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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식품 판매 제직증명 “인터넷 최저가로 오늘 도축한 제주 흑돼지 다음날 문앞까지 배달”

고도호 제직증명 대표, ‘제주를 직접 증명하기’위해 사업 시작

지난해 6월 개업 후 2개월 만에 인터넷 포털에서 축산물 분야 인기도 1위

지난 1월 인천 공장 완공, 도축·가공·유통 자체 해결

5월 자사몰 통해 제주 수산물 판매 시작, 8월엔 감귤 등 농산물도 판매 예정

고도호 제직증명 대표는 지난해 6월 제주도 식품을 D2C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사진=정혜선


질문 하나. 제주도 특산물을 먹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1번 제주도에 간다. 2번 흑돼지가 아닌 일반 돼지 삼겹살로 마음을 달랜다. 3번 제직증명을 이용한다.

이 질문의 정답은 바로 3번이다. 제주도 특산물인 흑돼지나 제주 갈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제직증명’을 한 번쯤 들어왔을 것이다. 지난해 6월 공식 오픈한 제직증명은 제주도 수산물과 축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온라인으로 식품을 판매하는 게 특별하지 않은 요즘 ‘제직증명’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자직접판매(D2C) 유통구조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제주도 식품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직증명을 통해 흑돼지를 구매하면 당일 도축한 고기를 다음날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제직증명의 진가는 소비자가 먼저 알아봤다. 인터넷 네이버 포털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10만여 개 축산물 상품에서 인기도 1위를 달성한 것. 제직증명은 축산물온라인직거래 시스템으로 특허출원을 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2020 올해의 벤처상’을 수상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라 제주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고도호 제직증명 대표는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제주도 식품을 구매할 기회를, 제주도 농어민에게는 D2C판매를 통해 더 나은 수익 창출의 기회를 주고 싶어 이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첫 인상과 달리 아재개그를 장착한 고도호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웃음바다였다. 즐거웠던 그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고도호입니다(웃음).”

-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제직증명’은 어떤 곳인가.

“‘제직증명’이라는 회사 이름을 말하면, 재미있어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재직증명’하고 말소리가 같아서 그런듯하다. ‘제직증명’은 ‘제주를 직접 증명하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 식품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다.”

- 사명이 특이하다. 의미를 알고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처음 들었을 땐 뭐하는 기업인가 했다.

“제가 아재 개그를 참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사명을 짓고 싶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의 의미도 담겨있으면서, 사람들의 궁금증도 자아내는 ‘제직증명’이 떠올랐다. 마음에 딱 들어 사명으로 정했다. 맞고 나면 조금 힘들어도 안전한 코로나19 백신처럼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평생 안 잊어버릴 이름 같아 만족한다(웃음).”

- ‘축산물온라인직거래시스템’을 특허출원했다고 하던데, 이 시스템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지난 5월 말에 확인을 받아서 등록을 완료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대한민국 최초로 특허 등록이 됐다. 이 시스템에 자세히 설명하려면 긴시간이 필요하므로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일반적으로 소와 돼지는 도축하면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이 경매에 일반 소비자가 참여하기란 실질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저희 제직증명 플랫폼에 당일 도축된 축산물을 올리면 소비자들을 그것을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 ‘막 도축한 소나 돼지를 온라인에서 공동구매 후 다음날 집으로 배송 받아 먹을 수 있다’는 설명 같은데, 맞나.

“맞다. 가장 빠르고 신선하게 제주 흑돼지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제직증명 플랫폼에 흑돼지 한 마리가 16등분, 8등분해서 올라오면 원하는 부위를 구매하면 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요식업을 하는 소상공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를 추친하고 있다. 흑돼지를 한 마리 단위로 판매할거나, 식당사장님이 필요한 삼겹살, 목살, 앞다리살 등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저희 제직증명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커밍순이다(웃음). 기대해 달라.”

제직증명에서 판매하는 제주 흑돼지는 경매가와 연동돼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이미지=제직증명 홈페이지


- 이야기를 들을수록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 빠져든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직원들과 회의할 때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답은 고객한테 있다’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막힘이 있을 때마다 ‘고객이, 소비자가 어떻게 해야 좋아할까’를 떠올리면 답을 찾는다.”

- 제직증명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나.

“제직증명을 준비할 때도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다.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어디서 먹을까. 식당에서 먹거나 마트 혹은 온라인에서 구매해 먹거나 두 가지다. 그런데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식당에 가서 먹기 힘들 땐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먹는다고 보면 된다. 그럼 온라인으로 구매해 먹을 때 어떻게 하면 신선하고 빠르게 착한 가격으로 돼지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까를 생각했다. 그러다 D2C 플랫폼을 생각하게 됐다.”

- 시중 가격보다 제주 흑돼지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궁금하다.

“지난 1월 인천 공장을 인수하고, 최근 김포 물류창고도 문을 열었다. 지난 2월에는 제주도 공장이 완공됐다. 그리고 저희 제직증명은 제주도 돼지 농장 13곳과 제휴 계약이 돼 있다. 그 농장에서 나오는 돼지는 제직증명이 전량 매수한다. 저희가 농장 컨설팅도 해준다. 그러다 보니 제직증명이 별도 유통구조 없이 도축, 가공, 물류까지 다 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을 ‘고기독립815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였다.”

