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칼럼

맞벌이 부부의 은퇴자금과 맞바꾼 자녀교육비

[라이프점프] 김태수의 시니어플러스+(2)

  • 김태수 우리은행 개인고객부 과장
  • 2020-06-11 10:14:06
맞벌이 부부의 은퇴자금과 맞바꾼 자녀교육비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다. 사교육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2018년 19조5,000억원→2019년 약21조원, 전년대비 7.8% 증가)보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부분은 맞벌이 가구에서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맞벌이 가구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9천원으로 전년대비 10.7% 증가했다.


보통 맞벌이부부는 외벌이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저축액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엘리자베스 워런 교수는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저서에서 맞벌이 가정의 재정위기는 자녀에게 더 좋은 성장환경을 제공하고 더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빚을 지게 되는 부분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한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사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 된 동네를 찾아 무리하게 이사를 가고, 그 지역의 집값과 교육비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저녁시간 대치동 학원가에서 자녀를 픽업하기 위해 줄을 선 자동차 행렬을 본다면 이 말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내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우수한 학원강사의 수업을 들으며 성적 향상과 함께 올바른 성장을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아이가 원하는 삶일까?’에 대한 고민은 없이 더 많은 학원에 경쟁하듯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노후자금은 잘 준비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경쟁적인 사교육비 지출의 내면에는 맞벌이 부부가 자녀에게 가진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는 것 같다. 자녀의 공부를 함께 봐줄 시간적 여유가 없고, 자녀와 대화를 나눌 기회도 적다 보니 더 비싼 사교육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부족함은 채워질까? 자녀에 대한 미안함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할 때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자녀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자녀의 고민뿐만 아니라 부모의 고민도 함께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와 자녀의 삶이 조금 더 정신적으로 건강해지지 않을까?


다른 한 편 사교육 마케팅에 자꾸 당하는 이유는 교육비 지출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지출 항목도 한도를 설정해 두지 않으면 늘어난 소비탄력성을 줄이기 어렵다. 반드시 사교육비 지출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더 많은 비용지출이 예상된다면 계획을 세워 관리하자. 그리고 아들친구 엄마의 이야기만 듣고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늘려가지 말고, 정말 현실적으로 최선인지 배우자, 자녀와 함께 충분히 대화하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와 가정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좋지가 않다. 실제 가정경제의 상태를 듣고 자녀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부모는 연기하며 살아간다. 어려운 상황을 숨기고 빚을 내 사교육비에 나의 은퇴자금도 모으지 못한 채 과도한 지출을 했다고 치자. 다행스럽게도 자녀가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갈 무렵 어느새 부모의 은퇴시기는 코 앞에 다가왔을 것이다. 은퇴자금이 부족해 경제적으로 힘든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의 심정은 어떨까? 감사한 마음에 어떻게든 경제적으로 지원해드리고 싶지만 정작 사회초년생으로 결혼자금, 내 집 마련 자금을 모으기도 빠듯하다. 삼포(연애, 결혼, 출산)세대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는 과거와는 달리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부동산,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재산의 형성이 쉽지 않다. 이런 자녀에게 본인의 노후를 맞길 수 있을까? 오히려 어려워진 채용시장 때문에 나이가 찾음에도 경제적인 독립을 하지 못해 경제적 부양을 해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내 노후자금을 자녀교육비에 무계획적으로 쏟아 붇지 말자. 오히려 자녀가 가정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팩트를 알게 된다면 더욱 성실한 삶의 자세를 가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합리적인 고민과 함께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자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태수 우리은행 개인고객부 과장
김태수 우리은행 개인고객부 과장
ingaghi@sedaily.com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