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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요?

[라이프점프×인생은 50부터!!] ‘N잡러’ 양성필 씨_14편

삶을 슬기롭게 살기 위해 나만의 휴식공간 필요

여행, 취미 등이 퀘렌시아의 대표적인 예

이미지=최정문


‘투우’에서 소가 기운을 모아 다시 공격할 힘을 되찾기 위해 숨을 고르는 장소를 스페인 사람들은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마음의 안식처, 육체의 휴식공간으로서의 퀘렌시아가 꼭 필요하다. 나만을 위한 공간인 퀘렌시아를 통해 정기적으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이 삶을 슬기롭게 사는 방법 중 하나다.

퀘렌시아가 도처에 있을 필요는 없다. 단 한 곳이라도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고 오롯이 나만의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퀘렌시아가 꼭 어떤 특정 장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집 앞 스타벅스 2층의 구석 자리처럼 내가 즐겨 찾는 특정한 장소일 수도 있고, 매일 아침 새벽 4시 30분처럼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특정한 시간일 수도 있다. 또한, 명상 수련이나 여행처럼 특정한 활동일 수도 있다.

명상은 자기 안에서 퀘렌시아를 발견하려는 활동이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을 잘 다스리고 관리하지 않으면 시나브로 내 영혼의 샘이 바닥나고 부정적인 감정들로 마음이 피폐해질 수 있다.

여행도 좋은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지금 나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잠시 동안이라도 내려놓고 훌훌 떠나보자. 여행지와 오감이 맞닿은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되찾자. 그러고 나면 얼마 후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다시 삶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

지인 중에는 취미로 목공 일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이 제법 많다. 공방이나 목공소에서 책상이나 책꽂이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번뇌가 사라지고 새로운 의욕과 활기가 샘솟는다고 한다. 취미생활도 좋은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필자는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또는 몸이 개운하지 않을 때는 주저 없이 운동화를 신고 곧장 한강공원으로 나간다. 그리고 평소 정해놓은 코스를 택해서 두 시간 정도를 걷는다. 처음 한 시간은 몸과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을 비우는 데 집중하고, 나중의 한 시간은 새로운 의지로 채우는 데 집중한다. 필자에게 한강공원 걷기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퀘렌시아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2021년)>에서 저자는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더 하기 위해 4시 30분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에게 새벽은 극한으로 치닫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충전하는 휴식 시간이다”라고 하면서 “새벽 기상은 그 자체로 열심히 사는 방법이라기보다 계속 열심히 살기 위한 수단이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때 고요한 새벽에 따뜻한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에너지가 채워진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시간 자체가 퀘렌시아가 되기도 한다. 살다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 지금 당장은 죽을 것같이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가라앉게 된다. 나를 힘들게 했던 일 자체가 바뀌지는 않지만, 그 일을 바라보는, 그 일을 대하는 내 마음 자세는 분명 처음과는 다른 마음이 된다. ‘시간이 약이다’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귀를 기울이면 퀘렌시아가 필요한 순간임을 몸과 마음이 우리에게 말해 준다. 다만, 이러다 말겠지 하면서 쉬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는 쉼표가 필요하다. 쉼표를 찍어야 할 곳에 마침표를 찍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잠시만 쉬면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데 멈춰야 할 타이밍을 놓쳐서 후회로 가득 찬 인생을 만들 이유는 결코 없다.

인생의 영광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퀘렌시아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 묻고 답 해보자. 당신의 퀘렌시아는 어디에 있는가? 당신에게 퀘렌시아의 시간은 언제인가?
양성필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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