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겨울 미국 오리건주에서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김이 조난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났고 갑작스런 폭설에 갇혀 조난을 당하게 되었다. 통신은 두절 되었고 차에 갇혀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떠날 때 준비해왔던 음식으로 일주일을 버텨내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제임스 김은 더 이상은 힘들다고 판단하여 직접 구조를 요청하러 가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테니스화에 스웨터 차림으로 길을 나선 제임스 김은 결국 떠난 지 4일만에 눈더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틀 전 가족들이 구조된 곳에서 불과 1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당시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던 스토리로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시기에 가장으로서 책임감과 희생정신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였고, 그냥 가족과 남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더욱 마음 아프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며 비록 제임스 김의 이야기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네 많은 가장들이 그에 못지않은 각오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자영업 창업의 길에 나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떠난 4050세대들에게 이직의 대안이 없고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기에 진입장벽이 낮은,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자영업 시장에 가족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스갯소리로 인생의 커리어를 “기-승-전-치킨집” 으로 비유한기도 한다. 씁쓸한 표현이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보다는 현실이 그러하다면 유비무환의 자세로 사전에 준비해서 실패를 줄이는 전략과 방법에 대해 논의해 봐야할 시점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자영업 불황은 계속 되어왔고,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이슈로 자영업자들에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 되고 있다. 단군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상가 공실은 넘쳐나고 자영업 매장엔 곡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국내 자영업 시장은 왜 이렇게 불안정하고 어려운 것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은 공급에 있다. 결국 시장은 정상을 찾아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 4050세대들의 경제활동 대안이 자영업으로 몰리고 확실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력 없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쉽게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매장은 존재한다. 즉 어렵다 해도 될 아이템은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경기 불황에 맞춰 구성된 아이템들은 (분식, 간식, 무한리필 등 저가형 아이템) 소위 대박이 나고 있다. 시장의 시황과 변화에 잘 대처하는 지혜가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자영업 시장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어떠한 방안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자영업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면 그 변화와 시점에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고민하고 준비해야한다.
오늘도 수많은 대한민국의 가장들이 폭설 속에 창업의 길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준비해 놓은 자금이 바닥나기 전에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하고 싶다는 소망이 그들을 이끈다. 확률이 높은 싸움은 아니지만 오늘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그들의 생존과 도전을 응원해본다.
/정병철 마이샵온샵 대표
-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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