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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0Km를 출퇴근하는 사람, “나는 김소연입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아내로 대중에게 알려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연방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대표, 그가 말하는 독일 강소기업의 비결
K방역으로 한국 국가이미지 크게 높아져…“독일에서 한국인으로서 氣가 산다

  • 고광본 기자 kbgo@sedaily.com
  • 2020-09-21 09:55:44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부인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김소연(50·사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 대표. 독일어 전문 통역사 출신인 그는 지난 2011년부터 NRW주를 대표해 한독 기업 간 교류 촉진에 나서왔다. 2016년 국제경영자회의에서 슈뢰더 전 총리를 처음 만나 2018년 26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재혼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실상 커리어우먼으로서 경력을 탄탄하게 쌓아온 것이다.



8,300Km를 출퇴근하는 사람, “나는 김소연입니다”


그의 남편은 1990년 전격적인 독일 통일 이후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3년 ‘노사정 대타협’을 끌어내며 경제 부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들 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마스크를 쓰는 것을 꺼리던 독일에서 3월 말 마스크를 먼저 쓰며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은 마스크 쓰는 게 당연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그렇지 않았잖아요. 지금도 꺼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니까요.”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코리아비즈니스센터를 찾았다.




8,300Km를 출퇴근하는 사람, “나는 김소연입니다”



-사무실에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다.


“우리 대통령들의 독일 방문이나 현지에서 요인이 방한했을 때 통역을 많이 했다. 특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가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남편이 결혼 전인 2017년에 자서전(문명국가로의 귀환) 출간차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을 때도 통역을 했는데 이후에도 몇 차례 방한했다. 남편은 당시 문 대통령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얘기를 하며) 독일은 과거사를 진정으로 반성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소재로) 한국인의 민주주의 쟁취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8,300Km를 출퇴근하는 사람, “나는 김소연입니다”
연인 관계를 공식화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김소연 씨가 지난 2018년 내한해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권욱기자


-남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아내가 한국분이다 보니 당연히 한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남편은 ‘한국인이 정과 인간미가 있고 에너지가 넘치고 세련된 모습’이라고 한다. 신혼여행 때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불국사 등을 찾았는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였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이 궁금하다. NRW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 대표로서의 역할을 설명해달라.


“한독 간 기업 진출이나 투자·연구개발(R&D) 교류를 촉진하고 정보와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 통역사로 일하며 다양한 전문 분야를 익히고 기업 현장도 방문했던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 따지고 보면 8,300㎞ 떨어진 하노버와 서울을 일정 기간 출퇴근하듯 오가며 근무하는 거지. (하하)”




8,300Km를 출퇴근하는 사람, “나는 김소연입니다”


-독일 내 한 지역으로서 NRW은 어떤 곳인가.


“독일의 북서쪽에 위치했고 통독 전 서독의 수도(본)를 둘러싼 곳이다. 독일 제조업의 중심이다. 인구 1,800만명으로 연방주 중 가장 많고 독일 50대 대기업 중 19곳의 본사가 있다. 아헨특구는 독일 최고 R&D 역량을 가진 곳으로 아헨공대를 포함해 우수한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독일에서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오는 게 다 이유가 있다. 한국의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도 공동 R&D를 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이후 올 6월 현지에 ‘한독 소재·부품·장비 기술협력센터’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센터에 최장 2년간 입주하는 10개의 한국 중견·중소기업이 현지인력을 찾고 대학·연구소·기업과 공동 R&D를 하고 파트너십을 맺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독일이 제조강국에 올라선 것은 기업의 R&D를 장기간 지원해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내가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에서 혁신기술로 세계를 리드하는 ‘히든챔피언’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인데 노사공동결정 제도와 같은 독특한 경영 스타일, 뚜렷한 기업 가치와 문화, 지역과의 깊은 연계성을 볼 수 있다. 한국은 톱다운 방식으로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압축성장해왔는데 아직 글로벌스탠더드(표준)를 만들고 이끌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독일을 미래 기술협력 파트너로 삼아 더 많은 히든챔피언이 나와야 한다.



