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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시작했다면 그게 성공···은퇴 후 카페 열어 ‘1인 창업 컨설팅’ 시작해"

■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 저자 임봉수 씨

퇴직 후 가족경영 목표로 카페 ‘퀸시바’ 창업

창업 5년 차에 솔직한 카페 창업기 담은 책 펴내

‘1인 카페 창업 컨설팅’ 및 ‘커피 취미반’ 교육 진행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의 저자 임봉수(오른쪽) 씨/사진=정혜선


인생 2막에 있어 ‘성공’이란 무엇일까.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의 저자 임봉수 씨는 인생 2막의 ‘성공’을 조금 다르게 정의했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이름을 널리 알리지 않아도 인생 2막을 시작했다는 거 자체만으로 성공적인 삶이라는 것이다.

임 씨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은퇴 전 한 기업의 임원을 맡게 되면서 재임 기간까지 고려해 인생 2막의 준비 기간을 6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재임에 실패하면서 계획보다 3년이나 빨리 은퇴하게 된 것이다. 당시 임 씨는 커피 공부를 위해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없었다면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평소 인생 2막엔 다른 삶을 살기를 꿈꿨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두 번째 삶에서도 회계사로 살긴 싫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찾아온 은퇴는 그의 꿈을 욕심으로 만들었다. 아직 더 지원이 필요한 자녀와 남편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혼란스러워하던 아내는 임 씨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았다. 다행히 그가 좋은 기회로 퇴직한 회사에서 한 번 더 임원을 지낼 수 있게 되면서 문제는 해결됐다. 임 씨가 갈등 없이 행복한 인생 2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와 그의 가족이 준비하는데 3년이란 시간은 충분했다. 덕분에 그는 인생 2막에 커피를 업으로 삼을 수 있었다. 임 씨가 인생 2막을 준비하며 겪은 이러한 일들은 ‘성공’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꿔놨다.

현재 임 씨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핸드드립 카페 ‘퀸시바’를 창업해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카페 운영 5년 차에는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가족 카페 창업기를 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퀸시바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1인 카페 창업 컨설팅’이다. 임 씨가 제안하는 1인 카페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이 소자본으로 사업이 아닌 놀이의 개념으로 접근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 2017년도에 나온 책을 이제야 봤다. 책을 보곤 만나 뵙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하게 됐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만나서 반갑다. ‘퀸시바’를 운영하고 있는 임봉수라고 한다.”

- 카페 창업기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카페창업을 하면서 책을 쓰는 것에 대한 욕구는 항상 있었다. 다만, 논문을 쓸때처럼 책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웃음). 그러던 차에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PD가 우리 카페를 찾아와 커피를 마시다 출판을 제안했다. 책을 쓰겠다고 하면 도와주겠다고 해 쓰게 됐다.”

-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이 어려웠다. 과거 대학원에서 논문을 쓸 때도 70%를 덜어냈다. 책도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쓰면 안되더라. 책을 쓰면서 간결하고 깔끔하게 쓰는 게 많이 쓰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

이미지=위즈덤하우스


- 인생 2막 커피 창업을 위해 단순히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게 아니라, 대학원에서 커피를 전공했더라. 인생 2막을 여는 키워드로 ‘커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대학원에서 커피를 전공하게 된 사연이 있다. 사실은 50대 초반에 MBA를 하고 싶어 준비했었다. 당시 아내는 지지를 해줬는데 주변에서 말렸다. 50대에 MBA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더라. 그러면서 은퇴 후에 즐길 수 있는 것을 배우라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직장인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커피 사랑이 남달랐기에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거다.”

- 그럼 대학원 졸업 후 바로 창업 준비를 한건가.

“석사 졸업 후 바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커피로 박사학위를 받는 이유는 교수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하루는 교수가 부르더니 교수직을 젊은 친구들에게 양보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더라. 교수를 하지 않을 거라면, 박사과정을 밟는 의미가 없어 1학기만 하고 그만뒀다.”

- 카페 창업을 위해 받은 교육이 있나.

“2012년 5월에 퇴직했는데, 퇴직 전 1년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때 커피 관련 창업교육을 하는 곳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에 로스팅교육은 없어 로스팅은 따로 배웠다. 교육을 받으면서 가족경영을 목표로 했기에 아내도 교육받을 것을 권했다. 그 1년 동안 아내와 아프리카 커피 농장에도 다녀오고, 가게 자리를 알아보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 핸드드립 카페를 열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카페 운영이 아니라고.

