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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실패가 지금의 ‘N잡러’ 가능케 해···성공하고 싶다면 인내심 필요”

[라이프점프×세컨드투모로우] 新스틸러_5편

■김순라 KBS아트비전 부산미용학원 대표

스포츠, 농업, 뷰티, 모델…전방위 멀티플레이어

쉽지 않았던 청년기, 인내 끝에 맺은 가지각색 열매들

가지고 있는 재능 아낌없이 드러낼 것

김순라 KBS아트비전 부산미용학원 대표/사진=김순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KBS아트비전 부산미용학원을 운영 중인 김순라다. 뷰티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농산물 유통업에도 종사하고 있다. 최근엔 시니어모델까지 도전했다. 흔히 나를 ‘N잡러’라고들 하더라(웃음)”

- ‘N잡러’가 되기까지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청년 시절 겪었던 실패가 곧 원동력이 됐다. 원래 모델이 되고 싶었던 꿈많은 소녀였는데, 교사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체대에 입학해야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졸업 전에 한 스포츠센터에 취직해 댄스, 수영 등 사회체육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정말 즐거웠다.

한 은인의 도움으로 직접 스포츠센터를 차려서 한동안은 성업했는데, 바로 앞에 대형 센터가 생기면서 폐업을 해야 했다. 인생 첫 시련이었다. 도와줬던 분들, 단골,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프리랜서 스포츠 강사로 전향하고 다른 센터들에서 일했다. 다시 재기에 성공하려던 차,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됐다. 안타깝게도 임신한 스포츠 강사를 반기는 곳은 없었다.

그때 위기감을 많이 느꼈고, 예기치 못한 사태를 대비해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작은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지 않았고 많은 일을 이뤄냈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재능을 조금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 그래서 농산물 유통을 시작한 건가.

“그렇다. 단지 결혼과 출산 때문에 하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러던 중 지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잠시 경리 업무를 봐달라고 연락이 왔다. 마냥 좋아하는 일만 좇고 있을 수 없었다. 당장 남편의 수익만으로 양육비, 생활비를 감당하려니 빠듯했다. 그렇게 생애 두 번째 직업, ‘농업인’의 삶이 시작됐다.

막상 시작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야 할 요소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결국 직접 재배까지 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시련이 닥쳤다. 2002년, 태풍 ‘루사’가 부산을 강타하면서 모든 농작물을 쓸어버렸다. 계약 공급건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액뿐만 아니라 배상해야 할 금액도 컸다.

어렵게 복구하고 다시 시작하려는데 바로 다음 해 태풍 ‘매미’가 찾아왔다. 비닐하우스가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땐 정말 ‘다 내려놓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사진=김순라


- 포기하지 않고 'N잡러'가 된 이유가 있다면.

“내 곁에서 나와 함께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엉망이 된 농장, 비닐하우스를 재정비하고 관할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무원, 해양경찰의 도움으로 농장을 복구하고 새로 대출도 받았다. 대형마트나 호텔 등 거래처를 확보하며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 갔다. 웰빙 열풍이 불며 어린잎채소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긴 고난 끝 비로소 농업인으로서 자리 잡게 된 거다.

곁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았다. 20대에 첫 스포츠센터를 차릴 때도, 농업인으로서 시작할 때도 좌절할 때도 소중한 사람들이 멘탈을 잘 잡아주었기에 긍정적 사고가 가능했다.

현재 운영 중인 뷰티아카데미 수강생들 대부분 꿈많은 청년이다. 나의 어릴적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그렇기에 같이 고민하고 배우면서 강의에 임하고 있다. 최근엔 미용 국가고시도 치렀고, 시니어 모델로서 런웨이에 서보기도 했다.”

- 어릴적 가졌던 꿈을 중년이 돼 이루고 있다. 시니어 모델 활동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시니어 모델은 직업적 사명감보다는 뷰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어 도전한 것이기에 부담은 줄이고 성장을 즐겼다. 시니어모델은 의지와 자신감이 있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다. 중년 이후에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꼭 시니어모델에 도전해봤으면 한다. 모델 대회를 통해 에이전시에 발탁될 수도 있고, 그 경험을 사업적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끔 ‘연예인병 걸렸니’ 하는 친구들도 있다(웃음).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과거보다 밝아진 내 모습이 정말 좋다. 웃을 일도 많아졌다.”

- ‘N잡러’를 꿈꾸는 또 다른 50+에게 응원의 한마디 해달라.

“행동하지 않으면 따라오는 것이 없다. 행동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보길 바란다. 내 본연의 재능에 집중할지, 비즈니스를 키울지, 범주를 나누고 하나씩 도전해보자.

재능에 집중하다 보면 비즈니스와 연계되는 시기가 자연스레 도래한다. 다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잠시 빈곤해지는 시기가 있어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 자신과 재능을 믿고 조금 더 인내심을 갖는다면 시대의 흐름에 맞춰 ‘N잡러’, ‘제너럴리스트’로서 생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표수연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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