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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장맘 고충 늘어, 노무사 등 인력 충원 절실”

김지희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 “올해만 구제 사건 6건 진행”

직장내의 고충 해결 강조하기 위해 ‘워킹맘’아닌 ‘직장맘’지원센터로 정해

코로나19 발발한 지난해 2019년보다 상담 건수 1.5배 늘어

김지희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이 직장맘지원센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정혜선


여성들은 직장에 다니다 결혼해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순간 사회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에 익숙해져 간다. ‘당연히 엄마가 해야 한다’는 인식에 ‘그러려니’하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 모성보호와 관련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동부권역에서 일하는 직장맘 4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모성보호와 관련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8%가 ‘그냥 감수한다’고 답했다.

다행인 점은 직장맘들이 이런 대우를 더는 감수하지 않기로 하고 손을 내밀었을 때, 손을 잡아줄 기관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개소한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현재 직장맘지원센터는 서울시에만 동부권, 서남권, 서북권 등 총 3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직장맘들의 임신, 출산, 육아휴직 관련 직장 내의 부당한 대우와 고충을 공인노무사가 직접 상담해준다. 라이프점프는 오는 9월 7일 ‘경력단절 예방의 날’을 맞아 김지희 서울특별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을 만나 직장맘들의 고충에 대해 들어봤다.

- 만나서 반갑다. 직장맘지원센터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는 성평등 조례 제45조에 의거해 만들어졌다. 여성권 보호제도를 통해 경력단절예방과 직장맘들의 노동권, 모성권리 보호를 지원하며 일하는 여성을 응원하고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전문기관이다.”

- ‘직장맘’보다 ‘워킹맘’이 더 익숙한데, 직장맘지원센터로 기관명을 정한 이유가 있나.

“맞다. 일하는 엄마하면 ‘워킹맘’이 더 익숙한 표현이다. 2012년 기관을 처음 설립하면서 기관의 명칭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워킹맘이 아닌 직장맘이라고 한 이유는 여성의 노동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흔히 워킹맘이라고 하면 일하는 엄마들의 육아와 관련된 고충이 먼저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저희 기관은 일하는 엄마들이 직장 내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와 고충 등의 문제를 상담해주고 해결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관명이 필요해 ‘직장맘지원센터’로 정했다.”

- 기관명은 ‘직장맘지원센터’지만, 직장내에서 고충을 겪는 직장대디도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이용이 가능하다. 설립 초에는 기관명 때문인지 여성들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란 인식 있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제도가 확장되면서 직장대디들의 육아휴직 관련 문의가 많아졌다. 현재는 직장대디의 상담이 전체 상담의 10% 정도 차지한다. 직장대디의 상담 건수는 주로 가족돌봄관련 정책이 바뀌었을 때 늘어난다.”

- 직장맘지원센터가 2012년에 만들어져 올해로 9년째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직장맘의 처우나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보나.

“2021년인 지금도 여전히 임신 및 출산 문제와 관련된 불이익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기관이 설립됐을 때 전면적용이 안됐던 제도들이 시간이 지나 전면적용이 됐음에도 현장에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게 직장맘들의 현실이다. 정부가 모성보호제도 확장 및 홍보에 적극 노력하고 있음에도 근로 현장에선 적용이 잘 안되고 있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이 그렇다. 상담 건수를 살펴보면, 중소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장맘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제 기업의 책임만으로 제도가 시행되기를 바랄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제도 적용을 위한 안정망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본다.”

- 직장맘지원센터를 찾는 직장맘들이 갖는 가장 대표적인 고충은 무엇인가.

