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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시작은 도전···저지르지 않으면 성공못해"

74세에 첫 책 펴낸 시니어모델 윤영주

모델 경연대회 최연장자 우승 이어

그동안 여정 담은 책으로 다시 화제

50대 복학 64세에 박사학위도 받아"

마음에 안들면 지금이라도 바꾸길"

이젠 유튜브로 명사 인터뷰 계획중

시니어 모델 윤영주 씨가 서울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기존의 나를 넘어서려고 애쓰고 발전하려는 도전 정신 같은 건 어쩌면 인간의 본질 같아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다만 사람마다 강도에 차이는 있을 텐데,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강한 편 같죠.”

서울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74세 시니어 모델 윤영주 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끝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한 질문에 담담히 답했다. 윤 씨는 2년 전 한 시니어 모델 경연 TV 프로그램에서 최연장자이면서도 화려하게 우승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인생의 첫 책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를 펴내며 또 한 차례 주목받고 있다. 책의 부제는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못할 게 없는 너에게’로, 책을 통해 그가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한다.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제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줄기차게 반복하는 말인데 수십 번 얘기해도 부족한 기분이에요. 발을 움직여야 한 발자국 나갈 수 있는 건데 도무지 걷지 않는다면 변화도 없겠죠. 물론 저지르다가 실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실패해야 또다시 일어나는 것이고, 좌절하다가 성공해야 그 성공이 더 즐겁고 깊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요.”



실제로 그의 인생은 저지르고, 좌절하고,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나날들로 가득했다. 아들만 귀하던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스물한 살 이른 나이에 시작했던 결혼 생활은 꽤 오랜 기간 이 재능 많은 여성을 옭아맨 족쇄가 됐다. 이화여대 불문과 졸업을 두 학기 남겨 두고 ‘금혼학칙’에 걸려 제적당했고 첫아이를 낳은 20대 중반에는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며 취직까지 했지만 ‘그럴 거면 짐 싸서 나가라’는 남편의 반대로 꿈을 접었다. 30대에는 방송국 리포터로 잠시 활약했는데 이 일은 정말 천직 같았다.

“집에서 놀던 주부가 오전에 연락을 받고 오후에 바로 카메라 앞에 섰는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했어요. 떨리지도 않고 그저 신났죠. 그런데 또 가족의 반대로 곧 그만뒀어요. 요즘 친구들이야 ‘가족이 반대한다고 꿈을 포기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때는 그런 시대였고 내가 받은 교육도 그렇게 숙이는 것이었으니까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종갓집의 ‘34대 종손 며느리’로 살았던 삶은 50대가 돼서야 전환점을 만났다. 윤 씨는 “오십이 넘으니 ‘아직 젊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나이 들어가는 일만 남았는데 어떻게 늙을 것인가를 골똘히 고민했다”고 기억했다. 때마침 이대의 금혼학칙이 풀렸다. 일단 졸업장을 따보자라는 생각에 학교로 돌아갔는데 늦깎이 학생 노릇에 신바람이 났다. 흥미로웠던 미학을 좀 더 공부하고자 홍익대 대학원으로 향했고 64세에 박사 학위까지 땄다.

10년 넘게 실컷 머리를 썼으니 다음에는 몸으로 하는 활동이 어떨까 해서 선택한 게 시니어 모델이다. 윤 씨는 시니어 모델로서 하는 방송과 광고·무대 등의 활동 모두가 “잃어버린 나를 되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굽이굽이 돌아온 시간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시니어 모델 중 얼굴이 예쁘고 스타일이 좋은 사람은 저보다 훨씬 많아요. 그렇지만 시니어 모델에게 요구하는 게 그저 예쁜 겉모습은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읽고 듣고 공부하며 살아왔던 제 삶의 두께에서 나오는 어떤 것들이 저를 다른 모델들과 차별화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때때로 내 재능을 좀 더 빨리 펼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는 게 윤 씨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 패션·예술계 명사들을 인터뷰하는 유튜브 방송을 계획 중이다. 또 백남준을 주제로 써냈던 박사 학위 논문을 책으로 펴내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

“돌아보면 결국 모든 일들은 다 내가 선택한 일들이에요. 누군가 나를 강제로 시집 보낸 것도 아니고, 리포터도 정말 하고 싶었다면 이혼하고 했으면 되는 거였죠. 니체가 그랬잖아요. ‘운명을 사랑하라(아모르 파티)’고. 내가 결정한 내 운명에 대해 가볍게 아쉬워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가지고 누굴 원망하거나 가슴을 칠 일은 아니에요. 마음에 안 들면 지금이라도 바꾸면 돼요.”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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