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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the dots”···스티브 잡스가 정말 그렇게 말했을까?

[알쓸은잡×라이프앤커리어디자이너스쿨] 박정규 경기대산학협력 교수_8편

2023년은 가진 ‘점’들을 연결하는 해로

이미지=최정문


“Connecting the dots”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인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위로의 말을 전하며 스티브 잡스를 언급합니다. 지금의 실패가, 젊었을 때의 다양한 경험이 언젠가 큰 도움이 될 거랍니다. 스티브 잡스가 어느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한 거라 합니다. 지금은 하나의 점이지만 언젠가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했답니다. 스티브 잡스가 캘리그래피를 배운 게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의 미려한 폰트를 만들었답니다. 그러니 더 경험을 쌓으랍니다. 실패도 다 약이 될 거랍니다.

정말 스티브 잡스가 그런 말을 했을까요! 내가 아는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말랑한 이야기를 할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누구보다 직원들에게 엄격했습니다.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현역 시절은 누구보다도 치열합니다. 이런 수용적인 말은 성공적인 은퇴 후에 사회사업하는 재단에서나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원문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했더군요.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Steve Jobs

곰곰이 새기며 의역해 보았습니다.

그저 과거를 돌아보며 점들을 이을 줄은 압니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점들을 이을 능력은 없습니다.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점들이 이어질 거라는 걸 믿으세요.

여기서 점들은 경험, 학력, 이력, 관계, 재산 이런 것들입니다. 연결은 내가 해야 하는 행동, 즉 일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한 번도 점들을 더 만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잡스는 점들을 ‘연결’하라고 말했습니다.

실행이 연결입니다.

우린 이미 충분히 많은 점을 갖고 있습니다. 3만원을 내고 스스로 책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10여명이 함께 배웠는데 책을 쓴 사람은 두 명입니다. 물론 첫 책은 공개하기도 부끄러운 내용입니다. 하지만 첫 책이 두 번째 책이 되고, 세 번째 책이 되었습니다. 실행하는 것 그게 연결입니다.

만남이 연결입니다.

몇 해 전 겨울 새벽 4시 지방 강의를 위해 출발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입니다. 오가며 하루를 소비해야 하는데 강연료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여기 강연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 인연이 다른 강의를 불러옵니다. 또 다른 인연이 또 다른 강의의 기회를 가져옵니다. 이런 게 바로 연결입니다. 사람과의 만남이 연결입니다.

연결하지 않은 점들은 연결하는 게 연결입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과 바둑을 연결했습니다. 세상을 바꿨습니다. 인공지능도 이미 있었고, 바둑도 수백 년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혁신입니다. 내 삶에는 아직 연결되지 않은 수백 개의 점이 있습니다. 30년간 해온 집밥과 유튜브를 연결하면 박막례 할머니가 됩니다. 평생을 해온 내 일을 온라인에 연결하면 창직이 됩니다. 평생을 해온 내 일을 책으로 연결하면 작가가 됩니다. 이게 연결입니다.
박정규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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