“소위 ‘직장맘 삼고충’이라고 하는데, 직장, 가족, 개인 고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삼고충 중 높은 상담 건수를 기록하는 고충은 직장내 고충으로, 전체의 98%정도 된다. 직장맘들은 직장 내 고충이 생기면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에 전화해 상담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다 저희를 알게 된다. 저희처럼 노무사들이 상주해 상담해주는 기관이 있다는 게 일하는 여성들에겐 대단히 큰 힘이 되는듯하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는 코로나19로 고충이 커진 직장맘을 돕기 위해 ‘직장맘구제단’을 운영하고 있다./이미지=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 직장내 고충은 가족과 개인의 고충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맞다. 직장내 고충은 단순 직장내 괴롭힘만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육아나 개인 문제와 연결된다. 임신 후 출산 휴가를 앞두고 근무 성과를 이유로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상담을 통해 긴급 구제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저희가 사건대리를 맡아 법적 대응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법적으로 가게 되면 회사 복귀는 사실상 어렵다. 제일 좋은 것은 법적 대응까지 가기 전 내담자와 회사 간에 합의가 잘 이뤄져 해고가 철회되는 것이다. 실제로 해고가 철회돼 다시 회사에 다니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 현재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엔 노무사가 몇 분이 있나.

“3명이 있다. 이분들이 매일 쉬지 않고 전화 상담을 해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직장맘들이 돌봄으로 빠지게 되면서 관련 상담도 늘어나 인력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상담 전화가 몰릴 땐 다른 팀에서 전화를 받아 전화번호를 전달해 주는데, 노무사 한 명에게 한꺼번에 전화번호 5개까지 전달된 적도 있다.”

- 코로나19로 인해 직장맘들의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상담 건수가 늘었나.

“동부권, 서남권, 서부권 세 센터 모두 코로나19 이후 상담건수가 늘었다. 2020년에 2019년 보다 1.5배 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직장맘들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구제단을 만들어 운영하게 됐다.”

- 직장맘 구제단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 달라.

“지난해 코로나19로 직장맘들의 상담 건수가 증가하면서 직장맘들의 고충과 고용위기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을 느껴 직장맘구제단을 만들어 운영하게 됐다. 이제 막 9월에 들어섰는데, 올해만 6건의 구제 사건을 진행했다.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만 6건이고, 세 센터를 합치면 더 많아진다. 코로나19 이후 법적 대응사건이 많이 늘었다.”

-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을 듯한데, 어떤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졌을 때 대면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도로교통공사에 이야기해 지하철에서 직장맘지원센터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상담도 같이 진행했는데, 이번엔 팸플릿만 돌렸다. 그래도 당장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분이 있으면 노무사와 내담자가 함께 지하철역 밖으로 나가 짧게 상담을 하기도 했다. 오는 9월 16일 성수역에서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 자신의 주소에 맞는 센터를 찾아가야만 상담받을 수 있나.

“꼭 그렇진 않다. 어디든 편한 곳에서 상담받으면 된다. 저희는 전화 상담률이 높은데, 전화상담은 전국에서 걸려온다. 지방에서 전화해 상담 신청을 한다고 해서 거절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편한 곳에서 상담받으면 된다. 다만, 상담 이후 밀착해 지원받으며 지속적인 활동을 하려면 관할 지역에서 상담을 받는 게 좋을 순있다.”

- 코로나19가 잦아들거나 종식되면 하고 싶은 활동이 있을 거 같다.

“현재 교육을 모두 줌으로 하고 있는데, 해보니 대면 교육의 장점을 알게 됐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게 필요한 게 사람의 삶인듯하다. 직접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고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것 만큼 되는 게 없는 듯하다. 그래서 직장맘을 응원하고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데 있어 가능한 대면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은 대면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 이런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때때로 있을 듯하다.

“코로나19 이전엔 베이비 엑스포 등 대규모 행사에 부스를 만들어 참여했다. 아기 물품을 구매하러 와 직장내 고충을 상담받을까 싶지만, 부스에 정말 많은 직장맘, 직장대디가 찾아와 상담받았다. 한 번은 베이비 엑스포 내 부스에 있는데 한 직장맘이 찾아왔다. 첫째 때 베이비 엑스포에 왔다가 상담을 받았는데, 둘째 낳고 다시 왔는데, 직장맘지원센터 부스를 보고 반가워 인사하러 왔다고 하더라.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 직장맘·직장대디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제도가 있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저출산의 시대다. 서울시 출산율은 0.64%다. 저는 이 출산율을 보며 사회적 붕괴를 느낀다. 둘이 결혼해 아이 한 명도 낳지 않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제 일과 생활의 균형이 결코 가족 혹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시대가 됐다. 모두가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다양해진 노동형태에 맞춰 보장해줘야 하며, 보장해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있는 제대라도 제대로 적용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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