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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수납 전문가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경력단절여성, 중년 등 누구나 할 수 있어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_5편] 김민주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

고령 1인 가구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신직업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변 환경 정리와 생활공간 개선

미국과 일본 등, 고령사회에서는 직업군으로 확립


긱 경제시대, 이제는 중장년 재능을 활용한 창직이 떠오르고 있다. 창직은 그동안 쌓아온 경력, 지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활동이다. 중장년이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재능은 국가의 기술 자산이자 콘텐츠의 보고와 다름없다. 하지만 인생이모작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고귀한 재능은 쓸모없이 사장되거나 잊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생애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 재능을 살려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중장년이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직사례자를 통해 인생2막을 직접 설계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통찰의 기회를 가져보자.

이미지=최정문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고령 1인 가구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등장한 신직업으로 ‘생활조력 전문가’라고도 불린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직업이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든 나라에서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시니어들이 건강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주거, 공간, 직업, 인생, 업무, 생활 등 주변 환경 정리와 생활공간을 개선해 준다.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한 김민주 씨는 대학 졸업 후 2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직장생활 중에도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퇴직하고 나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또 주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할 수 있을지 등의 고민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살림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교육을 통해 정리수납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적성과도 잘 맞았다. 무엇보다 그토록 고민했던 인생 2막의 해답을 찾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 중에도 실력을 키우기 위해 정리수납 컨설팅을 하고, 강사 준비도 하며 차근차근 인생 2막을 준비했다. 인생 2막을 위한 김민주 씨의 과감한 결정은 퇴사와 함께 정리수납 오거나이저로서의 새로운 출발이었다. 처음 여섯 명이 모여 작은 공동체를 꾸려 활동을 시작했고, 생활환경 개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정리수납에 함께하려는 참여자가 많아지자 작은 공동체를 협동조합으로 발전시켰다.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 협동조합이 정리수납 분야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김민주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사진=이정원


◆ 서울산업진흥원에 미래형 신직업군 양성 사업 직접 제안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시대적 환경에 잘 맞는 창직이었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미니멀 라이프가 주목받으면서, 주거공간을 정리하고 불필요하거나 낭비적인 요소들을 정리해주는 정리수납 오거나이저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공간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이 바뀌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보람도 컸다.

그러던 중 그녀의 눈에 새로운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록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1인 고령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주 씨는 ‘부모님의 집정리’라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떴고, 정리수납 오거나이저의 직무 분야를 세분화한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했다. 이러한 새로운 직업의 확산과 보급을 위해 서울산업진흥원에 미래형 신직업군 양성 사업을 제안했고, 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양성하고 있다.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기존 수납정리 전문가와 달리, 단순한 정리가 아닌 정리수납과 생애 설계를 연계하여 효율적인 노후 생활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노전(老前) 정리, 생전(生前)정리 및 유품정리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의 역할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사진=이정원


대부분의 시니어는 짐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추억이 담길 물건들이 있으니 그런 물건을 버리거나 정리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정리의 필요성이 간절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리를 해줘도 원래의 습관대로 다시 사용하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 때문에 건강이 더 나빠지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하지만 김민주 씨의 강의와 현장 컨설팅을 통해 정리하고 난 후에는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라며 행복해하는 어르신을 자주 본다고 한다. 여기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시대 흐름에 따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영역이다. 정리수납을 배워서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싶은 중년, 시니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 빠르게 고령화로 접어드는 시대에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의 역할을 확대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대한민국 총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직업세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2015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노전 정리’, ‘생전정리’, ‘유품정리’ 등의 문구를 내걸고 광고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노인뿐 아니라 중장년 사이에서도 주목받는 서비스다. 사후에 남겨진 가족들이 재산 상속이나 유품을 정리하면서 곤란하지 않도록 하는 ‘생전정리’외에도, 어수선하거나 불필요한 것을 젊을 때 미리 정리하는 ‘노전정리’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대 변화와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없을 때 과감히 먼저 뛰어들었던 김민주씨의 선택이 인생2막의 재미와 행복으로 나타난 창직 사례라고 하겠다.

이정원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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