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플러스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보람일자리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보람일자리사업은 장년층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으로, 50대 이상 장년층이 주된 일자리를 퇴직한 후에도 역량과 경험을 살려 지속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안정된 인생 2막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라이프점프에서는 보람일자리에 참여해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발휘하며 활기찬 인생 2막을 사는 보람일자리 참여자 3인을 만났다.
▶글 싣는 순서
‘작은도서관지원단’ 박용환 씨
‘50플러스컨설턴트’ 조연희 씨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활동지원’ 한혜경 씨
“오후 세 시와 같은 나른한 중년의 삶에 보람일자리사업이 이정표가 돼줬다.”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학습지원단에 이어 올해는 50플러스컨설트로 활동 중인 조연희 씨가 한 말이다. 조연희 씨는 승무원으로 일하다 결혼 후 주부로 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다 키워내고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 인생 2막을 그릴 때 삶을 뒤흔드는 다양한 일을 겪게 됐다. 그 일은 조 씨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삶의 나락에서 끌어올려 준 게 50플러스컨설턴트였다. “50플러스컨설트와 10회에 걸쳐 상담하면서 삶을 다시 살아낼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조 씨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중년을 돕고 싶어 50플러스컨설턴트에 지원해 올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2년 더 50플러스컨설트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활짝 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제야 진정한 인생 1막을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반갑다. 나는 50플러스재단에서 상담하는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조연희라고 한다.”
-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데, 보람일자리사업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
“아주 좋은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 인연을 이야기할 땐 내 개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웃음). 4년 전 나는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우연히 50플러스재단을 알게 돼 방문했고, 거기서 만난 사람이 50플러스컨설턴트였다. 내 또래였던 그분과 상담을 시작하면서 나는 우울하고 힘들기만 하던 삶에서 건져지기 시작했다. 그때 상담받지 않았다면 지금도 어딘가를 떠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도움을 받고 나의 진짜 인생 2막이 시작됐다.”
- 그럼 그분 도움을 받은 후, 보람일자리사업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 한건가.
“맞다. 나도 그분과 같은 컨설턴트가 되고 싶었다. 그분은 저와 상담하면서 준비를 하면 기회가 온다고 항상 이야기해줬다. 실제로 그렇더라. 나도 4년 전의 나처럼 삶이 힘든 중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보람일자리를 신청해 시작하게 됐다.”
- 보람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지는 얼마나 됐나.
“4년 차다. 처음 3년은 학습지원단으로 활동했다. 나의 최종 목표는 50플러스컨설턴트가 되는 거라 지난해 지원해 올해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 학습지원단과 컨설턴트는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 지 궁금하다.
“학습지원단은 캠퍼스에서 열리는 수업에서 조교 같은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강사와 수강생 사이에서 최적화된 수업 여건을 조율해주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이 어려워졌을 때, 중장년들이 온라인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도 학습지원단이 했다. 컨설턴트는 학습지원단과는 하는 일이 다르다. 중장년은 재취업 말고도 다른 다양한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산다. 컨설턴트는 이런 분들의 걱정과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풀어나가는 일을 한다.”
- 올해 처음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데, 활동 기간이 어떻게 되나.
“4월에 활동을 시작해 그해 12월까지 한다. 그래서 11월이 되면 우울해질 것 같다. 내년에도 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싶어 지원할 생각인데,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
“내담자가 마음을 열 때인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나의 고민이나 아픔을 꺼내놓기가 쉽지 않다. 50플러스컨설턴트를 찾아오는 분들도 상담 전 상담료부터 묻는다. 상담은 무료로 진행되고, 우리는 상담 전문가는 아니지만 공감하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다고 하면 서서히 속이야기를 털어놓는다.”
- 50플러스컨설턴트는 중년의 마음을, 혹은 삶을 만져주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상담하면서 더 경계하려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내가 내담자의 사연에 과몰입 할까봐 조심한다. 항상 주의하는 부분이다. 나는 도와주고 싶어서 다가가지만, 내담자는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내 감정을 절제하려고 노력한다.”
- 다른 중장년들에게 보람일자리사업 참여를 권하고 싶은가.
“물론이다. 김난도 교수님이 쓴 책에 ‘인생을 시계라고 할 때 오후 세시가 가장 애매한 시간’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내가 느끼기에 오십대 바로 오후 세시와 같이 애매한 시기다. 점심 먹기엔 늦었고, 저녁을 먹기엔 이르면서 나른하기만 한 시간이 세시다. 오후 세시와 같은 중년의 삶을 살면서 어느 길로 갈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보람일자리가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보람일자리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말인가.
“보람일자리가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정표 안에서 어느 길로 갈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이다.”
- 과거 승무원으로 오랫동안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둔 이유가 있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24살부터 31살까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했다. 당시에는 여자가 일을 하다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회사를 그만뒀다. 나도 그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 일을 그만두고 딸 둘을 키웠다. 2016년에 아이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만의 시간이 생겼지만, 곧 인생을 뒤흔드는 다양한 일들이 생겨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 보람일자리활동 이외에 관심 갖고 하는 일이 있나.
“나에게 50플러스재단은 놀이터다. 여기에 ‘시니어 적합일자리’라는 인턴십 과정이 있다. 그 인턴십 과정을 수료했더니 인턴으로 발탁돼 중년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의류회사에서 한 달간 인턴으로 일했다. 거기서 라이브커머스로 옷을 판매했는데, 당시 77사이즈 모델로 나서 판매를 도왔다. 그때 라이브커머스를 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라이브커머스지원단이라는 자원봉사단에서 활동 중이다.”
- 참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나.
“나는 사실 이제야 인생 1막을 사는 기분이다. 50플러스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야할 길을 찾아가면서 정말 즐겁게 살고 있다. 50플러스재단이 자리를 잘 잡아서 과거의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들의 삶에 등불이 돼 주면 좋겠다.”
-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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