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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모르면 당한다. 제대로 배우고 함께 지어요’ ...건축주 20여명이 양평 펜션에 모인 이유

행복건축학교 '2020년 여름소풍' 현장 취재
계약서 도장 찍는 순간 갑을 뒤바뀌어...건축주 피해 호소
협동조합 구성, 상생 추구

  • 서민우기자
  • 2020-08-14 14:05:43
‘모르면 당한다. 제대로 배우고 함께 지어요’ ...건축주 20여명이 양평 펜션에 모인 이유

#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산자락에 자리한 ‘라퓨타 용문 펜션’에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전원주택부터 꼬마빌딩, 펜션 등의 건물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는 예비 건축주들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처럼 으레 건축주라면 별걱정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황금 같은 주말 오전에 이들이 양평 시골 마을에 모인 이유는 뭘까.


소형 건축시장은 중고차 매매 시장 못지않은 ‘레몬 마켓’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건축사·시공사·인테리어 업체 등으로부터 온갖 대접을 받는 ‘갑’이지만 도장을 찍는 순간 ‘을’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감언이설로 집을 짓도록 홍보하고, 수수료만 챙겨서 도망가는 브로커들이 판을 친다. 스스로 집을 지어 본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면 업자들로부터 ‘눈탱이’ 맞기 일쑤다. 행복건축협동조합이 행복건축학교라는 예비 건축주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한 것은 이런 부조리한 건축 시장 질서를 바꿔나가기 위해서다. 행복건축학교의 수강생들과 조합원, 건축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2020년 여름 소풍’ 행사를 라이프점프가 다녀왔다.


행복건축학교는 행복건축협동조합이 지난해부터 개설해 운영하는 개인 건축주들을 위한 교육 과정이다. ‘모르면 당한다. 제대로 배우고 함께 지어요!’를 모토로 설계·인테리어·시공·부동산건축 세무와 금융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강연을 제공한다. 통상 1주에 4시간씩 총 6주에 걸쳐 진행된다. 행복건축학교는 그동안 총 일곱 기수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건축학교를 운영하는 행복주택조합은 국내 중소형 건축시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축주들을 위해 건축주와 건축 전문가가 함께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모르면 당한다. 제대로 배우고 함께 지어요’ ...건축주 20여명이 양평 펜션에 모인 이유
송찬호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이 행복건축학교가 주최한 '2020년 여름소풍'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민우기자

양평 현장에서 만난 송찬호 조합 이사장은 “내 집이나 건물을 짓는데 여전히 잘 몰라서 억울하게 당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면서 “정보 비대칭이 심한 소형 건축시장에서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행복건축학교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방송국에서 20년간 프로듀서(PD)로 근무한 송 이사장도 여러 차례 건축 경험을 보유한 건축주다. 지금까지 지은 집은 총 일곱 채. 세 번은 망했고, 네 번은 나름 성공했다. 5할을 조금 넘는 타율이다. 행복건축협동조합의 1호 프로젝트로, 송 이사장이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지은 ‘하늘이 보이는 집, 라퓨타’는 독특한 외관과 공간 구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르면 당한다. 제대로 배우고 함께 지어요’ ...건축주 20여명이 양평 펜션에 모인 이유
하늘이 보이는 집 라퓨타./사진제공=행복건축협동조합


그는 “집을 여러 차례 지으면서 정말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다”면서 “이런 경험들을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최소한 내가 겪은 실수를 그들이 되풀이 하진 않을 거고, 혼탁한 건축 시장도 점차 개선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행복건축협동조합의 건축 플랫폼엔 내 집 건축에 관심이 많은 조합원 외에 시공, 자금조달, 설계, 부동산 법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2020년 여름 소풍’은 △용문산 공원 산책 △ 전문가 특강 △저녁 겸 간담회 등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조합원들과 수강생들은 송 이사장이 적집 지은 ‘라퓨타 용문 펜션’에 집결해 점심을 함께 한 뒤 첫 일정인 용문산 공원 산책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6~7기 수강생들과 8기 신입생들 위주로 참여했다. 8기 신입생인 우상호 씨는 “서울에 2층 짜리 상가를 보유 중인데 현재 증축을 할지, 새로 건물을 지을 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건축 시장에 믿을 만한 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행복건축학교를 알게 됐고,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건축학교 수업을 들으면 비슷한 처지의 건축주들과 소통할 수 있고 자금조달부터 세무, 설계, 인테리어, 시공, 계약 및 견적 등 건축과 관련된 전문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르면 당한다. 제대로 배우고 함께 지어요’ ...건축주 20여명이 양평 펜션에 모인 이유
지난달 25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라퓨타 용문 펜션에서 열린 '2020년 여름소풍' 행사에 참석한 수강생들이 산책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서민우기자

7기 수강생인 한정권 씨는 “개인들이 참여하는 건축 시장은 중고차 시장과 비슷하다”며 “집을 짓는 수요와 설계·시공 등 건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은 많은데 수요자 신뢰도는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씨는 “실제 서울에 있는 기존 상가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건축 업자로부터 심하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건축학교 교육 과정을 통해 건축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하게 됐고,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특강 시간엔 감은희 단감건축사무소장이 ‘도면 보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라퓨타 용문 펜션 바닥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 감 소장이 들려주는 강연 내용을 주의 깊게 들었다. 감 소장은 자신의 강의를 마친 뒤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수강생들과 함께 자리를 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주관한 송 이사장은 “행복건축학교를 바탕으로 협동조합 차원의 건축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중소 건축시장이 건축주와 건축 사업가가 서로 신뢰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어 더욱 투명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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