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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봉화] 소천면 분천리, 라벤더로 물든 원곡마을엔 '보랏빛 향기'

산 중턱에 자리한 라벤더농장

지인들 통해서 세상에 알려져

비 잦은 올해는 7월부터 만개

양원라벤더는 울진 금강송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라벤더 농장이다. 매년 6월이면 보랏빛 라벤더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양원라벤더 방문객들은 예약자에 한해 라벤더 농장 한가운데에 텐드를 치고 하룻밤 묵어가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첩첩산중 오지인 봉화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을 꼽으라면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이다. 영동선 양원역으로 유명한 이곳은 봉화와 울진에 걸쳐 있는 화전민촌이다. 15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이 낙동강을 경계로 한쪽은 봉화, 다른 한쪽은 울진으로 쪼개져 있다. 그런데 외부와 단절돼 있던 인적 드문 산골 마을에 몇 해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6월이면 주변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라벤더 꽃 때문이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시골 마을이나 일본 훗카이도의 후라노 라벤더 농장을 떠올리게 하는 양원라벤더는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숨겨진 라벤더 농장이다. 박윤정(52) 양원라벤더 대표는 지난 2017년 암 투병 중 양원역에 들렀다가 이곳 풍경에 반해 눌러 살게 됐다고 한다. 프랑스 여행 중에 만난 라벤더 농장을 본떠 라벤더를 심은 지 올해로 5년째. 관광객들을 위해 꽃을 심은 게 아니라 단순히 라벤더가 좋아서 개인 정원으로 가꿔왔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늘면서 2019년부터 일반에 개방하기 시작했다.

박윤정 대표는 총 5,000㎡(1,500여 평)에 달하는 라벤더 농장을 혼자 힘으로 가꾸고 있다. 주중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농장 안으로 들어서면 산비탈에 심어진 라벤더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총 5,000㎡(1,500여 평)의 부지에 잉글리시 라벤더부터 프렌치 라벤더까지 다양한 종의 라벤더가 빼곡히 심겨 있다. 라벤더는 1년에 두 차례, 5월과 9월에 꽃을 피운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6월 중순은 예년 같으면 이미 만개했을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 개화 시기가 2주 이상 늦춰진 탓에 꽃망울이 서서히 부풀기 시작하고 하나둘 꽃을 피우고 있었다. 7월이면 만발한 라벤더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보랏빛 물결을 마주할 수 있을 터다.

양원라벤더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 아니라 조용히 쉬다 올 수 있는 곳이다. 평소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마치 농장을 전세 낸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드라이플라워, 손 소독제, 포푸리(향주머니)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농장에서 라벤더에 둘러싸여 하룻밤 쉬었다가는 캠핑도 가능하다.

한 평 남짓한 양원역 대합실은 주민들이 돈을 모아 직접 세운 국내 최초의 민자 역사다.

영동선 양원역은 지난 1988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민자 역사다. 도로 교통이 매우 열악한 이곳 주민들은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해 역 임시 승강장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고 주민들이 직접 돈을 모아 대합실과 승강장을 세웠다.


오지 마을에 자리한 만큼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양원라벤더는 주소상으로는 울진 금강송면 전곡리지만 건너편 봉화와 원곡마을이라는 이름을 나눠 쓰고 있는 접경지다. 봉화와 울진을 잇는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 회룡천길로 갈아타고 도로 끝까지 가면 원곡마을로 연결된다. 영동선과 동해산타열차·백두대간협곡열차가 마을 앞 양원역을 오가지만 월·화요일 미운행하는 열차가 많은 데다 영동선을 제외하면 관광 열차라 하루 운영 횟수가 적어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양원라벤더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도 흘려보내기는 아쉽다. 가는 길에는 청정 1급수인 왕피천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금강소나무숲을 지나고, 원곡마을 주민들이 세운 국내 최초 민간 역사 양원역을 만나볼 수 있다. 원곡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화전민촌 민박에 하룻밤 묵어가면서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하늘세평길에서 트레킹을 즐기는 것도 좋다.
글·사진(봉화·울진)=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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