- ‘고기독립815시스템’이라니 작명을 참 잘하는 듯하다(웃음).

“고기가 왜 독립을 했는지가 중요하다(웃음). 소비자들은 정육점 사장님이 정하는 가격, 식당 사장이 정하는 가격에 고기를 사 먹지 않나. 저희 제직증명은 경매가와 가격이 연동된다. 그래서 온라인 최저가로 제주 흑돼지 구매가 가능하다.”

- 온라인 최저가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고기독립’은 알겠고, ‘815’에도 의미가 있나.

“있다. 8은 도축장에서 나와 8시간 안에 발송하고 15는 도축장에서 나와 1.5일 안에 소비자 집 문 앞에 배달해준다는 뜻이다.”

- 지난 6월 개업 후 1년 동안 참 많은 것을 해냈다. 쉬는 날없이 일했을 것 같은데.

“제직증명을 런칭하고 마케팅할 때는 잠을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일어나 메모하고 다시 자기를 반복했다. 일어나보면 꿈이었는지, 잠을 잔 건지 모를 정도로 일에 빠져있었던 시간들이었다.”

- 많은 시간을 들인 만큼 소비자들이 알아줘서 기쁜 마음이 컸을 것 같다.

“제직증명을 시작할 당시 소비자가 제직증명 제품을 선택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현명하니까 투명한 유통구조를 보여주고, 도축해서 판매 후 포장돼 배송되기까지 작업시간도 알려준다. 포장도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포장인 ‘스킨 포장’을 해 배송한다. 그러다보니 크게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해주는 것 같다.”

- 그럼 제직증명 제품은 전국에서 구매하면 배송받을 수 있는 건가.

“전국으로 다 배송이 가능하다. 다만, 서울은 지난 5월부터 새벽 배송이 가능하고, 다른 지역은 택배 배송이 된다. 3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 볼 수 있다. 서울은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든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만큼 아이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나.

“제주도 특산품하면 아시다시피 흑돼지, 갈치, 감귤이나 한라봉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사먹는 반면 제주도 농민이나 어민들은 살기 힘들어한다. 감귤을 예로들어보면, 2019년 기준 감귤 1KG을 팔면 제주도 농민은 500원을 번다. 그런데 소비자는 이 감귤을 3,000원에 사 먹더라. 중간 유통과정에서 2,500원이 붙은 거다. 제주도 축산물이나 농산물은 다 유통과정이 복잡하다. 유통과정이 길명 길수록 가격은 비싸지고 품질은 떨어진다. 제가 제주도 부심이 좀 있어서 제주도 상품의 불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 소비자들의 제직증명 제품을 구매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도, 런칭 2개월 만에 네이버 포털에서 10만여 개 축산물 중 인기도 1위를 할 줄은 몰랐을 것 같다.

“소비자들이 믿어준 결과다. 지금까지도 소비자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리뷰는 대표인 제가 직접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른다. ‘아주 맛있다’고 평가해주면서도 별 하나를 주는 분들이 있다(웃음). ‘저희가 아직 뭔가 부족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개선할 점을 찾는다. 소비자들의 후기를 다 읽어보고 사업에 반영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제직증명은 제주 수산물 판매를 위해 최근 제주 수협 4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제직증명


- 소비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그 기업 제품을 더 믿고 사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가 있다면.

“제직증명이 판매하는 고기 두께가 원래 2cm로 한 종류였는데, 캠핑을 즐기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두꺼운 고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3cm 두께도 함께 팔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버들이 통삼겹살 요리를 만들이 하면서, 통삼겹살에 대한 주문도 있어 통삼겹살도 판매하고 있다. ‘돼지고기 등심을 구매해 직접 돈가스를 해 먹고 싶다’는 후기를 보고 등심 판매를 시작했는데, 안 팔려서 다시 내렸다(웃음). 등심을 돈가스용, 장조림용으로 나눠 판매할 생각을 하고 있다.”

-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열심히 한 덕분인지 사업 시작 1년도 안되서 올해 벤처상을 받았다.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제주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그어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이 발발하면서 관광객이 제주도에 오지 않았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절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하루에 3만 명씩 제주도에 오고 있지만, 관광을 많이 올뿐 제주도 농수산물이 많이 소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이번에 받은 상 역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 제직증명을 개업하기까지 준비기간이 얼마나 되나.

“6개월 정도 걸렸다.”

- 개업 후 반응이 좋아 매출 규모도 늘었을 것 같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2월, 3월에 월 평균 5억원을 벌었다. 지난 5월에는 자사몰 오픈으로 인해 매출이 20억원을 넘었다. 감사할 뿐이다.”

-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가 있다면.

“지난 5월 자사몰을 열었다. 이곳을 통해 제주 수산물 판매를 시작했다. 수산물은 제주도에 있는 4개 수협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제주 수협은 제직증명에 좋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제직증명은 정직하게 착한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잘 전달해서 어민들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려 한다. 8월부터는 하우스 감귤부터 시작해 농산물 판매를 시작한다. 제직증명에서라면 제주 식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혀지면 좋겠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농민, 어민과 소비자가 직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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