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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세상과 연결되는 수단···올해는 노동자의 일터 담아내는 작업 할 것”

■한금선 사진작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 찾지 못해 다양한 경험해

우연히 배우게 된 사진이 삶의 중심이 돼

본격적인 사진 공부 위해 파리로 유학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세상 이야기 사진에 담아내고 싶어

사진=정혜선


“어느 순간 내 삶 곳곳에서 사진이 함께하고 있더라. 사진을 삶의 중심에 둬도 되는지 확인하고 싶어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렇게 평생의 업이 됐다.”

한금선(56) 사진작가의 말이다. 한 작가의 삶은 낯설지가 않다. 과거 우리가,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이 겪는 방황과 고민을 그 역시 겪어서 일지 모르겠다.

한 씨는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때로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사진을 배우게 되고, 삶의 곳곳에서 함께 하게 된다.

문득 사진이 삶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진찍기를 직업으로 삼아도 되는지 알고 싶어 하던 일을 접고 프랑스 파리로 유학길을 떠났던 게 지금의 ‘한금선’을 있게 했다. “카메라 렌즈로 세상과 닿아 있는게 좋다”고 말하는 한금선 작가를 만나봤다.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사진하는 한금선이다.”

- 짧은 자기소개가 꽤 인상적이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조사를 했는데,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더라.

“맞다. 사실 9% 정도는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고, 51%는 누구나 그렇듯 점수에 맞춰서 갔다(웃음). 49%는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많이 아팠는데, 병원에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때 부모님이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이후 대학에 들어와 검사를 해보니 내가 아팠던 게 심리적인 이유였더라.”

- 이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나.

“그렇지는 않다. 중고등학생 대부분이 그럴거라 생각하는데(웃음), 나 역시 그 나이 때에 정확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다. 하고 싶은 게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다.”

- 이력이 특이하더라. 연극배우를 했었다고 해서 배우가 꿈이었나 했는데, 학원 강사 경력도 있더라.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에 대학을 다녀, 대학 생활의 3분의 2를 길거리 시위현장에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직업에 대해 고민을 할 시간이 더더욱 없었다. 더욱이 대학교에서 이상을 갖고 시위에 참여했는데, 졸업 후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은 온데간데없더라. 그래서 더 헤맸다.”

- 헤매다 찾은 게 연극배우였나.

“내가 만약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했다면, 무엇을 했을지 생각해봤다. 연극반을 했겠더라. 그래서 연극에 관심을 두게 됐고 시작했으나 본격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같은 대학교 사회학과 후배들과 모여 사회극을 한 번 한 정도다. 대학원에 진학해 동양연극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으나, 떨어졌다(웃음). 그러다 문익환 목사의 큰아들이자 배우 문성근 씨의 형인 문호근 씨가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했는데, 여기에 참여하게 됐다. 이때 인연을 맺은 선배를 통해 처음 사진을 접하게 됐다.”

- 그리고 사진작가가 된건가.

“아니다. 사진을 배운 뒤 사진을 찍지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인도여행을 가게 됐는데, 카메라를 들고 갔다. 카메라가 있으니 다른 사람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되더라. 인도에서 인도 헤나와 문신과 관련된 사진을 많이 찍어왔다. 한국에 들어오니 그런 사진을 필요로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사진과 관련 된 일을 했지만, 전업 사진작가 된 것은 한 참뒤다.”

- 이후엔 어떤 일을 했었나.

“서울 남대문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밤 10시에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이 없어 한가한 시간에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사진=정혜선


-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진이 삶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삶 곳곳에서 함께 했던 것 같다.

“맞다. 단순히 취미라고 하기에는 돈이 많이 드는 데다 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도 크더라. 그래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해도 되는지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 그곳에서 사진을 배운 건가.

“맞다. 프랑스 파리에 8년을 있으면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각각 3년씩 다녔다. 그때 주로 작업했던 게 집시였다.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에 완전히 들어온 것은 2005년이었다.”

- 파리에서의 생활도 좋았을 것 같은데, 한국에 들어온 이유가 있나.

“오랜 기간 생활하면서 언어가 익숙해졌지만, 확실히 모국어와는 다르더라. 말을 이해하기 위해 100% 집중하지 않으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후다닥 내리더라. 그 상황에서 혼자 어리둥절하며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테러위험에 대한 방송이 나왔는데, 나는 책을 읽으나 그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한거다. 이런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온전히 나의 메시지가 담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때마침 한국인권위원회와 일도 하고 있었더래서, 그런 일이 더 의미 있겠다고 판단해 한국에 들어왔다.”

- 결국 사진을 직업으로 삼게 됐는데, 사진을 알게 된 뒤 놓지 못하는 사진의 매력에 대해 말한다면.

“세상과 멀어지지 않는 게 좋았다. 물론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기 때문에 관찰자의 입장에 불과하지만, 사회의 현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 작업한 사진을 보면 세상에 관심 있는 게 보이더라.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어느날 부턴가 언론이 더 이상 전하지 않는 세상이 있더라. 과거에는 대학생 스무 명이 5분만 가두투쟁을 해도 신문에 실렸다. 이제 더는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할 수 없게 됐다. 전하지 않는 세상은 많아지는데, 반대로 신문은 두꺼워지더라. 나한테 사진은 미약하더라도 언론이 더 이상 전하지 않는 세상을 전하는 매개체다. 그래서 목소리를 세상에 내야 하는 그곳들을 찾아가는 듯하다.”

- 사진작가 생각하는 잘 찍은 사진이란 어떤 건가.

“내가 생각하는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작동법을 잘 이해한 후 찍는 사진이다(웃음). 질문을 좋은 사진으로 바꾼다면, 스토리가 담긴 사진이다. 단순히 인증샷은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 등을 잘 담아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의 나와 함께한 사람들,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 올해 준비 중인 작업이 있다면.

“올해는 공장을 찍으려 한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변의 대부분이 노동자인데, 우리는 노동자의 일터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내 아버지가, 내 남편이 어떤 현장에서 일하는지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다.”

- 이제 중년에 접어들었는데,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공장 사진 작업을 2~3년간 열심히 해, 궁극적으로 4차산업혁명이 우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어린아이의 손이 필요한 노동이 아직도 존재하고, 용광로에는 사람이 들어가는 현실 속에서 그런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후에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웃음). 지난해 작은 농촌마을 전시를 했는데, 너무 좋았다. 이번에는 갯벌에 기대어 먹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작업도 하고 싶다. 섬이나 산골도 찍고 싶다. 그 작업까지 다 하고 난다면 인생 2막의 끝에 다다라있지 않을까 한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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