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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찾은 인생 2막···느리고 천천히 걷는 ‘무릎 친화적 코스’ 발굴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

김성주 아름다운길 연구가, 여행과 길에 인문학을 입히다

일상의 주제를 접목하여 새로운 창직 모델을 개발

맞춤형 여행 증가로 지속 가능성 커

이미지=최정문


아름다운 길 연구가는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발굴하고, 그 길 위에 인문학과 스토리를 입혀가는 직업이다. 길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 새로운 여행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서 이를 새로운 일로 만들어낸 창직 모델이다.

김성주 아름다운 길 연구가의 주요 업무는 말 그대로 주로 아름다운 길을 발굴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여행과 길에 콘텐츠를 입히는 연구도 한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도서관, 지자체 등의 의뢰 목적에 맞춰 여행과 강의를 기획해 진행한다. 여행인문학을 강연하거나 직접 여행 팀을 이끌며 길 위에서 만나는 공간과 사물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게 한다. 그가 진행하는 여행이 다른 여행과 차별되는 점은 무릎 친화적 코스라는 점이다. 천천히 느리고 게으르게 걷기가 전제 조건인데, 예를 들어 서울 여행의 경우 ‘동반흙반 길(동네 길 반+흙길 반)’이 대표적이다. 이는 길이 품고 있는 정취와 역사를, 그 길 위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야 공간과 스토리를 향유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행산업’이라는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을 찾다

법학을 전공하고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김성주 씨는 마흔이 될 무렵, ‘내가 꼭 변호사가 돼야 하나’라는 고민과 함께 ‘인생이막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한 고민을 하던 중 얻게 된 답이 바로 여행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만으로 인생이막을 준비하기에는 해설사나 가이드 등 이미 수많은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별점이 필요했다. 김성주 씨는 이미 개발된 여행코스보다는 소외된 길과 풍경에 관심을 두게 됐다. 또한, 여행을 통한 삶의 성찰이라는 인문학적 요소를 접목했다. 인문학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면서 여행과도 잘 어울리는 분야였다.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길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길 위에 인문학을 입히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 나갔다. 여행과 전통, 인문학과 관련한 수많은 교육과정도 수료했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여행 인문학 강좌도 개설하면서 ‘아름다운 길 연구가’가 탄생하게 됐다.

김성주 씨는 ‘아름다운 길 연구가’ 창직을 준비하면서 남과 차별화된 나만의 콘텐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서울에 40여 곳, 서울 근교 10여 곳, 우리 땅 여행코스 20여 곳, 기타 40여 곳 등 총 100곳이 넘는 길을 발굴했다. 이렇게 발굴된 코스에 인문학을 입혀 관광객들이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서울여행’ 프로그램은 120차회 이상 진행되는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창직 이후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고 강의안을 구성하면서 현장 답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점차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여행인문학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왔다. 공공기관, 공무원 연수원, 공공도서관 등에서 여행인문학 강의가 진행됐다. 최근에는 프로그램 대상과 콘텐츠의 확장으로 여행인문학이 남녀노소에게 누구나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가 되면서, 중년은 물론 대학생들과 같은 젊은층에게로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김성주 아름다운길 연구가가 지난해 ‘길위의 인문학’ 탐방을 나선 모습/사진=이정원


◆ ‘베스트 원’이 아니라 ‘온리원’을 향해 가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스스로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하고 무엇보다 이 분야에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김성 주씨는 ‘베스트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기존 여행과의 차별성을 두는 방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성주 씨는 여행과 인문학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전국에 숨어 있는 길을 찾아다니고,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공부했다. 문학, 역사, 철학, 생태, 예술 등 관련 독서와 영화감상을 통해 지식을 쌓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강좌와 교육과정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이러한 과정들은 여행과 길에 어떻게 인문학을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창직 과정에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여행과 등산 인구의 증가, 맞춤형 여행 수요 증가로 아름다운 길 연구가의 지속성과 확장성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인문학 역시 젊은층부터 중장년 시니어층에 이르기까지 관심도가 매우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인문학과 여행을 접목한 아름다운 길 연구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전망이다. 아름다운 길 연구가의 주요 수익 구조는 강의와 여행기획 등으로, 공공기관과 공공도서관등에서 강좌가 개설되고 있고, 교육 대상과 프로그램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길 연구가는 여행에 대한 관심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직업이다.

여행과 인문학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그만큼 보편적이면서도 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여행과 인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길 연구가는 취미로 즐기던 여행에서도 불편함과 아쉬움을 발견하고 새로운 창직 모델을 도출해냈다. 그것은 여행이라는 큰 주제의 틈새를 찾아낸 창직 모델이었다. 아름다운 길 연구가는 여행과 인문학이라는 매우 보편적인 주제를 접목하기 위한 자신만의 노력과 준비과정을 통해 창직을 이뤄낸 것이다. 이처럼 창직은 내 주변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이정원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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