“맞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건 ‘1인 카페 창업 컨설팅’이다. 퀸시바는 컨설팅을 하기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보면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역할이 모두 정해져 있다. 나는 로스팅을, 형은 커피 이론과 커피 추출 관련 교육을, 아내는 디저트를 담당한다. 실제 1인 카페 창업 관련 컨설팅을 할 때는 자신의 역할에 맞는 교육을 하게 된다.”

- ‘1인 카페 창업 컨설팅’은 창업 이후 꾸준히 해오고 있나.

“열 명 넘게 컨설팅 교육을 했다. 두 달 반 정도 창업 관련 정규 교육이 끝나면 퀸시바에서 OJT(직무수행과 병행하는 교육훈련)를 받는다. 로스팅 교육을 받아 보면, 비용은 비싼데 이론 끝나고 실제로 로스팅은 두세 번 해보면 끝이다. 그 경험을 가지고 커피를 맛있게 볶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퀸시바에선 직접 손님 응대를 하며 로스팅도 수시로 해볼 수 있어 바로 창업해도 큰 문제가 없다.”

- 컨설팅을 받은 분들은 모두 카페를 창업했나.

“그렇진 않다. 재취업을 하거나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받은 교육이 다른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 창업한 지 10년 가까이 됐는데, 열 명 넘게 컨설팅 한거면 많은건가.

“현실적으로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컨설팅할 수 없는 구조다. 모든 교육이 퀸시바에서 이뤄지고 교육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1년에 1~2면 정도 컨설팅해준다. 그것도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사진=퀸시바


- 커피 취미반도 운영한다고.

“맞다. 70기 정도 됐다. 5주 과정으로 커피 이론과 실기를 배운다. 토요일 2시간 운영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나 역시 장기로 진행되는 창업 컨설팅보다 취미반 교육이 재미있고, 보람되게 느껴질 정도였다. 취미반 역시 코로나19로 쉬고 있다.”

- 1인 창업 컨설팅이나 취미반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별도로 공지하는 곳이 있나.

“없다. 모두 알음알음 이뤄진다. 단골의 경우 커피 마시다 관련 교육이 없는지 문의를 많이 한다. 그렇게 인원이 모이면 취미반을 시작하는 식이다. 한번 교육을 받은 분들이 지인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 커피에 대해 배운 뒤 커피를 마시면 맛이 다른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커피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커피 내려 먹기가 재미있고, 원두커피의 맛을 알게 된다. 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모르고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10%만 즐길 수 있다면, 커피에 대해 배우고 공부한 사람은 100%를 즐길 수 있다.”

- 인터뷰하는 중에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퀸시바 커피의 매력은 뭔가.

“나는 우리 가게 옆에 스타벅스가 들어와도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그건 내가 만드는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는 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지만, 우리는 핸드드립을 한다. 원두 역시 스타벅스는 결코 쓸 수 없는 소량생산되고 맛있는 원두만 쓴다. 그게 퀸시바의 경쟁력이다.”

- 현재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데, 가족경영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준다면.

“우리는 급여를 고정급이 아닌 배당제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가가 50원인데, 100원을 팔았으면 남은 50원을 가족들이 똑같이 나누어 가진다. 마찬가지로 원가 50원인데, 50원밖에 벌지 못했으면 나누는 게 없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코로나19 상황에도 큰 어려움 없이 견딜 수 있었다.”

- 고정급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월급제로 하면 수익이 내야 하므로, 누가 누군가를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감시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갈등이 생긴다고 본다. 지금은 수익이 나는 만큼 나눠 갖기 때문에 갈등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다.”

- 가족경영의 또다른 장점이 있다면.

“언제든 또 다른 가족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아들이 취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 그때 1년을 더 재취업을 시도한 뒤 그때도 취업이 안된다면 퀸시바를 물려 받으라고 했다. 지금은 1인 카페 비즈니스모델이지만, 아들이 물려받는다면 비즈니스모델을 바꿔 경영할 수 있다.”

-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 계획은.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젊어서부터 틈틈이 써온 시를 모아 책을 내려 한다. 현재 전문 일러스트 작가에게 그림을 의뢰한 상태다. 연말 즈음 책이 나오면 퀸시바에서 낭송회를 하려 한다. 자녀들에게 아빠를 기억할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남겨주고 싶어서 기획했다. 연말에 퀸시바로 초대하겠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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