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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 그와 함께 선택한 창업의 길

좋아하는 패션일 평생 하고 싶어 선택한 공동창업 도전…‘등잔 밑’에서 찾은 동업자

동료로서 오랜 시간 지켜봐 상대방 실력 신뢰…가끔 다투더라도 ‘칼로 물 베기’


기혼 직장인이라면 배우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가 한 두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바로 건너편에 앉아 기사를 쓰고 있는 라이프점프 편집장과 그 옆에서 늘 심각한 표정의 발행인이 내겐 그런 동료다.

많은 시간 동거동락하는 동료라 할지라도 함께 퇴사를 작심하고 창업까지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여성복 브랜드 ‘르니앤맥코이’를 운영하는 패션기업 미쥬의 황승주(오른쪽), 강미선 대표는 그 드문 확률을 뚫고 스스로 ‘사장님’ 소리를 듣는 이들이다.

지금 이 순간 일터에서의 엑시트를 꿈꾸며 창업 동반자를 찾고 있는 직장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멀리서 찾지 말자. 어쩌면 당신 옆자리 동료가 그 동반자일 수 있다.”

두 여성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린 결론이다. 그들을 라이프점프가 만나봤다.

황승주(오른쪽), 강미선 미쥬 공동대표


-자기 소개 부탁 드린다.

“(황승주 대표) 안녕! 여성의류기업 미쥬의 공동대표 황승주다. 패션 대기업에서 디자이너 실장으로 일하다 창업했다.

(강미선 대표) 황 대표와 함께 미쥬를 공동창업한 강미선이다. 황 대표와 함께 직장생활을 하다 의기투합해 창업가로 변신했다.“

-회사동료 관계에서 동업자로서 창업했는데 계기는 무엇인가.

“(황 대표) 오랜 시간 패션 일을 하면서 일과 삶의 밸런스에 대한 욕구가 컸다. 패션기업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조직인데 가정 생활을 포기할 정도로 일에 매달렸지만 앞날이 막막했다. ‘워라밸’을 찾고 싶었던 욕망에서 시작한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두 분 모두 패션 디자이너인 건가?

“(강 대표) 정확히 말하면 황 대표는 스타일 디자이너이고 나는 소재 디자이너다. 흔히 사람들이 의상 디자인하면 모양새만 떠올리는데 의상은 소재와 스타일이 함께 어우러져 탄생한다. 뗄 수 없는 관계인 거지. 황 대표는 내가 모시는 상사였는데 2개 회사에서 상사이자 동료로 일하면서 실력과 품성을 확신하게 됐다. 나이 먹고 퇴물취급 받기 전에 (하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찾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누가 먼저 창업을 제안한 거지?

“(강 대표) 내가 먼저 창업을 제안했다. 소재 디자이너가 스타일 디자이너보다 ‘명줄(?)’이 짧아서... (하하)”

-그렇구나. 처음 만나 잘 모르겠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도 두 분끼리 찰떡궁합 같아 보인다. 미쥬라는 회사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황 대표) ‘아시아의 자라’가 되겠다는 포부를 지닌 여성의류기업이다. ‘르니앤맥코이’라는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좀 알려져 있다. ‘틈새’를 뜻하는 니치의 프랑스 조어와 언더그라운드 음악으로 유명한 맥코이가 합쳐진 브랜드다. 합리적 가격과 유니크한 가치로 패션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싶어 그렇게 지었다.

(강 대표) 브랜드명이 좀 어렵지? 사실 뭔가 있어 보이려고 일부러 어렵게 지었다. (하하) 우리 연령의 감성이 그렇다.“



-현재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강 대표) 백화점, 아웃렛 등에 약 6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의류기업 중에선 매출기준 국내 50등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 브랜드는 연령대로 보면 3040이 타깃이다. 자신을 위해서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비자다. 연간 2,500여개 아이템이 출시되는데 그 중 절반 정도가 한땀한땀 제작하는 제품이다.”

-오프라인 중심이면 이번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좀 받았겠는데?

“(황 대표) 전년대비 60~70%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확실히 위축된 것은 맞다. 그런데 다행히도 소비자들이 점차 지금 같은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내년 전망은 보수적으로 낮춰 잡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는데 사실 의류시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성들은 피팅에 매우 민감해한다. 핏, 소재 등 이런 것들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애도 전화로 할 수도 있지만 직접 만나서 데이트 해야 하는 것처럼 오프라인에서의 의류시장은 그 자체로 남아 있을 것이다.”