-한국과 독일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닮은 구석이 많은 국가라는 인식도 있다.


“일본은 역사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중국은 체제 차이도 있고 빨리 치고 올라오거나 오히려 앞선 것도 많아 미래 혁신을 위한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다. 독일은 한국을 ‘아시아의 프로이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독일제국을 만든) 프로이센처럼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분단의 역사라는 동병상련이 있고 경제논리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협력이 용이하다.


양국이 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폭스바겐 전기차의 5개 배터리 협력사 중 LG화학 등 한국이 3개나 들어갔다. 과거 독일에서 원조를 받다가 자동차 부품이나 모듈을 공급하며 독일의 파트너가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지. 요즘은 코로나 K방역도 그렇고 전자정부를 비롯한 디지털 측면에서도 독일보다 앞선 분야가 적지 않디.”



-차이점도 있을 텐데.


“한국은 나이, 직위, 브랜드, 회사 규모를 따지고 실리보다 체면을 중시한다. 반면 융통성이 있고 매우 신속한 업무 추진으로 디지털 시대 빠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큰 장점을 발휘한다. 독일은 모든 사안을 철저히 토론을 거쳐 결정하느라 느리기는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해 움직이고 경험을 중시한다. 속도보다는 정확도를, 체면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교육 시스템에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기술직보다 사무직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독일은 기술직과 사무직의 선호도에 큰 차이가 없다. 학교 이론교육과 기업 현장실습을 병행해 기업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 거지.


대학도 현장 인턴십이 필수라 문제해결능력을 쌓을 수 있다. 기업은 자기 인턴 출신 경력자를 신입 직원으로 뽑는 경우도 많다. 독일은 우수 인재가 중소·중견기업도 선호하는데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거의 없고 승진 기회가 크며 고향에서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독일 교육이 토론과 소통에 역점을 둬 기업에서도 노사 간 의견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면서 한국 교육도 주입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K방역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독일 등 유럽에서 K방역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주니 한국인으로서 기가 산다. K방역이 국가 이미지 제고에 미친 영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크다. BTS가 큰 인기를 끌며 한국 문화가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K방역이 부각돼 한국 산업의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 의료체계의 선진성이나 의료·정보기술(IT) 융합, 의사 수준, 제약·바이오의 이미지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일부 그룹의 일탈도 있지만 마스크 잘 쓰고 규칙을 잘 지키는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을 보며 기업들이 ‘저렇게 책임의식이 높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겠나’라고 하는 거지.”



-지난 3월 말 현지에서 앞장서 마스크를 쓰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독일에 봉쇄령이 내려져 천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면 목도리를 잘라 바느질해 ‘메이드 인 하노버’ 마스크를 만들었다. 남편과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러 나갔다가 파파라치한테 사진이 찍혔고 이걸 계기로 현지 언론에 소개됐다. 언론을 통해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고 온라인으로 재봉틀과 천을 주문해 마스크를 계속 만들어 주변에 나눠줬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때라 ‘천마스크라도 써서 안전한 버퍼지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모두가 마스크를 쓴다’고 소개했다. 본인은 물론 타인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자고 했지. 마스크를 쓰는 아시아인이 코로나19 환자로 오인돼 비난과 폭력에 노출되기도 했는데 실상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도 역점을 뒀다.“




8,300Km를 출퇴근하는 사람, “나는 김소연입니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나.


서양은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주의가 강하고, 마스크는 테러리스트나 쓰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의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로베르트코흐연구소도 초기에 마스크 쓰기를 전혀 권장하지 않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정치인들도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정작 한국에서는 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헝그리정신을 바탕으로 상당히 발전했는데도 여전히 역동적이고 열정이 넘쳐 추격형 국가에서 벗어나 선도형 국가로 나가는 위치가 된 거지. 경제발전과 삶의 질 개선은 부모 세대의 헌신과 희생정신의 토대 위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도 독일 사람과 결혼했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일 국적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고광본 기자 kbgo@
고광본 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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