이 있어서, 전시전명이 숙소이름으로 정해졌죠.” 집의 브랜딩, 메인 컬러, 호스팅을 위한 준비도 즉흥적으로 우선 만들고, 이후 게스트를 받으면서 천천히 완성해갔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호스팅을 하면서 실질적인 운영 실력이 늘었다.


예술가 모녀가 만든 감각적인 집엔 ‘아트 스테이’를 위해 찾는 게스트들이 많다. 정서적으로 이 집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감성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모녀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강아지, 자연과 햇살에 어우러져 휴식을 취하고 갔으면 하고 바란다. “몇 달 전에는 열명 남짓 양가 직계가족만 모여 마당에서 소규모 결혼식을 올리고 주무시고 간 분들이 있었어요. 공간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는 가에 따라 달라지는 데, 그렇게 멋지게 우리 집을 이용해 주셔서 감동했죠.”라고 말하는 규향님.


영님은 “제가 오십 넘으면 시골에 가서 작업하는 게 소원이라 여러 곳을 알아봤는 데, 경주가 제일 낫더군요. 경주는 어머님 고향이라 집도 있고. 제가 오래돼서 깊이가 있고 정념이 있는 걸 좋아하는데, 경주만큼 정념이 깊은 곳이 없어요.” 작업이 삶의 전부였던 대구 시절보다 자연에 시선을 뺐기는 일이 많은 경주에선 작품양이 줄었다. 그렇지만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가 스스로 행복해지는데 있기에, 현재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한다는 영님. 초기엔 게스트에게 1층을 내주고 2층에서 작업을 하다, 마당 한켠에 컨테이너 작업실을 마련했다. 몇달 전엔 딸을 위한 작은 갤러리도 추가해, 이제 딸은 서울과 경주를 오가면 활동을 한다. 집터에 마당, 숙소, 작업실, 갤러리가 자리잡고 보니, 이곳이 온전히 모녀의 집합소가 됐다.


“보통 나이들면 꿈을 안 갖게 되죠. 근데 꿈을 꾸고 말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길을 가게 되고, 나이가 오십이 넘으면 성큼 거기에 가 있더라구요. 예전에는 같은 길을 걷는 딸에게 가이드 역할을 했는 데, 어느 순간부터 딸의 아이디어가 더 낫더라구요. 나는 나이 들면서 조금씩 느려지는 데, 딸은 감각이 살아나더라구요. 그렇게 모녀가 균형을 잘 맞춰서 살아가는거죠.” 집을 기반으로 모녀가 따로 또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규향님이 예술가 모녀의 숙박 공유 도전기를 유튜브에 올리자 반응이 좋았다. 규향님은 작품활동에 방해되지 않도록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아티스트의 감각을 더해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예술가들의 호스팅 도전에 긍정적이다. 호스팅에 관심은 있지만 망설이면서 결정적인 실행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규향님은 “처음엔 아무도 완벽하지 못하지만 일단 해보는 거죠.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못할 수 밖에요. 그냥 하면서 배우면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홍종희 에어비앤비코리아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홍종희 에어비앤비코리아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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