-두 분 모두 결혼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배우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실 것 같다. 동업자 간 다툼은 없나.

“(강 대표) 혹자들은 우리 둘을 보고 부부라고 한다. 내가 덩치가 더 크니깐 남편이라고. (하하) 농담이고 직장동료끼리 창업하는 것은 나름 매력이 있다. 일단 일하는 스타일을 잘 아니깐 실력을 믿을 수 있다고 할까. 오랜 시간 일터에서 서로를 지켜봤기 때문에 다툼 없이 무난히 가는 것 같다. 게다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 다투더라도 오래 안 간다.

(황 대표) 사업을 함께 하려면 뜻이 맞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미선이가 꼭 필요하다.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서로가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속칭 궁합이란 것이 있는데 그것도 잘 맞는 거 같고. 솔직히 ‘저 사람이랑 같이 하면 성공하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창업 초기 정말 힘들었는데 그때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의지할 대상이 있어서 였던 것 같다.“

-모든 창업가들이 그랬겠지만 창업 초기 얼마나 힘들었길래.

“(황 대표) 작년에 미쥬 매출이 약 200억 정도 기록했다. 백화점협회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빠른 성장세이긴 한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매달 5,000만원 가량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땐 창업을 후회하기도 했다. 디자인 실장할 때는 속칭 원사업체를 ‘부리는’ 위치에서 창업 이후에는 매대 앞에서 옷을 팔았는데 자존심이 무척 상했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게 창업의 길인 걸. 대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것도 많다.”

-어떤 것이 달라진 거지?

“(황 대표) 창업하고 2년 동안 우리 둘이 직접 판매를 뛰었다. 그래도 내가 디자인실장 10년 넘게 한 사람인데 현장 뛰면서 자존심 상하더라. 그런데 동시에 반성도 많이 했다. 디자인하면서 늘 제품만 생각했는데 고객이 빠져 있던 거다. 판매라는 것이 고객을 직접 대하는 것이잖아.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매원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이런 것을 경험하면서 더 큰 것을 얻었다.”

-많은 창업가들이 흔히 말하는 데스밸리를 겪다가 어느 지점에서 성장하는 단계로 진입한다고 말하는데 미쥬도 그런 과정이 있었을 것 같다.

“(강 대표) 사업하는 분들이 종종 이런 말 하잖아. 사업의 전환시점은 우연찮게 찾아온다고. 우리도 그랬다. 창업 1년 반 정도 됐을까. 매출은 안 오르고 지출은 그대로고, ‘사업을 접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대형 백화점 품평회에 참석했다가 의류납품의 기회를 얻게 됐다. 그 다음 날 바로 주문물량을 공급했다. 그렇게 반전의 기회를 살려서 6개월 만에 은행잔고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만들 수 있었다.”

-진정한 반전의 기회였네.

“(황 대표) 그때 그 기회를 얻지 못했으면 솔직히... 나는 더는 못했을 것 같다. 관리쪽을 내가 맡다 보니깐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좀 더 컸는데 강 대표는 여기서는 ‘절대 못 접는다’고. (하하) 6개월만 더 해보자고 주장하고 그걸 받아들였던 것이 다행이었던 것 같다.”

-두 분을 만난다고 하니깐 꼭 이 질문을 해달라고 하더라. 창업의 꿈을 가슴 속에 숨기고 있는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 선배 창업가로서 전할 조언이 있다면.

“(황 대표) 자기 사업을 오래 하신 아버지를 지켜봐서인지 사업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강 대표가 옆에서 꼬드기는(?) 바람에 얼떨결에 시작한 셈인데 해보니깐 이런 생각은 든다. ‘여태까지 평생 공부하고 일해왔는데 이 모든 것이 단절되는 것이 맞는 건지’ 하는 생각. 그런 관점에서 보면 창업은 한번쯤은 해봐도 좋을 거 같다. 하다가 그만두더라도.”



-마지막 질문이다. 워라밸을 찾고 싶어서 창업했다고 했는데 찾으셨나?

“(황 대표) 막상 창업하고 나니깐 더 큰 무게가 느껴지더라. 디자이너라고 디자인 욕심만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직원들의 삶도 이 회사에 녹아 있고. 되돌아 보면 경영자로서 욕심이 있어서 창업한 게 아니고 디자이너 경력을 연장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에 경영자에게 필요한 소양이나 능력을 키우는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박해욱 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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